5년치 회계장부 무단소각했던 ‘비리사학’… 나경원 후보는 부친 사학재단의 현 이사[단독] ‘인터넷 루머’ 설명했다는 부친 사학에선 무슨 일이?
나경원 서울시장 한나라당 후보는 정봉주 전 열린우리당 의원이 제기한 부친 소유 사학재단의 감사배제 청탁 의혹을 부인하면서 “당시 (부친 사학은) 감사를 받을 상황은 아니었다”고 해명했지만, 정작 그 사학재단는 2000년 국정감사기간 17개 비리사학으로 지목됐던 것으로 확인됐다.
또 당시 학교경영에 깊숙이 관여한 부친의 최측근 인사가 사립학교법상 5년치 장부와 서류를 보관해야 하는 법령을 어기고 회계장부 일체를 소각하는 등 국감 때 유일하게 자료제출을 거부한 사학이었던 것으로 드러났다. 국정감사에서 문제 될 것을 우려해 회계장부를 모조리 없애버려 사립학교법과 공공기관의 기록물 관리에 의한 법률을 위반한 것이다. 당시 이 사건에 대한 책임을 지고 나 후보의 부친인 나채성 교장과 측근 인사가 동반사퇴하기도 했던 것으로 밝혀졌다.
또한 나 후보는 부친 사학은 자신과 관련이 없으며 이번 선거는 내 선거라고 주장했지만, <오마이뉴스> 취재결과, 나 후보 자신도 부친이 소유한 홍신학원의 이사로 현재도 재직 중이다. 홍신학원 등기사항 전부 증명서에 따르면, 나 후보는 2001년 6월 이사로 취임했고 현재까지 10년째 계속 이사직을 수행하고 있다. 정 전 의원과 만났던 2005년에도 홍신학원 이사였다.
# 의혹 1. 전교조 교사들의 감사요구가 홍신학원? 동일학원!
“당시 아버지 학교에 전교조 교사가 많았는데 그쪽에서 (학교운영과 관련해) 문제를 삼아 교육부 감사를 요청했다. 그런데 그 문제는 교과부 감사대상이 될 만한 사항이 아니었다. 당시 정봉주 의원에게 ‘전교조가 문제를 제기한 것이 사실이 아니다’고 설명했을 뿐, 빼달라 말라 한 적은 없다.”
정봉주 전 의원이 지난 13일 녹음된 ‘나꼼수’ 23회를 통해 “2005년 사립학교법 개정논의가 진행 중일 때 나 후보는 당시 국회 교육과학기술위원회 위원이던 나를 찾아왔다”며 “아버지 소유의 학교를 교과부 감사에서 제외해 달라고 요청했다”고 밝힌 데 대한 안형환 대변인의 해명이다.
그러나 이 같은 한나라당의 해명은 <오마이뉴스> 취재결과 사실이 아닌 것으로 드러났다. 전국교직원노동조합에 따르면, 2005년 당시 나경원 후보의 부친 나채성(73) 씨가 소유했던 홍신학원 소속 전교조 교사들은 교육부에 감사요구를 한 바 없다. 교육부에도 홍신학원 교사들이 2005년 감사요구를 했다는 자료는 없는 것으로 알려졌다.
<오마이뉴스>가 서울교육청 감사관실을 통해 확인한 바에 따르면, 홍신학원은 2004년 이후 정기 감사를 제외하고는 특별감사를 받은 기록조차 없다. 다만, 화곡고등학교의 불법찬조금 모금 및 집행에 관한 감사 등이 진행되기는 했다.
이처럼 2005년 당시 홍신학원 소속 전교조 교사들이 교육부에 감사요구를 한 바 없는데, 왜 나 후보 측은 전교조 교사들이 교육부에 감사를 요청했다고 주장했을까. 나 후보 부친 나채성 씨가 어떤 지위를 갖고 있었기에 이런 해명이 나온 것일까.
2005년 당시 나경원 후보의 부친 나채성 씨는 모두 6개 법인의 17개 학교, 2개 유치원 해서 모두 19개 교육기관의 이사 또는 감사로 재직했다.
17대 국회 교육 상임위원이던 민주당 이경숙, 안민석, 민주노동당 권영길 의원이 교육부 제출 자료를 종합한 명단에 따르면, 그는 선일학원(선일초, 선일여중, 선일여고, 선일여상, 선일유치원), 동구학원(동구여중, 동구여상), 홍신학원(화곡중, 화곡고, 화곡보건경영고, 홍신유치원), 서울 동일학원(동광초, 동일중, 동일여고, 동일여전고, 동일유치원), 경기 연풍학원(파주중, 파주공고), 인천 상명학원(인명여고)의 임원(이사 또는 감사)으로 재직했다.
