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3일 국회 교문위에서 더불어민주당 도종환 의원이 김세훈 영진위원장을 상대로 대필 기고를 추궁하고 있다.ⓒ 국회방송
영화진흥위원회가 2015년 부산영화제 지원금 삭감 논란으로 안팎의 비난을 받을 당시 여론 조작을 위해 대필 기고 했다는 의혹이 사실로 드러났다. 특히 이 과정에서 문화체육관광부도 관여한 것으로 나타나 파문이 커질 것으로 보인다. (관련 기사: [첫보도] 영진위, 외부인사 기고 대필해 여론 조작? )
23일 열린 국회 교육문화체육관광위원회에서 도종환 더불어민주당 의원은 영화진흥위원회가 외부 인사에게 보낸 기고문 초안과 이를 수정하고 관련된 사람들이 주고받은 메일을 공개했다.
이 메일에 따르면 영진위 관계자는 김병재 전 영진위 사무국장에게 '김세훈 위원장님과 통화하셨다고 들었습니다. 기고문 초안 보내드립니다. 검토하시고 회신 부탁드립니다'라는 내용을 보냈다. 여기에 부산영화제 기고문이란 제목의 파일도 첨부했다.
김병재 전 사무국장은 이를 수정해 영진위에 보냈고, 영진위는 이를 일부 삭제하고 수정해서 문체부에도 전달했다. 영진위 메일에는 '문체부에서 지시하신 대로 원본과 수정본 보내도록 하겠습니다'는 내용이 들어있다. 문체부 영상콘텐츠산업과 사무관은 이를 다시 정리해 영진위로 보냈고, 이런 과정을 거쳐 최종적으로 2015년 6월 16일 <서울신문>에 실렸다.
▲23일 교문위에서 도종환 의원이 영진위 대필 기고 증거로 공개한 이메일 내용.ⓒ 국회방송
▲23일 국회 교문위에서 도종환 의원이 영진위 대필 기고 의혹의 증거로 제시한 이메일 내용.ⓒ 국회방송
▲23일 국회 교문위에서 도종환 의원이 영진위 대필 기고 의혹의 증거로 제시한 이메일 내용.ⓒ 국회방송
이날 상임위에서는 김세훈 위원장의 위증도 논란이 됐다. 김 위원장은 도 의원의 질의에 줄곧 관련 없다는 입장을 취했다. 그러나 도 의원이 구체적 증거를 제시하자 대필 기고를 부인하던 김세훈 영진위원장은 "제가 그 내용을 보고 수정하고 그런 내용은 없지 않냐?"고 변명했다. 이어 김병재 전 사무국장에 대해 "제가 아는 분이고 지금도 통화는 가끔 하고 있다"며 "지금도 어떤 단체도 맡고 계시고 전에 영진위 사무국장 하신 분이라 통화는 하고 있다"고 말했다.
도 의원은 "지나친 변명은 구차하게 들린다"며 공공기관이 여론 조작에 나서는 것을 비판했다. 도 의원은 문체부 장관 대행을 맡은 송수근 1차관에게 "영진위와 기고문을 조율한 직원이 누군지 구체적으로 확인하고 김세훈 영진위원장이 위증에 대해 진상조사를 할 것"을 요구했다. 송 차관은 "알겠습니다"고 답변했다.
영진위 대필 기고가 확인되고 문체부가 진상조사에 나서기로 하면서 논란은 더욱 커질 전망이다. 영진위 관계자들은 실무 부서 책임자인 미래전략본부 이상석 본부장을 지목하고 있다. 또한, 영진위가 초안을 잡고 문체부가 수정한 원고를 자신의 이름으로 일간지에 기고한 김병재 전 사무국장 역시 부도덕하다는 비판을 피하기 어려워 보인다.
특히 김병재 전 사무국장은 <문화일보> 문화부와 <이데일리> 논설실장 등을 거친 언론인 출신으로 지난 2월 영화평론가협회 회장으로 선출됐다. 김 전 사무국장은 <서울신문> 기고 글에 대해 영진위와의 관련성을 부인하며 "글을 남이 시키는 대로 쓰는 경우가 있냐. 자기 이름으로 쓰는 게 당연한 것"이라고 말했으나 거짓말임이 드러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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