검찰 출석 “국민께 송구, 성실히 조사받겠다” 두 마디
증거 명확한 부분 인정하면서도 “불법 지시 없었다”
민감 사안 “일일이 기억 안 나”…검찰, 구속영장 검토
대한민국 헌정 사상 처음으로 파면된 박근혜 전 대통령이 21·22일 뇌물수수 혐의 등으로 검찰에서 피의자 조사를 받았다. 이날 전직 대통령 중 가장 긴 21시간가량 진행된 조사에서 박 전 대통령은 자신의 혐의를 대부분 부인하거나 민감한 사실관계에 대해서는 “일일이 기억이 나지 않는다”는 취지로 진술한 것으로 전해졌다. 삼성으로부터 뇌물수수 혐의는 전면 부인하고, 일부 증거가 명확한 부분에서는 사실관계를 인정하면서도 불법·위법 행위를 지시한 적은 없다고 주장했다.
박 전 대통령은 이날 오전 9시24분 검찰 특별수사본부가 차려진 서울 서초동 서울중앙지검에 도착했다. 그는 ‘검찰 수사가 불공정했다고 생각하느냐’는 취재진 질문에 “국민 여러분께 송구스럽게 생각한다. 성실하게 조사에 임하겠다”고 답했다. 지난 1월25일 인터넷 언론 정규재TV와의 인터뷰 이후 55일 만에 처음으로 직접 입장을 밝힌 것이다. 청와대에서 퇴거해 서울 삼성동 자택으로 복귀한 지난 12일에는 민경욱 자유한국당 의원을 통해 “진실은 반드시 밝혀진다고 믿는다”는 입장을 표명한 바 있다.
이날 오전 9시35분 시작된 조사에서 박 전 대통령은 서울중앙지검 한웅재 형사8부 부장검사(47)와 이원석 특수1부 부장검사(48)의 질문에 대체로 적극적으로 답변한 것으로 전해졌다.
그러나 박 전 대통령은 기업들을 상대로 미르·K스포츠 재단 출연금을 강요한 혐의에 대해서는 기업 총수들에게 ‘강요’를 한 적이 없다고 진술한 것으로 알려졌다. 최순실씨(61)와 공모해 삼성으로부터 433억원의 뇌물을 받았다는 혐의에 대해서도 ‘청탁을 받거나 들어준 바 없다’는 취지로 부인했다.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49) 독대 내용에 대해서나 정호성 전 청와대 부속비서관(48)의 통화녹음 파일 등 증거를 바탕으로 한 사실관계에 대한 질문에는 ‘대통령 업무라 참석해야 하는 행사였고 늘 분주하다’ ‘일일이 기억나지 않는다’ 등의 답변을 한 것으로 전해졌다.
그는 핵심 증거인 안종범 전 청와대 정책조정수석(58)의 업무수첩 내용과 관련해서는 “내가 그런 말을 했는지는 모르겠지만 사실로 인정한다”면서도 “‘법과 규정의 테두리 내에서 처리하라’고 얘기했다”는 주장을 한 것으로 알려졌다.
노승권 서울중앙지검 1차장검사는 브리핑에서 “박 전 대통령이 답변은 잘하고 있다”고 말했다. 박 전 대통령은 이날 밤 11시40분까지 14시간여 동안 강도 높은 조사를 받은 뒤 검찰이 작성한 피의자 신문조서를 7시간여 동안 검토했다. 박 전 대통령은 22일 아침 6시55분 귀가하면서 취재진 질문에 아무 답도 하지 않은 채 차량을 타고 삼성동 자택으로 떠났다. 검찰은 뇌물수수·직권남용·공무상 비밀누설 등 14개 혐의를 받고 있는 박 전 대통령에 대해 구속영장을 청구하는 방안을 검토 중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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