▲ '조순제와의 대화 녹취록'. 조씨는 최태민의 의붓아들이자 대한구국선교단, 구국여성봉사단, 새마음봉사단, 새마음병원 등 박근혜 대통령 관련 단체에서 실무를 맡았다. 박 대통령과 함께 영남대학교의 이사였으며, 이 학교의 자금을 관리하던 영남투자금융의 전무도 겸임했다. | |
ⓒ 안홍기 |
박근혜-최순실의 국정논단을 수사하고 있는 특검이 <조순제 녹취록>을 면밀히 분석하고 있다. 언론들도 <조순제 녹취록>을 계속 거론하고 있다. 10년전인 2007년에 작성된 이 녹취록이 다시 주목받는 이유는 조순제씨가 박근혜와 최태민의 "미스테리한 관계"를 증언하는 내용을 담고 있기 때문이다. 특히 박근혜 대통령을 탄핵으로까지 몰고간 박근혜-최순실 관계의 역사적 뿌리를 이해하는데 이 녹취록은 상당한 도움을 주고 있다. 오마이뉴스와 오마이TV는 국민의 알권리 차원에서 녹취록 전문의 모습을 공개하고 이를 심층분석 한다.
녹취록은 표지 포함 A4용지 22쪽 분량으로 표지에는 <조순제와의 대화 녹취록>이라고 적혀 있다. 이 녹취록은 2007년 한나라당 대선후보 경선에서 이명박-박근혜 후보가 치열하게 경쟁하는 과정에서 작성됐다. 녹취록엔 3인이 등장하는데, 주로 이명박 후보 캠프 관계자 1인이 묻고 조순제씨가 답하는 형식으로 이뤄져 있다. 나머지 한 명은 조순제씨의 친구로 보인다.
조순제는 누구길래 당시 이명박 후보 캠프 관계자가 이 사람의 증언을 확보하려고 했을까?
임선이는 최태민과 결혼 후 세 딸 최순득(1952년), 최순실(1956년), 최순천(1958년)을 낳는다. 최순실이 태어나던 해 조순제는 16세였다. 최태민이 박근혜와 대한구국선교단 등의 활동을 시작한 1975년 조순제는 30대 중반으로 '구국선교단 홍보실장'으로 일하면서 박근혜와 관계를 맺기 시작했다.
구국선교단에서 영남대까지, 목격자 조순제
조순제는 이후 육영재단 운영에도 관여했고, 박근혜가 영남대 이사장이던 시절 대학운영을 좌지우지하는 4인방 중 한사람으로 재정을 총괄했다. 그는 가까이에서 오랫동안 최태민-박근혜 관계를 지켜봤고, 최순실-박근혜 관계의 시작도 지켜봤다.
조순제는 2007년 8월 13일 당시 강재섭 한나라당 대표에게 '박근혜 문제'에 대한 진정서를 제출한 뒤, 기자회견을 열고 자신을 "최태민 목사의 의붓아들이자 대한구국선교단, 대한구국봉사단, 대한구국여성봉사단, 새마음봉사단의 홍보실장, 새마음병원의 사무처장이었으며 박근혜 전 대표와 이들 단체를 주도적으로 이끈 인물"이라고 소개했다.
그 직전 조순제는 이명박 후보 캠프 관계자와 사전동의 속에서 이 녹취록을 남겼고, 이명박 후보가 대통령에 당선된 다음날인 2007년 12월20일 숨졌다. 사인은 지병(폐암)으로 알려졌지만 시점이 참 묘하다.
그렇다면 왜 조순제는 이명박 후보측에 박근혜-최태민 관계를 폭로했던 것일까? 이 녹취록에는 그의 의도가 분명하게 여러 곳에 반복적으로 담겨 있다.
박근혜는 "자신의 능력이 전무"하고, 최태민과 "고기와 물의 관계"일 정도로 "이해 안 가는 인생스토리가 많은" 사람이므로 그가 대통령이 되면 "비극의 나라"가 된다고 한 것이다. 박근혜-최순실 게이트를 10년 전에 예견한 듯한 발언들이다.
조순제의 경고 "100% 꼭두각시... 대통령 되면 안 돼"
▲ 1977년 1월 19일 열린 새마을 국민운동본부 발족 기자회견에 나선 최태민 총재. |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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첫째, 박근혜는 스스로 판단할 능력이 없으며, 측근의 꼭두각시일뿐이기 때문에 한 나라를 책임질 국정능력이 없다고 보았다.
