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 의원, ‘시장에서 옷을 사입을 수는 없잖아’라는 말에 깜짝 놀라”[인터뷰] 나경원 후보 비판한 김학영 전 보좌관
나경원 서울시장 후보 보좌관 출신으로 “나경원 서울시장 후보를 반대한다”는 글을 블로그에 올린 김학영(44) 씨를 21일 오전 경기도 일산에서 만났다. 김 씨는 기자를 보자마자 “밤 사이에 제가 김대업이 됐네요”라는 말로 인사를 대신했다.
“밤 사이 제가 김대업이 됐네요”
김학영 씨는 18일과 19일 자신의 블로그에 나경원 후보의 ‘판단력 부재’와 ‘이념적 경직성’을 지적하면서 “나경원 서울시장 후보를 반대한다”는 글을 올렸다. 김 씨는 2004년 초선이던 나경원 의원을 4개월가량 직접 보좌한 적이 있고, 올해 5월 말경부터 7월 초까지 기획본부장으로 나경원 후보의 한나라당 전당대회 출마를 도운 전력이 있어, 김 씨의 글은 트위터와 페이스북 등 SNS(소셜네트워크서비스)를 통해 빠르게 퍼졌다.
김 씨는 20일 저녁 인천 문학경기장에서 SK와 롯데의 플레이오프전을 관람했다. 고교동창들이 티켓을 준비해 마련한 자리였다. 경기 관람 중 핸드폰 밧데리가 방전된 김 씨는 당시 포털사이트 실시간 검색어에 본인의 이름이 오르면서 화제가 되고 있다는 사실을 몰랐다. 김 씨가 걱정된 지인이 같이 야구를 관람하던 김 씨의 고교동창에게 핸드폰 문자메시지로 사실을 알렸고, 김 씨도 경기를 다 보지 못하고 집으로 돌아왔다.
가족들의 걱정이 이만저만이 아니었다. 지인들로부터 걱정하는 전화도 여러 통 받았다고 했다. 그는 본지와의 2시간 인터뷰에서 블로그에 글을 올리게 된 이유와 그가 경험한 나경원 후보에 대해 차분하게 얘기했다.
김학영 씨는 “제 블로그는 저랑 친한 분들이 이야기를 주고받는 공간이다. 하루에 20~30명 정도 들어올까? 평소에 여행, 러시아, 요리에 대한 글을 올리고, 제가 (보좌관으로) 정치에 관여한 경력이 있어 시사적인 사안에 대해서도 제 의견을 올려놓는다. 그런 블로그에 글 하나 올린 건데 ‘제2의 김대업’이라고 하니 어처구니가 없다. 또 박원순 후보 캠프의 선거운동의 일환으로 글을 올린 것처럼 얘기하는 것도 상당히 난감한 얘기다”라고 말했다.
김학영 씨가 블로그에 올린 글과 관련해 나경원 후보 측은 20일 ‘김학영 씨의 처신에 짙은 정치공작 냄새가 난다’는 논평을 냈다. 김학영 씨는 글을 올리면서 이렇게 파장이 클 줄 예상하지 못했고, ‘제2의 김대업’이라는 명예훼손에 가까운 나경원 후보 측의 반응도 당황스럽다고 했다.
그는 선거시기 민감한 글을 올리게 된 이유에 대해 “어떻게 보면 이 글은 한때 보좌관을 했던 사람의 입장에서 애프터서비스라고 할 수 있다. 선거에 나온 사람들이 착각을 하는 게 이 선거에서 모든 게 끝난다고 생각하는데, 나 의원이 설령 낙선을 해도 나 의원의 정치적 노정에서 중요한 공부를 한 거라고 생각한다. 제가 블로그에 썼던 글은 (보좌관 시절) 있는 그대로 나 의원님께 드리던 얘기들이다. 그런 면에서 조언을 해 드리는 성격이었다”라고 말했다.
인터뷰 도중에도 끊이지 않고 전화벨이 울렸다. 그를 걱정하는 지인들, 그에게 궁금한 것이 있는 기자들의 전화였다. 한 기자가 그에게 블로그에 나 의원 비판 글을 올린 것에 대해 ‘양심선언’이라는 표현을 했다.
“방금 전화 온 기자분 말씀처럼 양심선언 이런 건 아닌데 굉장히 당황스럽다. 진심이라고 할까? 올해 7월 한나라당 전당대회 끝나고도 나 의원을 개인적으로 만나뵀다. 그때도 드렸던 말씀이 콘텐츠가 부족한 거는 앞으로 공부해서 채울 수 있다. 시각이 잘못된 것도 토론과정에서 정돈할 수 있는 시간이 많다. 하지만 그런 걸로 해결 안 되는 게 본인이 갖고 있는 자질, 태도 이런 거다.”