2005년 당시 나채성 씨는 자신이 소유한 홍신학원 이사장이자 동일학원의 이사였던 것이다. 교육계 사정에 밝은 한 관계자에 따르면, 동일학원 이사장 김동섭 씨는 나채성 씨의 ‘멘토’로 불린다. 그만큼 양측이 가깝다는 얘기다.
당시 동일학원에는 급식비리를 비롯해 업무상 횡령 등 사학비리가 심각했고, 전교조 교사들은 이를 문제 삼아 교육부 감사를 요구했다. 교육부 산하 서울교육청(당시 공정택 교육감)은 2003년 5월 7일부터 23일까지 동일학원에 대한 특별감사를 실시했다.
그 결과 ▲ 국유재산 점유 변상금 등 학교회계 부당지출 ▲ 동창회 입회비 불법 모금 및 부당사용 ▲ 학생급식비 중 감가상각비 불법 적립 등의 문제점을 밝혀냈고, 관련자를 징계했다. 당시 서울교육청은 동일학원으로부터 15억 5천만 원의 재정을 환수 조치하라고 명령했다.
그러나 동일학원은 이 같은 서울교육청의 특별감사처분에 불복하고 행정소송을 제기했다. 2005년 감사원 감사에서는 서울교육청이 동일학원 감사처분 이행명령을 제대로 이행하지 않은 점 등을 문제 삼아, 동일학원에 대한 이사승인 취소 등 사후조치를 하지 않는 서울교육청에 시정명령을 요구하기도 했다. 그리고 2009년 4월 대법원은 동일학원의 상고를 기각해 서울교육청 감사 지적이 정당하다는 사실을 확정했다.
나경원 후보 측에서 밝힌 전교조 감사요청 사학은 부친의 사학재단(홍신학원)이 아니라 부친이 이사로 재임했던 동일학원이었고, 이 사학에 대한 전교조의 의혹 제기는 대법원 판결에 의해 사실로 밝혀진 것이다.
당시 동일학원 소속 동일여고 교사였던 조연희 현 전교조 대외협력실장은 17일 <오마이뉴스>와 만나 “2005년 홍신학원 소속 교사들은 교육부에 감사요구를 한 적이 없다”며 “그 시절 감사원에 감사요구를 한 것은 동일학원 소속 전교조 교사들”이라고 밝혔다.
조 실장은 “이 문제로 싸우다 전교조 소속 교사 3명이 해직됐고 나도 그 중 하나”라며 “2005년 사립학교법 개정운동이 한창이던 때 직위해제 된 상태에서 1인 시위를 했고 당시 나경원 씨도 국회의원이 된 상태에서 홍신학원 이사를 겸직하고 있었기 때문에 동일학원 사태를 모를 리 없을 것”이라고 전했다.
만일, 이 시기에 제대로 감사를 해 이사승인이 취소됐다면 어떻게 됐을까? 나 후보의 아버지는 당시 재직 중이던 동일학원에서 더 이상은 이사직을 수행할 수 없게 되는 것이다.
당시 나 후보와 만났던 정 전 의원은 17일 <오마이뉴스>와 한 통화에서 “정봉주에게 청탁한 일이 없고 교과위에 가지도 않았다는 애초의 주장은 모두 거짓말”이라며 “친하니까 내 방에 왔었던 것”이라고 말하며 당시 상황을 설명했다.
“당시 나 후보는 나를 찾아와 아버지 소유 학교에 대해 설명했다. 그 학교는 감사대상도 아니라고 했고, 전교조가 문제를 제기하는 게 있는데 (사실은) 그렇지 않다고 했다. 사실 당시 감사대상을 정한 상태가 아니라 보좌관에게 물었다. 나경원 의원이 말하는 학교가 어디냐.
나중에 확인해보니, ‘감사대상도 아니다’라고 밝힌 학교는 홍신학원이었고, ‘전교조 교사들이 문제를 제기한다’는 학교는 동일학원이었다. 결과적으로 나 의원은 홍신학원과 동일학원 전체를 묶어 사학법 문제와 관련해 나한테 찾아와 부탁을 한 것이다.”