"(박근혜와) 업무를 하면서 지내보면 완벽한 꼭두각시예요. 지금은 능력이 좀 생겼는지 모르지만 그 당시만 해도 완벽하게 아무것도 몰라요. 아무것도 능력이 없는 것이 뭘 하겠다고 설치느냐 말이야."(1쪽)
"완전히 100% 꼭두각시였습니다. 진짜 100% 꼭두각시. 업무에 대한 것도 결국 전부 나하고 쏙닥거리면 그게 한 자 한 획도 없이 그대로 되버리는 거야. 완벽한 꼭두각시였거든."(2쪽)
"100% 꼭두각시예요. 처음에 (한나라당) 당대표 한다고 설칠 적에 누구하고 만나서 무슨 얘기 어떻게 할지 거꾸로 나에게 물어볼 판이었으니까."(20쪽)
둘째, 조순제는 녹취록에서 박근혜-최태민의 관계를 "이해 안 가는 스토리"라고 열거하면서 그런 박근혜가 되면 나라를 "미스터리로 끌고가는" 거라고 예견했다.
"그게 참 묘해. 이해 안 가는 인생살이가 많아. 박근혜는 이해 안 가는 스토리가 많은 거야. 그러니깐 이게 나라 맡으면 어떻게 되겠어. 진짜 미스터리로 끌고가는 거야."(19쪽)
셋째, 조순제는 박근혜가 부정한 일을 지시해놓고 "잘못되면 책임을 전가하는 것을 밥 먹듯이"한다면서 그런 사람이 지도자가 되면 안 된다고 말했다. 그 사례로 영남대 부정관리 사태를 들었다.
"어떤 경향이 또 있냐하면 결과적으로 잘못되면 책임을 전가하는 것은 완전 밥 먹듯이 쉽게... 예를 들어서 영대 관계만 해도 그렇잖아... 지도자가 되려면 어느정도 자기가 수긍할 건하고 그래야지. 김OO 총장이... 무리한 짓 할 사람이 아니거든요. 강요하고 억지로 할 수 없이 응해와 갔는데 잘못되니까 전부 몽땅 넘겨 불고 덤탱이 씌우니깐..."(2쪽)
넷째, 그런 박근혜가 대통령이 되면 "비극의 나라"가 될 것이기 때문에 한나라당 대선후보 경선에서 이명박이 박근혜를 이겨야 한다고 조순제씨는 말한다.
"엠비(이명박)가 되어야 한다는 것이 내 국가관으로....나라 안 잃으려고 하는 소리야... 우선 나는 저거(박근혜)는 안 되겠다 이거야."(16쪽)
"엠비 재켜놓고 (박근혜가 대통령) 되면은 한 방에 가버려. 진짜 한 방에 가벼려... 그러면 참 험악한 비극의 나라가..."(2쪽)
▲ 1975년 6월 21일 서울 배재고등학교에서 열린 한국 구국십자군 창군식에 박근혜 당시 영부인 대행과 최태민(왼쪽)씨가 참석해 있다. 2016.10.29 [연합뉴스 자료사진] |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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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섯째, 조순제씨는 2007년 당시 집권세력이었던 참여정부와 민주당이 박근혜-최태민 관계를 파악하고 있을 것이고 이것이 폭로될 경우 '박근혜 후보의 승리'는 힘들다고 보았다. 특히 박정희 대통령 시절 김재규 중앙정보부장이 파악한 박근혜-최태민 관계 자료를 민주당 후보(당시 정동영)쪽에서 입수해 활용할 것을 걱정했다.
"김재규가 수단 방법 안가리고 원래 하던 건데 모든 걸 다 수집하려고 발악을 했을 거 아니야. 그 자료가 과연 이 패거리들이 가지고 있느냐 안가지고 있느냐... 그게 불안하다 그거죠. 내 느낌으로는 가지고 있다고 봐야하는 거
예요. 그렇다면은 본 게임 가서 불어버리면 게임이 안돼요. 바로 끝나버려요...제대로 가지고 있다면 폭발력이 대단할 걸요."(3쪽)
그러나 2007년 한나라당 대선 후보 경선과정에서 박근혜 검증은 수박 겉핥기 식으로 끝났고, 그로부터 5년 후인 2012년 박근혜가 새누리당 대통령 후보가 되고, 대통령으로 당선된 과정에서도 조순제 녹취록에 담긴 박근혜 의혹들은 제대로 검증되지 못했다. 그 결과 박근혜는 50% 이상의 지지로 2012년 대통령에 당선됐고, 대한민국은 조순제씨의 예언대로 "비극의 나라"가 되었다.
☞ 이어지는 기사 : [심층분석②] 박근혜-최태민의 관계는 "물과 고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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