그는 서울시장 선거를 도와달라는 나 의원의 요청을 거절한 것도 “이러한 조언을 받아들이지 못하시는 것을 보고 바뀌지 않겠구나”라는 생각이 들어서였다고 말했다.
“속이 상해서 하는 얘기지만, 인생 편하게 살려면 여당 서울시장 출마하려는 분의 브레인으로서 전략하고 기획하고 하는 게 훨씬 편하게 사는 거라고 고민 안 한 거 아니다. 그런데 저는 아이들 키우는 입장에서 어떤 것이 아이들한테 바른 것을 보여주는 것인지 항상 고민을 한다. (나 의원이 현재로서는) 개선되기 어려운 상황에서 기능인으로, 선거쟁이로 일하는 것은 옳지 못하다고 생각해서 거절한 거다.”
그렇게 정치와 한 발 거리를 두고 나서 그는 서울시장 선거전을 보면서 속이 상했다고 말했다.
“선거가 오로지 (한나라당의) 네거티브로 되는 것이 속이 상했다. 저질선거라고 생각한다. 큰 차이로 지는 후보가 앞서가는 후보를 따라가는 방법으로 네거티브가 효과적이긴 하지만, 그렇게 하다 지면 나경원이라는 상품이 재기하기 어려울 수도 있다. 그래서 제가 나경원 캠프에 있는 후배들을 나무라기도 했다. 그런데 초지일관 네거티브 아니냐. 이건 후보 자신을 위해서도 안 좋은 거다. 또 네거티브 때문에 투표 자체를 포기하는 분들이 많을 것 같아 ‘제 판단은 이렇습니다’ 보여 드리려고 글을 올린 거다. 또 나경원 후보 쪽 분들이 제 블로그를 흘깃 보신다는 것을 알고 있었기 때문에 제 글을 보고 ‘생각을 좀 했으면 좋겠다’ 이런 생각이었다. 그래서 나 후보에 대한 글을 4~5편 정도 쓰려고 했다.”
“고민되지만 생각했던 글들 올릴 것”
김학영 씨의 아내는 ‘아무도 안 도와줄 텐데 왜 혼자 악역을 맡으려고 하느냐’면서 더 이상 글을 올리지 말라고 당부했다고 한다. 그 또한 “고민스럽긴 하다”고 말했다. 하지만 “나 의원님께 그리고 제 지인 분들께 드리고자 한 얘기를 (상황이 이렇다고) 안 드리는 것은 모양이 우스운 것 같다”라며 생각했던 글들을 올릴 것이라고 말했다. 그는 나 의원의 리더십 문제에 대한 글을 올릴 계획이다.
김학영 씨는 나경원 의원도 지지하는 대중이 많으니 좀 더 성장했으면 바란다고 말했다. 또 “한나라당이라고 해서 계속 엉터리 정치인만 나오는 것은 오히려 나쁘다. 교조주의적이지 않고 합리적이고, 상대방과 타협을 이끌어내기 위한 마음의 자세가 돼 있는 정치인들이 많아지는 게 바람직하고 의회주의 원칙에도 맞다”고 말했다. 나 의원과 자신의 괘는 다르지만 나 의원이 올바른 판단력과 정치력을 갖고 대중을 만족시킬 수 있는 정치인으로 자라길 바란다는 것이다.
2004년 자신의 정치색과는 맞지 않고 정강정책도 동의하지 못하는 한나라당 나경원 의원의 보좌관으로 들어간 것도 그런 이유라고 했다. 그러나 한나라당에서는 ‘스파이 아니냐’는 의심의 눈치를 보냈고, 이를 부담스러워한 나경원 의원도 그에게 입당을 요구했다. 하지만 한나라당 정강정책에 동의하지 않는데 입당은 할 수 없어서 2004년 국정감사를 끝내고 나 의원의 보좌관을 그만뒀다.
나 의원과 심각한 갈등을 겪으며 그만둔 것이 아니기 때문에, 김학영 씨도 자신을 대신해 나 의원을 보좌할 괜찮은 후배들을 추천했고, 나 의원도 서울대 법대 동기인 이상경 열린우리당 의원에게 김학영 씨를 추천했다.
앞서 김 씨는 1993년 말에 손세일 민주당 의원 비서관을 잠깐 지냈고, 1996년 고등학교, 대학교 선배인 김민석 민주당 의원의 선거기획실장으로 함께 선거를 치르고 김민석 의원 보좌관을 지냈다.
“전당대회 캠프 결합했는데 내용이 없어서, 슬로건부터 정책까지 급조했다”
나경원 의원과 인연이 이어진 것은 지난 5월이었다. 나 의원 보좌관으로부터 나경원 의원이 만나고 싶어 한다는 연락이었다.