# 의혹 2. “회계장부 일체 소각했다”며 국감자료제출 ‘유일 거부’한 홍신학원
여기서 또 하나의 의문점이 생긴다. 홍신학원에는 무슨 일이 있었던 것일까? 2000년 당시 나 후보의 집안에서 운영하던 홍신학원은 청소용품과 공사비 등의 유용 의혹이 제기돼 국정감사에서 지적을 받는다. 당시 국회 교육과학기술위원회 소속이었던 임종석 의원 보좌진들에 따르면, 2000년 국감 당시 비리사학 17개에 대한 자료요구를 요청했다. 그러나 유독 홍신학원만 자료제출을 하지 않았다.
임종석 전 의원은 2000년 10월 23일 당시 국회 교육위 국정감사에서 이 점을 지적한다. 당시 질의자료를 보면, 임 의원은 “사학재단 문제에 대해 조사하고 연구해서 우리 사학 운영의 투명성에 도움이 되고자 했으나 사학재단들이 듣기 민망할 정도의 이유까지 들어가면서 50여 일을 질질 끌다가 국정감사가 임박해 자료를 냈으나 그중 끝내 화곡중·고등학교, 화곡여자정보산업고를 갖고 있는 홍신학원만 유일하게 자료를 내지 않았다”고 지적했다.
이어 임 의원은 “홍신학원이 자료제출을 하지 않는 이유로 학교 행정실장(김경수 현 이사)이 얘기한 것은 지난 3월 감사 이후에 장부 일체를 소각했다는 것”이라며 “(유인종 교육감을 향해) 이것이 가능하냐”고 질의했다.
이에 대해 유 당시 교육감은 “그렇지 않아도 그 문제는 저희들이 국정감사가 끝나고 특별감사를 해서 시시비비를 가려내려고 한다”고 밝혔다.
임 의원은 “2년 반의 장부를 달라고 했는데 올해(2000년) 것도 전혀 내지 않으면서 장부를 소각했다는 것은 있을 수 없는 일”이라고 지적했다.
또한 임 의원은 이날 서면질의 답변을 통해 연이어 질의했고, 이에 대해 서울교육청은 “자료제출을 거부한 홍신학원에 대해 재정지원 중단 등의 조치를 취할 예정임을 통보했으나 학교서류를 소각한 사실을 나중에 알게 됐다”며 “사립학교법 제32조의 규정에 의하면 학교법인은 장부 또는 서류를 항상 비치해야 하고 공공기관의 기록물 관리에 관한 법률 시행령 제15조의 규정에 의하면 5년간 보존해야 하는데 홍신학원은 서류를 무단 폐기했다”고 지적했다.
따라서 서울교육청은 “서류를 무단 폐기한 홍신학원에 대해서는 사립학교법 및 공공기관의 기록물 관리에 의한 법률에 따라 조치가 가능하다”며 “홍신학원의 서류 비치 여부 및 보관 상태 등에 대한 현지감사를 실시하고 그 결과에 따라 관계규정에 의해 조치하는 방안을 강구하겠다”고 밝혔다.
당시 이 사건에 대한 책임을 지고 나채성 교장과 김경수 행정실장이 동반사퇴 했으나, 나 교장은 2001년 3월부터 현재까지 홍신학원 이사장으로, 김경수 실장은 2005년 11월 등기이사로 재취임했다. <홍신학원 30년사>와 교사들의 증언 등에 따르면, 나채성 씨와 김경수 실장은 동창생으로 김경수 씨는 개교 공신이자 나채성 씨의 최측근으로 알려져 있다.
# 의혹 3. 나경원 후보는 2005년 무슨 자격으로 정봉주 의원을 만났나
나경원 후보는 이번 선거기간 내내 자신의 아버지 소유의 사학재단 얘기가 나오면 냉소적 태도로 일관했다. 특히 지난 17일 MBC 라디오 <손석희의 시선집중>에서는 손 교수의 질문을 막아서며 “제 선거와 관련해 자꾸 아버님과 관련된 의혹을 이야기하는 것에 대해서는 제가 일일이 대응할 필요가 없다고 생각합니다”라며 말을 끊었다.
또 손 교수가 “야당 쪽에서는 후보검증이라고 생각하지 않겠느냐”고 반문하자 “아버님과 관련된 것에 대해선 말씀을 드릴 필요가 없다, 이번 선거는 제 선거다, 서울시장 후보는 나경원”이라고 강조했다.
나경원 후보의 주장대로 과연 나 후보는 부친 소유의 사학재단인 홍신학원과 아무 관계가 없는 것일까.
<오마이뉴스>가 확보한 홍신학원 등기사항 전부 증명서에 따르면, 나경원 후보는 2001년 6월 19일 이사로 취임했다. 2001년 7월 4일 등기이사로 등록됐으며, 2005년 2월 25일 중임돼 현재까지 이사직을 유지하고 있다.
