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Thursday, March 23, 2017

박근혜가 침몰하자 세월호가 올라왔다

23일 오전 세월호 침몰 해역인 전남 진도군 동거차도 앞바다에서 중국 인양업체인 상하이샐비지의 잭킹바지선 두 척이 세월호 인양작업을 진행하고 있는 가운데 세월호가 모습을 드러내고 있다. 진도=박경우 기자 gwpark@hankookilbo.com
“박근혜가 내려가니 세월호가 올라오네.” 세월호가 침몰 1,073일만에 수면 위로 모습을 드러낸 23일 ‘4ㆍ16 세월호 참사 특별조사위원회’의 한 관계자는 이런 혼잣말을 내뱉었다.
2014년 4월 16일 세월호가 전남 진도군 맹골수도에 가라앉은 후 3년 여간 지지부진했던 인양 작업이 박근혜 전 대통령 탄핵인용 결정 이후 ‘일사천리’로 진행되는 것에 대한 의구심과 아쉬움이 묻어나는 탄식이다. ‘이렇게 빨리 올라올 수 있었는데 그 동안 왜 인양되지 못했느냐’는 게 일반 국민들의 의문이다. 정부는 인양 지연의 주된 원인으로 거친 기상여건과 기술적 문제를 들고 있지만 박근혜 정권 차원의 ‘고의적 인양 지연’을 의심하는 시각이 적지 않다. 세월호 인양을 달가워하지 않는 박 전 대통령의 심중을 헤아린 공무원들이 그 동안 인양에 소극적이었다는 비판도 나온다.
사실 이러한 상황은 박근혜 정권이 자초한 측면이 크다. 박 전 대통령은 세월호 참사의 파장을 축소하기 위해 조직적이고 집요한 은폐 공작을 펼쳤다는 의심을 받고 있다. 김영한 전 민정수석이 청와대 수석비서관 회의 내용을 기록한 업무일지(김영한 비망록)에는 김기춘 전 비서실장이 세월호 비판 여론의 확산을 우려해 시신 인양에 반대한 것으로 추정되는 내용이 기재돼 있다. 우병우 전 민정수석은 2014년 6월 세월호 사건 수사를 위해 해경 본청을 압수수색하고 있던 검찰 수사팀에 직접 전화를 걸어 “압수수색을 하지 말라”는 압력을 행사한 것으로 알려졌다.
같은 시기 조윤선 당시 정무수석이 친박단체 ‘어버이연합’에 ‘반(反)세월호 집회’ 공작을 지시했다는 의혹도 제기됐다. 세월호 참사의 진상규명을 위해 탄생한 세월호 특별조사위원회는 작년 9월 사실상 정부에 의해 ‘강제해산’됐다. 유승민 바른정당 의원은 최근 “2년 전 (새누리당) 원내대표에 취임하자마자 당정청 회의에서 반드시 세월호 선체는 인양돼야 한다고 말했지만 당시 정부는 세월호 문제에 대해 입밖에 꺼내는 것조차 꺼렸다”고 밝혔다.
실제로 정부는 세월호가 침몰한 지 1년이나 지나서야 인양을 결정했다. 정부는 2015년8월 중국 ‘상하이샐비지’ 컨소시엄을 세월호 인양 업체로 최종 선정하며 “1년 안에 인양을 마칠 것”이라고 공언했다. 그러나 인양 시점은 ‘2016년 7월→8월 이후→2016년 내→2017년 2분기’로 계속 늦춰졌다. 해수부는 기상여건 악화로 인양이 계속 지연되고 있다고 설명했지만, 애초에 부실한 사전조사와 판단 착오도 상당 부분 작용했다.
공교롭게 박 전 대통령이 헌법재판소의 탄핵 인용 결정으로 대통령직을 상실한지 13일, 전직 대통령 신분으로 검찰 조사를 받은 지 불과 이틀 만에 정부는 세월호를 바다 밖으로 끌어 내는 데 성공했다. 탄핵을 기점으로 ‘180도’ 달라진 정부의 행보를 두고 “정부가 정권 눈치를 보느라 그 동안 인양을 일부러 늦춰온 것 아니냐”는 비판도 나온다. 한 공무원은 “최근 야권에선 세월호 참사 등의 책임을 물어 향후 조직개편에서 해수부를 해체해야 한다는 얘기가 나오고 있다”며 “해수부가 ‘세월호 3주기’ 이전에 인양 작업을 마무리하려는 것은 차기 정권을 염두에 둔 조직 차원의 ‘생존 전략’일 수 있다”고 말했다. 인양업체의 한 관계자는 “세월호 크기의 선박을 ‘통째로’ 인양하는 작업이 결코 쉬운 것은 아니다”라면서도 “기상여건을 고려해도 인양까지 이렇게 긴 시간이 필요했는지는 의문”이라고 전했다. 세종=박준석 기자 pjs@hankookilbo.com
세월호 참사 당일인 2014년 4월 16일 박근혜 대통령이 정부서울종합청사 중앙재난안전대책본부를 방문해 상황보고를 받고 있다. 한국일보 자료사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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