“왜 만나자는 지는 모르고 뵀다. 취지는 그런 거였다. 무상급식 주민투표가 끝나면 오세훈 시장이 물러날 것 같다. 그래서 서울시장 보궐선거 출마를 생각하고 있다. 보궐선거를 준비할 사람이 없으니 함께 도와줬으면 좋겠다. 그래서 그때 결합했다.”
그러나 나경원 의원은 준비돼 있는 게 아무것도 없었다고 했다.
“나 의원 캠프에 결합하고 제가 굉장히 놀랐던 거는 준비돼 있는 내용이 없었다. 전당대회에서 당 대표가 또는 최고위원이 되면 무엇을 하겠다는 것도 없고, 슬로건부터 정책까지 급조했던 기억이 난다. 내가 정치인으로 뭘 하겠다는 내용도 없이 전당대회를 치른 거다. 7월에 전당대회 끝나고 서울시장 선거에 나오셨는데 콘텐츠가 당신 것이 없다. 지금 발표한 나경원 후보의 서울시장 공약은 오세훈 시장의 시정계획과 똑같다.”
김학영 씨는 “결국 자리에만 연연하는 공명심”이라며 “(나 의원이) 자리만 연연하는 정치인이 되는 것이 바람직하지 않다”고 말했다. “무엇을 위해 서울시장이 되겠다. 서울시장이 되면 무엇을 하겠다는 게 없는 상황에서 자리만 탐하는 정치인이 되지 않기를 바라는 마음을 (블로그에 올릴) 글에서 자세하게 쓰려고 한다.”
그는 “(나경원 의원이 2004년부터) 국회의원 7년 정도의 시간이면 정치인으로서 자기가 지향하는 분야에서 자기 주관을 갖고 무엇이 문제고, 어떻게 하겠다, 그래서 나는 이걸 위해 서울시장이 되겠다, 이걸 위해 대통령이 되겠다 하는 게 있어야 하는데, 그런 면에서 나 의원은 전혀 발전하고 있지 않다”고 말했다.
그러나 그는 블로그에 올린 글에서 나경원 의원이 무척 성실하다고 평가했다. “국회의원으로서 일정에 충실하다는 거죠. 나 의원이 서울대 법대를 졸업하고 사법시험에 합격한 재원 아니냐. 이런 분들이 국민을 위해서 열심히 공부를 한다면 얼마나 멋진 정책들이 나오겠냐. 지역구 선거에 밤잠 안 자고 뛰는 성실함을 넘어서 내용을 채우는데 성실해야 한다.”
“콘텐츠 없이 자리만 연연하는 정치인 바람직하지 않아”
“자신과 견해나 처지가 다른 사람들 이야기는 들으려고 하지 않아”
김학용 씨는 “콘텐츠를 갖고, 그 콘텐츠를 실현하기 위해 자리를 갖겠다는 것은 바람직하지만, 자리를 차지하기 위해서 마치 내가 많은 콘텐츠를 갖고 있는 것처럼 이미지로만 보이는 것은 본인한테 해롭다. 또 대중적 이미지만 갖고 그분을 선택한 국민들은 뭐가 되느냐”라고 말했다.
그는 블로그에 올린 글에서 나경원 후보가 “이념적 편향이 강하다”면서, 그 예로 노조에 대한 거부감 등을 예로 들었다.
“2004년 제가 나 의원을 보좌할 때, 나 의원에게 말한 것이 노조나 시민단체를 만나서 그쪽으로 성향을 가져 달라는 게 아니었다. 여러 의견을 가진 사람들을 두루 만나고 어려운 상황에 있는 민원인도 직접 만나서 듣고 본인이 정리하는 것도 굉장한 공부가 된다. 그런데 나 의원이 그런 걸 잘 안 한다. 지난번 전당대회 때도 명동 세입자 분들이 나 의원 만나기 위해서 굉장히 애를 썼는데 결국은 못 만났다. 나 의원이 거기에 대해서 보좌관이 안 알려줬다고 했는데, 보좌관이 뭐 대단하다고 그거를 컷트했겠냐. 본인이 워낙 안 만나려고 하시니까 그런 거죠. 무슨 일만 터지면 보좌관이 안 알려줘서 나는 모른다고 하면….”
김학영 씨는 “초기에 나 의원에게 대중 정치인으로서의 서민 지향의 필요성을 말씀 드렸는데, ‘아무리 그렇다고 해도 내가 시장에 가서 옷을 사 입을 수는 없지 않아?’라는 사고방식을 갖고 있어서 굉장히 놀랐다”라고 말했다.