그러니까 정봉주 의원과 만났던 2005년 시점에도 그는 홍신학원 이사였다. 집안의 가업으로 운영되는 사학재단의 이사장은 아버지였고, 딸은 이사였던 것이다. <홍신학원 30년사> 등의 자료에 의하면 개교 초창기 어린 아이였던 시절부터 나의원의 사진이 여러 차례 등장한다. 그것은 현재 시점에서도 마찬가지다.
따라서 나 후보의 주장대로 아버지 소유 사학재단인 홍신학원과 자신은 아무런 관련이 없다는 것은 납득하기 어렵다.
물론, 사립학교법 제21조(임원선임의 제한)에 따르면, 이사회 구성에서 민법 제777조에 규정된 친족관계에 있는 자가 그 정수의 4분의 1을 초과해서는 안 된다고 규정하고 있다. 그러니 이사의 구성 중에 아버지와 딸이 이사장과 이사의 관계로 있어도 법에 저촉되는 것은 아니다.
문제는 2005년 당시 나 후보의 방문을 정봉주 의원이 어떻게 받아들였을까 하는 점이다. 정 전 의원은 <오마이뉴스>와 한 통화에서 “(2005년) 당시 나 후보와 친한 사이였기 때문에 더욱더 부담을 느꼈다”며 “당시 상당한 압박감을 느꼈던 게 사실”이라고 말했다.
나경원 측 “모든 의혹 걸고 공개 TV토론 하자”
나경원 후보는 사학재단과 떼려야 뗄 수 없는 깊은 관계에 놓여 있다. 그의 아버지는 물론 가족이 이어온 가업이 사학이기 때문이다. 그리고 현재 아버지가 운영하는 사학의 이사다. 이것은 그가 판사였던 시절부터 이어온 일이다. 그러니, 아무 관계가 없다는 주장은 설득력을 얻기 어렵다.
당시 동일학원으로부터 해직된 교사 조연희 실장은 “그가 17대 국회의원이자 사학재단 이사로 사립학교법 개정에 반대했다는 것을 용납할 수 없다”며 “자기 아버지 소유의 사학을 지키기 위해 딸은 박근혜 전 대표와 함께 거리로 나가 사학법 개정 반대 촛불시위를 한 것”이라고 비판했다.
이어 조 실장은 “대대손손 사학을 집안일로 하기 위한 의도가 아니라면 왜 당시 정봉주 의원을 찾아가 학교 문제를 의논하고 당부했겠는가”라며 “국민들이 국회의원을 뽑아준 것은 가족의 사적 이윤을 추구하라는 게 아니라 공인으로서 자기 역할을 해달라는 것인데 이를 무참히 짓밟은 것”이라고 개탄했다.
무엇보다 조 실장은 “당시 사학에 대해 제대로 감사했다면 문제의 사학 동일학원에도 임시이사가 파견됐을 것이고 그랬다면 나와 같은 전교조 교사들이 해직되지 않았을 것”이라며 “결국 한나라당 의원들의 정치로비로 공룡사학만 키우게 되는 것 같다”고 한탄했다.
한편, 나 후보 측의 이종현 공보특보는 18일 <오마이뉴스>와 한 통화에서 “(아버지 사학 관련해서는) 오래된 사안이라서 후보조차도 잊고 지냈던 일인데 그걸 정봉주 전 의원이 제기하는 바람에 다시 기억해내고 있는 상황”이라며 “당시 정 의원과 만나 얘기할 때도 가볍게 얘기했고 지나가는 소리로 웃고 지나친 일”이라고 밝혔다.
다만 현재 불거진 의혹과 관련해서는 “박원순 후보 측의 의혹사항과 나 후보의 의혹 사항을 다 까놓고 공개 TV토론을 통해 진실을 명명백백히 밝히기를 원한다”고 밝혔다.
출처 : http://www.ohmynews.com/NWS_Web/View/at_pg.aspx?CNTN_CD=A0001642401&PAGE_CD=N0000&BLCK_NO=3&CMPT_CD=M0001
(오마이뉴스 / 장윤선 / 2011-10-19)
나경원 서울시장 한나라당 후보는 정봉주 전 열린우리당 의원이 제기한 부친 소유 사학재단의 감사배제 청탁 의혹을 부인하면서 “당시 (부친 사학은) 감사를 받을 상황은 아니었다”고 해명했지만, 정작 그 사학재단는 2000년 국정감사기간 17개 비리사학으로 지목됐던 것으로 확인됐다.
