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월호 진상규명 독립 기관이 조사 해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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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데일리 유현욱 기자] “거꾸로 됐죠. 전 국민이 시간 단위로 기억하고 있는데….”
세월호참사특별조사위원회 위원장을 지낸 이석태(63) 변호사는 박근혜 대통령의 신년 기자간담회 발언을 두고 이렇게 말했다. 박 대통령은 지난 1일 청와대 출입기자 간담회 자리에서 “작년인가, 재작년인가요? 그때 세월호 참사가 벌어졌는데”라고 말해 파장이 컸다. 세월호 참사 7시간 의혹을 해명하겠다는 자리에서 국정 최고 책임자가 수백명의 목숨을 앗아간 참사의 발생 시기조차 제대로 기억하지 못하고 있다는 것을 고스란히 드러낸 때문이다.
지난 5일 서울 여의도 국회의원회관에서 열린 ‘4·16세월호참사국민조사위원회 창립 토론회’에 참석한 이 변호사를 만나 그간의 소회와 각오를 들었다.
9일로 세월호 참사 발생 1000일째이지만 이 변호사는 참사 당일을 똑똑히 기억했다. 그는 “변호사 사무실에서 자료를 검토하다 처음 사고 소식을 접했다”며 “전원 구조 속보를 보면서도 선뜻 믿어지지 않아 하루 종일 뉴스중계를 지켜봤다”고 돌이켰다. “TV를 통해 본 처참한 사고 화면에서 눈을 뗄 수 없었다”고 했다.
유가족들은 참여연대 공동대표이던 이 변호사에게 세월호 특조위 수장(首將)을 맡겼다. 진상 규명 활동은 쉽지 않았다.
인력배치 등 특조위가 실제 조사활동 시작한 것은 2015년 상반기 이후였지만 정부는 법적으로 공식 출범은 2015년 1월부터라며 1년 6개월이 경과한 지난해 6월말 공식 활동 종료를 통보했다..
이 전 위원장 등 특조위 관계자들은 단식농성을 하며 반발했지만 정부를 이길 수는 없었다. 결국 공식 활동 종료 시점에서 3개월의 보고서(백서) 작성 기간이 지난 지난해 9월말 특조위는 문을 닫았다. 그는 “특조위의 자료 요청을 무시하는 등 정부가 사실상 조사를 훼방놨다”고 말했다.
진상 규명에 이르지 못한 아쉬움과 유가족들에 대한 미안함을 드러냈다. 이 변호사는 “유가족들의 추천으로 위원장이 됐는데 아쉽게도 진상 규명에 이르지 못했다. 가족들에게는 늘 미안하다”고 말했다. 이 변호사는 “지난해 6월부터 사실상 조사 활동이 불가능했다”며 “정상적으로 조사 활동을 이어갈 수 있었다면 전체적으로 조사 계획의 80%가량을 달성했을 것”이라며 안타까워했다. 특조위가 공식적으로 해체된 이후에도 조사관들은 서울 중구 저동 사무실에 자발적으로 출근했지만 정부는 11월 중순 사무실을 정리하고 문을 걸어 닫았다.
이 변호사는 “아쉽지만 나의 공식적인 역할을 끝났다”며 “제2기 특조위가 빨리 꾸려지도록 뒤에서 돕겠다”고 강조했다.
무엇보다 2기 특조위의 인적 구성이 중요하다고 했다.
그는 “유가족의 의견을 반영해야 하고 이 과정에서 1기 특조위와의 인적 연속성에 대해 논의될 것”이라면서 “기존 조사관의 경험과 노하우를 고려하면 이들이 2기 특조위에 들어가야 한다”고 말했다.
유가족과 시민단체 관계자들은 2기 특조위가 정식 출범할 때까지 진상 규명 활동을 위한 세월호국민조사위를 만들었다.
그는 이날 창립토론회에서 “인양된 세월호 조사는 아무나 할 수 없다. 유가족과 시민이 믿을 만한 독립된 기관이 해야 한다”며 “제2기 특조위가 속히 출범해 진상규명에 나서야 한다”고 강조했다.
유현욱 (fourleaf@edail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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