그는 “대중 정치인으로 나섰으면 내가 아무리 돈이 많아도, 명품 옷과 명품 시계를 사고 싶어도 그런 거는 짝퉁밖에 못사는 서민들도 생각하고, 풍족하게 지내지 않으려고 하는 절제나 인내도 중요한 덕목”이라며 나 의원이 그런 점이 부족하다고 말했다.
김학영 씨는 “나 의원이 자신과 견해나 처지가 다른 사람들의 이야기는 잘 들으려고 하지 않는다”라며 “정치적 목적으로 내용 없는 주장을 하는 것은 전과 달라진 모습이다”라고 꼬집기도 했다.
“무상급식 같은 게 그런 예였다. 지난번 전당대회 때 인터뷰했던 기자분은 아실 텐데, 나 의원이 무상급식이냐 무상급식 반대냐 주민투표를 하는 줄 알고 계시더라. 그래서 제가 잠깐 인터뷰를 중지시키고 오세훈 시장조차도 무상급식 범위를 자신이 이길만한 숫자를 만들어서 하고 있다. 어차피 주민투표 자체가 (보편적)무상급식 대 (선별적)무상급식 상황이라는 것을 말씀 드렸는데 잘 모르시더라. 나 의원은 어쨌든 무상급식은 포퓰리즘이라고 했다.”
김학영 씨는 나경원 의원 면전에서 직접 직언을 했다고 한다. 김 씨는 그때마다 나 의원은 “김 보좌관 하는 말은 반은 맞고, 반은 틀려 라고 하면서도 행동이나 얼굴 표정은 ‘네 말은 다 틀려’라고 하는 것 같았다. 굉장히 큰 벽에 대고서 주먹질을 하는 느낌이었다”라고 말했다.
“비판이 불편해서인지 보좌진은 어린 사람만 쓰는 것이 안타까웠다”
나경원 후보, 20일 새벽과 낮 두 차례 직접 전화 걸어
김 씨는 “(나 의원이) 비판적인 조언을 듣기 힘들어 한다. 제가 안타까웠던 것 중에 하나가 보좌진 구성이다. 경험 있고 조금이라도 자기와 다른 이야기 하는 사람을 불편해해서인지 보좌진은 어린 사람만 쓰면서 그때그때 너 뭐해, 뭐해 이런 식이다. 어린 친구들이 그나마 영민한 친구들이니까 이 정도 뒷받침이 된 거겠죠.”라고 말했다.
18일과 19일 김학영 씨가 블로그에 나경원 후보를 반대한다는 글을 올리고, 20일 새벽 0시 30분, 나경원 후보는 직접 김학영 씨에게 전화를 걸었다. 김 씨가 전화를 받지 않자, 이번에는 나 후보의 보좌관이 곧바로 전화를 걸었다. 나 의원은 이날 점심나절 또 직접 전화를 걸어 “김 보좌관, 섭섭한 거 있으면 풀어달라”고 말했다. 김학영 씨는 “제가 개인적으로 나 의원께 섭섭한 것은 없다. 선거 캠프에 참여하지 않는 이유를 말씀 드렸는데 잘 전달이 되지 않은 것 같다”고 하고 전화를 끊었다.
김 씨는 자신의 행동이 시민들이 “조금이라도 올바른 선택을 하는 것에 도움이 됐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진심이 전달됐으면 좋겠다”는 말도 여러 차례 했다. 그는 2007년 이상경 열린우리당 보좌관을 그만둔 후, ‘한-러 리더스 포럼’ 일을 해왔다. 한국과 러시아 교류협력 지원 등을 하는 단체다.
“제가 너무 이쪽저쪽 비판을 해서 원군이 없다. 노 대통령 비판도 많이 했었는데 노 대통령 생각하면 마음이 아프다. 한-러 리더스 포럼에 대해서 검찰이 노무현과 푸틴 사이에 정치자금 만드는 단체쯤으로 이해를 해서 저도 검찰의 수사대상이었다. 검찰이 제 계좌뿐만 아니라 제 집사람 계좌까지 다 뒤졌다. 이 정권은 정말 저질정권이다. 아니면 3류 소설가던지….”
김학영 씨는 “기왕에 이렇게 됐으니 (계획했던 글을 올리면서 계속 나 후보에 대해) 얘기를 하는 수밖에 없지 않냐”고 말했다. 그러면서 나 후보 측에서 ‘제2의 김대업’이라고 논평을 낸 것에 대해서는 “(명예훼손 등 법적 대응으로) 결론을 봐야 하겠다”고 말했다.