또 당시 학교경영에 깊숙이 관여한 부친의 최측근 인사가 사립학교법상 5년치 장부와 서류를 보관해야 하는 법령을 어기고 회계장부 일체를 소각하는 등 국감 때 유일하게 자료제출을 거부한 사학이었던 것으로 드러났다. 국정감사에서 문제 될 것을 우려해 회계장부를 모조리 없애버려 사립학교법과 공공기관의 기록물 관리에 의한 법률을 위반한 것이다. 당시 이 사건에 대한 책임을 지고 나 후보의 부친인 나채성 교장과 측근 인사가 동반사퇴하기도 했던 것으로 밝혀졌다.
또한 나 후보는 부친 사학은 자신과 관련이 없으며 이번 선거는 내 선거라고 주장했지만, <오마이뉴스> 취재결과, 나 후보 자신도 부친이 소유한 홍신학원의 이사로 현재도 재직 중이다. 홍신학원 등기사항 전부 증명서에 따르면, 나 후보는 2001년 6월 이사로 취임했고 현재까지 10년째 계속 이사직을 수행하고 있다. 정 전 의원과 만났던 2005년에도 홍신학원 이사였다.
 |
| ▲ 지난 2006년 7월 11일 동일여고 재단 비리를 외치다 해직된 조연희, 박승진, 음영소 전직 교사들이 길거리 수업을 했다. ⓒ나영준 |
# 의혹 1. 전교조 교사들의 감사요구가 홍신학원? 동일학원!
“당시 아버지 학교에 전교조 교사가 많았는데 그쪽에서 (학교운영과 관련해) 문제를 삼아 교육부 감사를 요청했다. 그런데 그 문제는 교과부 감사대상이 될 만한 사항이 아니었다. 당시 정봉주 의원에게 ‘전교조가 문제를 제기한 것이 사실이 아니다’고 설명했을 뿐, 빼달라 말라 한 적은 없다.”
정봉주 전 의원이 지난 13일 녹음된 ‘나꼼수’ 23회를 통해 “2005년 사립학교법 개정논의가 진행 중일 때 나 후보는 당시 국회 교육과학기술위원회 위원이던 나를 찾아왔다”며 “아버지 소유의 학교를 교과부 감사에서 제외해 달라고 요청했다”고 밝힌 데 대한 안형환 대변인의 해명이다.
그러나 이 같은 한나라당의 해명은 <오마이뉴스> 취재결과 사실이 아닌 것으로 드러났다. 전국교직원노동조합에 따르면, 2005년 당시 나경원 후보의 부친 나채성(73) 씨가 소유했던 홍신학원 소속 전교조 교사들은 교육부에 감사요구를 한 바 없다. 교육부에도 홍신학원 교사들이 2005년 감사요구를 했다는 자료는 없는 것으로 알려졌다.
<오마이뉴스>가 서울교육청 감사관실을 통해 확인한 바에 따르면, 홍신학원은 2004년 이후 정기 감사를 제외하고는 특별감사를 받은 기록조차 없다. 다만, 화곡고등학교의 불법찬조금 모금 및 집행에 관한 감사 등이 진행되기는 했다.
이처럼 2005년 당시 홍신학원 소속 전교조 교사들이 교육부에 감사요구를 한 바 없는데, 왜 나 후보 측은 전교조 교사들이 교육부에 감사를 요청했다고 주장했을까. 나 후보 부친 나채성 씨가 어떤 지위를 갖고 있었기에 이런 해명이 나온 것일까.
2005년 당시 나경원 후보의 부친 나채성 씨는 모두 6개 법인의 17개 학교, 2개 유치원 해서 모두 19개 교육기관의 이사 또는 감사로 재직했다.
17대 국회 교육 상임위원이던 민주당 이경숙, 안민석, 민주노동당 권영길 의원이 교육부 제출 자료를 종합한 명단에 따르면, 그는 선일학원(선일초, 선일여중, 선일여고, 선일여상, 선일유치원), 동구학원(동구여중, 동구여상), 홍신학원(화곡중, 화곡고, 화곡보건경영고, 홍신유치원), 서울 동일학원(동광초, 동일중, 동일여고, 동일여전고, 동일유치원), 경기 연풍학원(파주중, 파주공고), 인천 상명학원(인명여고)의 임원(이사 또는 감사)으로 재직했다.
2005년 당시 나채성 씨는 자신이 소유한 홍신학원 이사장이자 동일학원의 이사였던 것이다. 교육계 사정에 밝은 한 관계자에 따르면, 동일학원 이사장 김동섭 씨는 나채성 씨의 ‘멘토’로 불린다. 그만큼 양측이 가깝다는 얘기다.