출처 : http://www.vop.co.kr/A00000441913.html
(민중의소리 / 정웅재 / 2011-10-21)
▲ 나경원 서울시장 후보를 반대한다는 글을 블로그에 올린 김학영 전 보좌관 ⓒ이승빈 기자 |
나경원 서울시장 후보 보좌관 출신으로 “나경원 서울시장 후보를 반대한다”는 글을 블로그에 올린 김학영(44) 씨를 21일 오전 경기도 일산에서 만났다. 김 씨는 기자를 보자마자 “밤 사이에 제가 김대업이 됐네요”라는 말로 인사를 대신했다.
“밤 사이 제가 김대업이 됐네요”
김학영 씨는 18일과 19일 자신의 블로그에 나경원 후보의 ‘판단력 부재’와 ‘이념적 경직성’을 지적하면서 “나경원 서울시장 후보를 반대한다”는 글을 올렸다. 김 씨는 2004년 초선이던 나경원 의원을 4개월가량 직접 보좌한 적이 있고, 올해 5월 말경부터 7월 초까지 기획본부장으로 나경원 후보의 한나라당 전당대회 출마를 도운 전력이 있어, 김 씨의 글은 트위터와 페이스북 등 SNS(소셜네트워크서비스)를 통해 빠르게 퍼졌다.
김 씨는 20일 저녁 인천 문학경기장에서 SK와 롯데의 플레이오프전을 관람했다. 고교동창들이 티켓을 준비해 마련한 자리였다. 경기 관람 중 핸드폰 밧데리가 방전된 김 씨는 당시 포털사이트 실시간 검색어에 본인의 이름이 오르면서 화제가 되고 있다는 사실을 몰랐다. 김 씨가 걱정된 지인이 같이 야구를 관람하던 김 씨의 고교동창에게 핸드폰 문자메시지로 사실을 알렸고, 김 씨도 경기를 다 보지 못하고 집으로 돌아왔다.
가족들의 걱정이 이만저만이 아니었다. 지인들로부터 걱정하는 전화도 여러 통 받았다고 했다. 그는 본지와의 2시간 인터뷰에서 블로그에 글을 올리게 된 이유와 그가 경험한 나경원 후보에 대해 차분하게 얘기했다.
김학영 씨는 “제 블로그는 저랑 친한 분들이 이야기를 주고받는 공간이다. 하루에 20~30명 정도 들어올까? 평소에 여행, 러시아, 요리에 대한 글을 올리고, 제가 (보좌관으로) 정치에 관여한 경력이 있어 시사적인 사안에 대해서도 제 의견을 올려놓는다. 그런 블로그에 글 하나 올린 건데 ‘제2의 김대업’이라고 하니 어처구니가 없다. 또 박원순 후보 캠프의 선거운동의 일환으로 글을 올린 것처럼 얘기하는 것도 상당히 난감한 얘기다”라고 말했다.
김학영 씨가 블로그에 올린 글과 관련해 나경원 후보 측은 20일 ‘김학영 씨의 처신에 짙은 정치공작 냄새가 난다’는 논평을 냈다. 김학영 씨는 글을 올리면서 이렇게 파장이 클 줄 예상하지 못했고, ‘제2의 김대업’이라는 명예훼손에 가까운 나경원 후보 측의 반응도 당황스럽다고 했다.
그는 선거시기 민감한 글을 올리게 된 이유에 대해 “어떻게 보면 이 글은 한때 보좌관을 했던 사람의 입장에서 애프터서비스라고 할 수 있다. 선거에 나온 사람들이 착각을 하는 게 이 선거에서 모든 게 끝난다고 생각하는데, 나 의원이 설령 낙선을 해도 나 의원의 정치적 노정에서 중요한 공부를 한 거라고 생각한다. 제가 블로그에 썼던 글은 (보좌관 시절) 있는 그대로 나 의원님께 드리던 얘기들이다. 그런 면에서 조언을 해 드리는 성격이었다”라고 말했다.
인터뷰 도중에도 끊이지 않고 전화벨이 울렸다. 그를 걱정하는 지인들, 그에게 궁금한 것이 있는 기자들의 전화였다. 한 기자가 그에게 블로그에 나 의원 비판 글을 올린 것에 대해 ‘양심선언’이라는 표현을 했다.
“방금 전화 온 기자분 말씀처럼 양심선언 이런 건 아닌데 굉장히 당황스럽다. 진심이라고 할까? 올해 7월 한나라당 전당대회 끝나고도 나 의원을 개인적으로 만나뵀다. 그때도 드렸던 말씀이 콘텐츠가 부족한 거는 앞으로 공부해서 채울 수 있다. 시각이 잘못된 것도 토론과정에서 정돈할 수 있는 시간이 많다. 하지만 그런 걸로 해결 안 되는 게 본인이 갖고 있는 자질, 태도 이런 거다.”
그는 서울시장 선거를 도와달라는 나 의원의 요청을 거절한 것도 “이러한 조언을 받아들이지 못하시는 것을 보고 바뀌지 않겠구나”라는 생각이 들어서였다고 말했다.
“속이 상해서 하는 얘기지만, 인생 편하게 살려면 여당 서울시장 출마하려는 분의 브레인으로서 전략하고 기획하고 하는 게 훨씬 편하게 사는 거라고 고민 안 한 거 아니다. 그런데 저는 아이들 키우는 입장에서 어떤 것이 아이들한테 바른 것을 보여주는 것인지 항상 고민을 한다. (나 의원이 현재로서는) 개선되기 어려운 상황에서 기능인으로, 선거쟁이로 일하는 것은 옳지 못하다고 생각해서 거절한 거다.”
그렇게 정치와 한 발 거리를 두고 나서 그는 서울시장 선거전을 보면서 속이 상했다고 말했다.
“선거가 오로지 (한나라당의) 네거티브로 되는 것이 속이 상했다. 저질선거라고 생각한다. 큰 차이로 지는 후보가 앞서가는 후보를 따라가는 방법으로 네거티브가 효과적이긴 하지만, 그렇게 하다 지면 나경원이라는 상품이 재기하기 어려울 수도 있다. 그래서 제가 나경원 캠프에 있는 후배들을 나무라기도 했다. 그런데 초지일관 네거티브 아니냐. 이건 후보 자신을 위해서도 안 좋은 거다. 또 네거티브 때문에 투표 자체를 포기하는 분들이 많을 것 같아 ‘제 판단은 이렇습니다’ 보여 드리려고 글을 올린 거다. 또 나경원 후보 쪽 분들이 제 블로그를 흘깃 보신다는 것을 알고 있었기 때문에 제 글을 보고 ‘생각을 좀 했으면 좋겠다’ 이런 생각이었다. 그래서 나 후보에 대한 글을 4~5편 정도 쓰려고 했다.”
“고민되지만 생각했던 글들 올릴 것”
▲ 김학영 전 보좌관 ⓒ이승빈 기자 |
김학영 씨의 아내는 ‘아무도 안 도와줄 텐데 왜 혼자 악역을 맡으려고 하느냐’면서 더 이상 글을 올리지 말라고 당부했다고 한다. 그 또한 “고민스럽긴 하다”고 말했다. 하지만 “나 의원님께 그리고 제 지인 분들께 드리고자 한 얘기를 (상황이 이렇다고) 안 드리는 것은 모양이 우스운 것 같다”라며 생각했던 글들을 올릴 것이라고 말했다. 그는 나 의원의 리더십 문제에 대한 글을 올릴 계획이다.
김학영 씨는 나경원 의원도 지지하는 대중이 많으니 좀 더 성장했으면 바란다고 말했다. 또 “한나라당이라고 해서 계속 엉터리 정치인만 나오는 것은 오히려 나쁘다. 교조주의적이지 않고 합리적이고, 상대방과 타협을 이끌어내기 위한 마음의 자세가 돼 있는 정치인들이 많아지는 게 바람직하고 의회주의 원칙에도 맞다”고 말했다. 나 의원과 자신의 괘는 다르지만 나 의원이 올바른 판단력과 정치력을 갖고 대중을 만족시킬 수 있는 정치인으로 자라길 바란다는 것이다.
2004년 자신의 정치색과는 맞지 않고 정강정책도 동의하지 못하는 한나라당 나경원 의원의 보좌관으로 들어간 것도 그런 이유라고 했다. 그러나 한나라당에서는 ‘스파이 아니냐’는 의심의 눈치를 보냈고, 이를 부담스러워한 나경원 의원도 그에게 입당을 요구했다. 하지만 한나라당 정강정책에 동의하지 않는데 입당은 할 수 없어서 2004년 국정감사를 끝내고 나 의원의 보좌관을 그만뒀다.
나 의원과 심각한 갈등을 겪으며 그만둔 것이 아니기 때문에, 김학영 씨도 자신을 대신해 나 의원을 보좌할 괜찮은 후배들을 추천했고, 나 의원도 서울대 법대 동기인 이상경 열린우리당 의원에게 김학영 씨를 추천했다.
앞서 김 씨는 1993년 말에 손세일 민주당 의원 비서관을 잠깐 지냈고, 1996년 고등학교, 대학교 선배인 김민석 민주당 의원의 선거기획실장으로 함께 선거를 치르고 김민석 의원 보좌관을 지냈다.
“전당대회 캠프 결합했는데 내용이 없어서, 슬로건부터 정책까지 급조했다”
나경원 의원과 인연이 이어진 것은 지난 5월이었다. 나 의원 보좌관으로부터 나경원 의원이 만나고 싶어 한다는 연락이었다.