당시 동일학원에는 급식비리를 비롯해 업무상 횡령 등 사학비리가 심각했고, 전교조 교사들은 이를 문제 삼아 교육부 감사를 요구했다. 교육부 산하 서울교육청(당시 공정택 교육감)은 2003년 5월 7일부터 23일까지 동일학원에 대한 특별감사를 실시했다.
그 결과 ▲ 국유재산 점유 변상금 등 학교회계 부당지출 ▲ 동창회 입회비 불법 모금 및 부당사용 ▲ 학생급식비 중 감가상각비 불법 적립 등의 문제점을 밝혀냈고, 관련자를 징계했다. 당시 서울교육청은 동일학원으로부터 15억 5천만 원의 재정을 환수 조치하라고 명령했다.
그러나 동일학원은 이 같은 서울교육청의 특별감사처분에 불복하고 행정소송을 제기했다. 2005년 감사원 감사에서는 서울교육청이 동일학원 감사처분 이행명령을 제대로 이행하지 않은 점 등을 문제 삼아, 동일학원에 대한 이사승인 취소 등 사후조치를 하지 않는 서울교육청에 시정명령을 요구하기도 했다. 그리고 2009년 4월 대법원은 동일학원의 상고를 기각해 서울교육청 감사 지적이 정당하다는 사실을 확정했다.
나경원 후보 측에서 밝힌 전교조 감사요청 사학은 부친의 사학재단(홍신학원)이 아니라 부친이 이사로 재임했던 동일학원이었고, 이 사학에 대한 전교조의 의혹 제기는 대법원 판결에 의해 사실로 밝혀진 것이다.
당시 동일학원 소속 동일여고 교사였던 조연희 현 전교조 대외협력실장은 17일 <오마이뉴스>와 만나 “2005년 홍신학원 소속 교사들은 교육부에 감사요구를 한 적이 없다”며 “그 시절 감사원에 감사요구를 한 것은 동일학원 소속 전교조 교사들”이라고 밝혔다.
조 실장은 “이 문제로 싸우다 전교조 소속 교사 3명이 해직됐고 나도 그 중 하나”라며 “2005년 사립학교법 개정운동이 한창이던 때 직위해제 된 상태에서 1인 시위를 했고 당시 나경원 씨도 국회의원이 된 상태에서 홍신학원 이사를 겸직하고 있었기 때문에 동일학원 사태를 모를 리 없을 것”이라고 전했다.
만일, 이 시기에 제대로 감사를 해 이사승인이 취소됐다면 어떻게 됐을까? 나 후보의 아버지는 당시 재직 중이던 동일학원에서 더 이상은 이사직을 수행할 수 없게 되는 것이다.
당시 나 후보와 만났던 정 전 의원은 17일 <오마이뉴스>와 한 통화에서 “정봉주에게 청탁한 일이 없고 교과위에 가지도 않았다는 애초의 주장은 모두 거짓말”이라며 “친하니까 내 방에 왔었던 것”이라고 말하며 당시 상황을 설명했다.
“당시 나 후보는 나를 찾아와 아버지 소유 학교에 대해 설명했다. 그 학교는 감사대상도 아니라고 했고, 전교조가 문제를 제기하는 게 있는데 (사실은) 그렇지 않다고 했다. 사실 당시 감사대상을 정한 상태가 아니라 보좌관에게 물었다. 나경원 의원이 말하는 학교가 어디냐.
나중에 확인해보니, ‘감사대상도 아니다’라고 밝힌 학교는 홍신학원이었고, ‘전교조 교사들이 문제를 제기한다’는 학교는 동일학원이었다. 결과적으로 나 의원은 홍신학원과 동일학원 전체를 묶어 사학법 문제와 관련해 나한테 찾아와 부탁을 한 것이다.”
 |
| ▲ 학교법인 홍신학원 등기사항전부증명서 일부, 홍신학원 임원에 관한 사항이 기록된 이 자료에는 나경원 한나라당 서울시장 후보와 그의 아버지 나채성 씨가 등재돼 있다. ⓒ오마이뉴스 |
# 의혹 2. “회계장부 일체 소각했다”며 국감자료제출 ‘유일 거부’한 홍신학원
여기서 또 하나의 의문점이 생긴다. 홍신학원에는 무슨 일이 있었던 것일까? 2000년 당시 나 후보의 집안에서 운영하던 홍신학원은 청소용품과 공사비 등의 유용 의혹이 제기돼 국정감사에서 지적을 받는다. 당시 국회 교육과학기술위원회 소속이었던 임종석 의원 보좌진들에 따르면, 2000년 국감 당시 비리사학 17개에 대한 자료요구를 요청했다. 그러나 유독 홍신학원만 자료제출을 하지 않았다.
임종석 전 의원은 2000년 10월 23일 당시 국회 교육위 국정감사에서 이 점을 지적한다. 당시 질의자료를 보면, 임 의원은 “사학재단 문제에 대해 조사하고 연구해서 우리 사학 운영의 투명성에 도움이 되고자 했으나 사학재단들이 듣기 민망할 정도의 이유까지 들어가면서 50여 일을 질질 끌다가 국정감사가 임박해 자료를 냈으나 그중 끝내 화곡중·고등학교, 화곡여자정보산업고를 갖고 있는 홍신학원만 유일하게 자료를 내지 않았다”고 지적했다.
이어 임 의원은 “홍신학원이 자료제출을 하지 않는 이유로 학교 행정실장(김경수 현 이사)이 얘기한 것은 지난 3월 감사 이후에 장부 일체를 소각했다는 것”이라며 “(유인종 교육감을 향해) 이것이 가능하냐”고 질의했다.
이에 대해 유 당시 교육감은 “그렇지 않아도 그 문제는 저희들이 국정감사가 끝나고 특별감사를 해서 시시비비를 가려내려고 한다”고 밝혔다.
임 의원은 “2년 반의 장부를 달라고 했는데 올해(2000년) 것도 전혀 내지 않으면서 장부를 소각했다는 것은 있을 수 없는 일”이라고 지적했다.
또한 임 의원은 이날 서면질의 답변을 통해 연이어 질의했고, 이에 대해 서울교육청은 “자료제출을 거부한 홍신학원에 대해 재정지원 중단 등의 조치를 취할 예정임을 통보했으나 학교서류를 소각한 사실을 나중에 알게 됐다”며 “사립학교법 제32조의 규정에 의하면 학교법인은 장부 또는 서류를 항상 비치해야 하고 공공기관의 기록물 관리에 관한 법률 시행령 제15조의 규정에 의하면 5년간 보존해야 하는데 홍신학원은 서류를 무단 폐기했다”고 지적했다.
따라서 서울교육청은 “서류를 무단 폐기한 홍신학원에 대해서는 사립학교법 및 공공기관의 기록물 관리에 의한 법률에 따라 조치가 가능하다”며 “홍신학원의 서류 비치 여부 및 보관 상태 등에 대한 현지감사를 실시하고 그 결과에 따라 관계규정에 의해 조치하는 방안을 강구하겠다”고 밝혔다.
당시 이 사건에 대한 책임을 지고 나채성 교장과 김경수 행정실장이 동반사퇴 했으나, 나 교장은 2001년 3월부터 현재까지 홍신학원 이사장으로, 김경수 실장은 2005년 11월 등기이사로 재취임했다. <홍신학원 30년사>와 교사들의 증언 등에 따르면, 나채성 씨와 김경수 실장은 동창생으로 김경수 씨는 개교 공신이자 나채성 씨의 최측근으로 알려져 있다.
# 의혹 3. 나경원 후보는 2005년 무슨 자격으로 정봉주 의원을 만났나
 |
| ▲ 2005년 12월 사립학교법 개정에 반대하며 국회 등원을 거부하고 거리에서 촛불집회를 하고 있는 나경원 의원 ⓒ오마이뉴스 자료사진 |
나경원 후보는 이번 선거기간 내내 자신의 아버지 소유의 사학재단 얘기가 나오면 냉소적 태도로 일관했다. 특히 지난 17일 MBC 라디오 <손석희의 시선집중>에서는 손 교수의 질문을 막아서며 “제 선거와 관련해 자꾸 아버님과 관련된 의혹을 이야기하는 것에 대해서는 제가 일일이 대응할 필요가 없다고 생각합니다”라며 말을 끊었다.
또 손 교수가 “야당 쪽에서는 후보검증이라고 생각하지 않겠느냐”고 반문하자 “아버님과 관련된 것에 대해선 말씀을 드릴 필요가 없다, 이번 선거는 제 선거다, 서울시장 후보는 나경원”이라고 강조했다.
나경원 후보의 주장대로 과연 나 후보는 부친 소유의 사학재단인 홍신학원과 아무 관계가 없는 것일까.