“왜 만나자는 지는 모르고 뵀다. 취지는 그런 거였다. 무상급식 주민투표가 끝나면 오세훈 시장이 물러날 것 같다. 그래서 서울시장 보궐선거 출마를 생각하고 있다. 보궐선거를 준비할 사람이 없으니 함께 도와줬으면 좋겠다. 그래서 그때 결합했다.”
그러나 나경원 의원은 준비돼 있는 게 아무것도 없었다고 했다.
“나 의원 캠프에 결합하고 제가 굉장히 놀랐던 거는 준비돼 있는 내용이 없었다. 전당대회에서 당 대표가 또는 최고위원이 되면 무엇을 하겠다는 것도 없고, 슬로건부터 정책까지 급조했던 기억이 난다. 내가 정치인으로 뭘 하겠다는 내용도 없이 전당대회를 치른 거다. 7월에 전당대회 끝나고 서울시장 선거에 나오셨는데 콘텐츠가 당신 것이 없다. 지금 발표한 나경원 후보의 서울시장 공약은 오세훈 시장의 시정계획과 똑같다.”
김학영 씨는 “결국 자리에만 연연하는 공명심”이라며 “(나 의원이) 자리만 연연하는 정치인이 되는 것이 바람직하지 않다”고 말했다. “무엇을 위해 서울시장이 되겠다. 서울시장이 되면 무엇을 하겠다는 게 없는 상황에서 자리만 탐하는 정치인이 되지 않기를 바라는 마음을 (블로그에 올릴) 글에서 자세하게 쓰려고 한다.”
그는 “(나경원 의원이 2004년부터) 국회의원 7년 정도의 시간이면 정치인으로서 자기가 지향하는 분야에서 자기 주관을 갖고 무엇이 문제고, 어떻게 하겠다, 그래서 나는 이걸 위해 서울시장이 되겠다, 이걸 위해 대통령이 되겠다 하는 게 있어야 하는데, 그런 면에서 나 의원은 전혀 발전하고 있지 않다”고 말했다.
그러나 그는 블로그에 올린 글에서 나경원 의원이 무척 성실하다고 평가했다. “국회의원으로서 일정에 충실하다는 거죠. 나 의원이 서울대 법대를 졸업하고 사법시험에 합격한 재원 아니냐. 이런 분들이 국민을 위해서 열심히 공부를 한다면 얼마나 멋진 정책들이 나오겠냐. 지역구 선거에 밤잠 안 자고 뛰는 성실함을 넘어서 내용을 채우는데 성실해야 한다.”
“콘텐츠 없이 자리만 연연하는 정치인 바람직하지 않아”
“자신과 견해나 처지가 다른 사람들 이야기는 들으려고 하지 않아”
김학용 씨는 “콘텐츠를 갖고, 그 콘텐츠를 실현하기 위해 자리를 갖겠다는 것은 바람직하지만, 자리를 차지하기 위해서 마치 내가 많은 콘텐츠를 갖고 있는 것처럼 이미지로만 보이는 것은 본인한테 해롭다. 또 대중적 이미지만 갖고 그분을 선택한 국민들은 뭐가 되느냐”라고 말했다.
그는 블로그에 올린 글에서 나경원 후보가 “이념적 편향이 강하다”면서, 그 예로 노조에 대한 거부감 등을 예로 들었다.
“2004년 제가 나 의원을 보좌할 때, 나 의원에게 말한 것이 노조나 시민단체를 만나서 그쪽으로 성향을 가져 달라는 게 아니었다. 여러 의견을 가진 사람들을 두루 만나고 어려운 상황에 있는 민원인도 직접 만나서 듣고 본인이 정리하는 것도 굉장한 공부가 된다. 그런데 나 의원이 그런 걸 잘 안 한다. 지난번 전당대회 때도 명동 세입자 분들이 나 의원 만나기 위해서 굉장히 애를 썼는데 결국은 못 만났다. 나 의원이 거기에 대해서 보좌관이 안 알려줬다고 했는데, 보좌관이 뭐 대단하다고 그거를 컷트했겠냐. 본인이 워낙 안 만나려고 하시니까 그런 거죠. 무슨 일만 터지면 보좌관이 안 알려줘서 나는 모른다고 하면….”
김학영 씨는 “초기에 나 의원에게 대중 정치인으로서의 서민 지향의 필요성을 말씀 드렸는데, ‘아무리 그렇다고 해도 내가 시장에 가서 옷을 사 입을 수는 없지 않아?’라는 사고방식을 갖고 있어서 굉장히 놀랐다”라고 말했다.
그는 “대중 정치인으로 나섰으면 내가 아무리 돈이 많아도, 명품 옷과 명품 시계를 사고 싶어도 그런 거는 짝퉁밖에 못사는 서민들도 생각하고, 풍족하게 지내지 않으려고 하는 절제나 인내도 중요한 덕목”이라며 나 의원이 그런 점이 부족하다고 말했다.
김학영 씨는 “나 의원이 자신과 견해나 처지가 다른 사람들의 이야기는 잘 들으려고 하지 않는다”라며 “정치적 목적으로 내용 없는 주장을 하는 것은 전과 달라진 모습이다”라고 꼬집기도 했다.
“무상급식 같은 게 그런 예였다. 지난번 전당대회 때 인터뷰했던 기자분은 아실 텐데, 나 의원이 무상급식이냐 무상급식 반대냐 주민투표를 하는 줄 알고 계시더라. 그래서 제가 잠깐 인터뷰를 중지시키고 오세훈 시장조차도 무상급식 범위를 자신이 이길만한 숫자를 만들어서 하고 있다. 어차피 주민투표 자체가 (보편적)무상급식 대 (선별적)무상급식 상황이라는 것을 말씀 드렸는데 잘 모르시더라. 나 의원은 어쨌든 무상급식은 포퓰리즘이라고 했다.”
김학영 씨는 나경원 의원 면전에서 직접 직언을 했다고 한다. 김 씨는 그때마다 나 의원은 “김 보좌관 하는 말은 반은 맞고, 반은 틀려 라고 하면서도 행동이나 얼굴 표정은 ‘네 말은 다 틀려’라고 하는 것 같았다. 굉장히 큰 벽에 대고서 주먹질을 하는 느낌이었다”라고 말했다.
“비판이 불편해서인지 보좌진은 어린 사람만 쓰는 것이 안타까웠다”
나경원 후보, 20일 새벽과 낮 두 차례 직접 전화 걸어
▲ 김학영 전 보좌관 ⓒ이승빈 기자 |
김 씨는 “(나 의원이) 비판적인 조언을 듣기 힘들어 한다. 제가 안타까웠던 것 중에 하나가 보좌진 구성이다. 경험 있고 조금이라도 자기와 다른 이야기 하는 사람을 불편해해서인지 보좌진은 어린 사람만 쓰면서 그때그때 너 뭐해, 뭐해 이런 식이다. 어린 친구들이 그나마 영민한 친구들이니까 이 정도 뒷받침이 된 거겠죠.”라고 말했다.
18일과 19일 김학영 씨가 블로그에 나경원 후보를 반대한다는 글을 올리고, 20일 새벽 0시 30분, 나경원 후보는 직접 김학영 씨에게 전화를 걸었다. 김 씨가 전화를 받지 않자, 이번에는 나 후보의 보좌관이 곧바로 전화를 걸었다. 나 의원은 이날 점심나절 또 직접 전화를 걸어 “김 보좌관, 섭섭한 거 있으면 풀어달라”고 말했다. 김학영 씨는 “제가 개인적으로 나 의원께 섭섭한 것은 없다. 선거 캠프에 참여하지 않는 이유를 말씀 드렸는데 잘 전달이 되지 않은 것 같다”고 하고 전화를 끊었다.
김 씨는 자신의 행동이 시민들이 “조금이라도 올바른 선택을 하는 것에 도움이 됐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진심이 전달됐으면 좋겠다”는 말도 여러 차례 했다. 그는 2007년 이상경 열린우리당 보좌관을 그만둔 후, ‘한-러 리더스 포럼’ 일을 해왔다. 한국과 러시아 교류협력 지원 등을 하는 단체다.
“제가 너무 이쪽저쪽 비판을 해서 원군이 없다. 노 대통령 비판도 많이 했었는데 노 대통령 생각하면 마음이 아프다. 한-러 리더스 포럼에 대해서 검찰이 노무현과 푸틴 사이에 정치자금 만드는 단체쯤으로 이해를 해서 저도 검찰의 수사대상이었다. 검찰이 제 계좌뿐만 아니라 제 집사람 계좌까지 다 뒤졌다. 이 정권은 정말 저질정권이다. 아니면 3류 소설가던지….”
김학영 씨는 “기왕에 이렇게 됐으니 (계획했던 글을 올리면서 계속 나 후보에 대해) 얘기를 하는 수밖에 없지 않냐”고 말했다. 그러면서 나 후보 측에서 ‘제2의 김대업’이라고 논평을 낸 것에 대해서는 “(명예훼손 등 법적 대응으로) 결론을 봐야 하겠다”고 말했다.
출처 : http://www.vop.co.kr/A00000441913.html
No comments:
Post a Commen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