<오마이뉴스>가 확보한 홍신학원 등기사항 전부 증명서에 따르면, 나경원 후보는 2001년 6월 19일 이사로 취임했다. 2001년 7월 4일 등기이사로 등록됐으며, 2005년 2월 25일 중임돼 현재까지 이사직을 유지하고 있다.
그러니까 정봉주 의원과 만났던 2005년 시점에도 그는 홍신학원 이사였다. 집안의 가업으로 운영되는 사학재단의 이사장은 아버지였고, 딸은 이사였던 것이다. <홍신학원 30년사> 등의 자료에 의하면 개교 초창기 어린 아이였던 시절부터 나의원의 사진이 여러 차례 등장한다. 그것은 현재 시점에서도 마찬가지다.
따라서 나 후보의 주장대로 아버지 소유 사학재단인 홍신학원과 자신은 아무런 관련이 없다는 것은 납득하기 어렵다.
물론, 사립학교법 제21조(임원선임의 제한)에 따르면, 이사회 구성에서 민법 제777조에 규정된 친족관계에 있는 자가 그 정수의 4분의 1을 초과해서는 안 된다고 규정하고 있다. 그러니 이사의 구성 중에 아버지와 딸이 이사장과 이사의 관계로 있어도 법에 저촉되는 것은 아니다.
문제는 2005년 당시 나 후보의 방문을 정봉주 의원이 어떻게 받아들였을까 하는 점이다. 정 전 의원은 <오마이뉴스>와 한 통화에서 “(2005년) 당시 나 후보와 친한 사이였기 때문에 더욱더 부담을 느꼈다”며 “당시 상당한 압박감을 느꼈던 게 사실”이라고 말했다.
나경원 측 “모든 의혹 걸고 공개 TV토론 하자”
 |
| ▲ 나경원 서울시장 후보가 18일 오전 범외식인 10만인 결의대회가 열리는 잠실종합운동장을 방문해 참가자들에게 지지를 호소하며 인사를 나누고 있다. ⓒ사진공동취재단 |
나경원 후보는 사학재단과 떼려야 뗄 수 없는 깊은 관계에 놓여 있다. 그의 아버지는 물론 가족이 이어온 가업이 사학이기 때문이다. 그리고 현재 아버지가 운영하는 사학의 이사다. 이것은 그가 판사였던 시절부터 이어온 일이다. 그러니, 아무 관계가 없다는 주장은 설득력을 얻기 어렵다.
당시 동일학원으로부터 해직된 교사 조연희 실장은 “그가 17대 국회의원이자 사학재단 이사로 사립학교법 개정에 반대했다는 것을 용납할 수 없다”며 “자기 아버지 소유의 사학을 지키기 위해 딸은 박근혜 전 대표와 함께 거리로 나가 사학법 개정 반대 촛불시위를 한 것”이라고 비판했다.
이어 조 실장은 “대대손손 사학을 집안일로 하기 위한 의도가 아니라면 왜 당시 정봉주 의원을 찾아가 학교 문제를 의논하고 당부했겠는가”라며 “국민들이 국회의원을 뽑아준 것은 가족의 사적 이윤을 추구하라는 게 아니라 공인으로서 자기 역할을 해달라는 것인데 이를 무참히 짓밟은 것”이라고 개탄했다.
무엇보다 조 실장은 “당시 사학에 대해 제대로 감사했다면 문제의 사학 동일학원에도 임시이사가 파견됐을 것이고 그랬다면 나와 같은 전교조 교사들이 해직되지 않았을 것”이라며 “결국 한나라당 의원들의 정치로비로 공룡사학만 키우게 되는 것 같다”고 한탄했다.
한편, 나 후보 측의 이종현 공보특보는 18일 <오마이뉴스>와 한 통화에서 “(아버지 사학 관련해서는) 오래된 사안이라서 후보조차도 잊고 지냈던 일인데 그걸 정봉주 전 의원이 제기하는 바람에 다시 기억해내고 있는 상황”이라며 “당시 정 의원과 만나 얘기할 때도 가볍게 얘기했고 지나가는 소리로 웃고 지나친 일”이라고 밝혔다.
다만 현재 불거진 의혹과 관련해서는 “박원순 후보 측의 의혹사항과 나 후보의 의혹 사항을 다 까놓고 공개 TV토론을 통해 진실을 명명백백히 밝히기를 원한다”고 밝혔다.
출처 : http://www.ohmynews.com/NWS_Web/View/at_pg.aspx?CNTN_CD=A0001642401&PAGE_CD=N0000&BLCK_NO=3&CMPT_CD=M0001
No comments:
Post a Commen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