홍용표 통일부 장관이 15일 자신의 말을 180도 뒤집었다. 정부가 개성공단 폐쇄 조치의 주요 근거로 내세운 '개성공단 임금 핵 개발 전용론'을 사실상 철회한 것으로, 외교적 파장이 크게 일 전망이다.
홍 장관은 이날 국회에서 열린 외교통일위원회 전체회의에 참석해 "개성공단에서 유입된 자금의 70%가 북한의 핵 개발에 쓰였다는 증거를 밝히라"는 야당 의원들의 질의에 "저는 증거 자료를 얘기한 게 아니고, (개성공단 자금이 북한 핵 개발에 쓰였다는) 우려에 대해 자세하게 설명할 필요가 있다는 측면에서 말씀 드린 것"이라고 말했다.
홍 장관은 "제가 돈이 들어간 증거 자료, 액수를 확인할 수 있는 것처럼 와전된 게 있다"면서 "제 잘못도 있다. 이에 대해 해명이 빨리 나오지 않다 보니 제 주장에 대한 증거 자료가 있는 것으로 해석됐다"고 말했다.
그러나 홍 장관은 증거 자료가 있고, 이를 토대로 개성공단 임금 일부가 북한의 핵 개발에 쓰였다고 "파악된다"는 식의 단정적인 표현을 사용했다. 이날 국회에서 한 발언은 자신의 기존 발언을 180도 뒤엎은 것이다.
"자료 가지고 있다"→"자료 있는 것처럼 해석돼 송구"
홍 장관은 지난 10일 개성공단 전면 중단 발표를 한 당일 "개성공단 자금이 핵 무기 개발에 유입된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고, 이후 기자 간담회에서 "(핵 개발에 개성공단 임금이) 들어간 것으로 보인다. 얼마가 들어간 것인지는 확인할 수 없다"고 밝혔다.
이틀 뒤인 12일 '개성공단 기업 대책'을 발표할 당시에는 "북한의 개성공단의 임금 등 현금이 대량 살상 무기에 사용된다는 우려는 여러 측에서 있었다"면서 "정부는 여러 가지 관련 자료도 가지고 있다"고 말을 바꿨다.
14일에는 확정적인 발언을 내놓았다. 홍 장관은 이날 한국방송(KBS) <일요진단>에 출연, "(개성공단에서 벌어들인) 그러한 돈 중 약 70%가 (노동당) 서기실 등으로 전해져서 쓰여지고 있다는 것으로 확인되고 있다"며 "서기실이나 39호실로 들어간 돈은 핵무기 미사일 개발, 치적 사업 등에 쓰이고 있다는 것이 파악되고 있다"고 단정해 말했다.
이러한 주장을 뒷받침할 자료와 관련해 홍 장관은 "정보 자료라서 공개하기 어렵다"고 했다. 즉, 증거 자료를 가지고 있다는 발언은 두 차례나 나온 셈이다.
정부 신뢰 추락 불가피…개성공단 폐쇄 근거 대체 뭔가?
이 발언은 큰 파문을 불러 일으켰다. 홍 장관의 말이 사실이라면, 한국 정부는 "북한의 대량 살상무기에 도움이 될 수 있는 금융 거래와 현금 제공을 금지"한 유엔 안전보장이사회 결의안 2094호를 위반한 꼴이 되기 때문이다.
'홍 장관의 이같은 발언이 유엔 안보리 결의안 위반 아니냐'는 취지의 야당 의원들의 질의에 대해 그는 "(북한이 개성공단 자금을 핵 개발에 썼다는) 확증이 있다면 유엔 제재 위반이라고 볼 수 있겠지만, 확증이 없는 상태에서 우려만 있었기 때문에 (위반이 아니다). 저는 처음부터 확증이 있다고 말한 게 아니다"라며 "오해와 논란이 있었던 것 같고, 국민 여러분께 송구하다는 말씀을 드린다"고 했다.
확증이 있다는 표현을 쓰지 않았더라도, 대북 교류 사업의 최종 집행권자가 "확인된다", "파악된다", "자료를 공개하기 어렵다"는 식의 단정적인 발언을 내놓은 것은 '확증'으로 해석될 수밖에 없다.
최고위 당국자가 말을 뒤집으면서, "증거 자료가 없다"는 홍 장관의 추후 해명조차 믿기 어려운 상황이 됐다는 지적도 나온다. 결국 정부의 신뢰도는 추락할 수밖에 없고, 개성공단 폐쇄 조치의 근거 역시 불분명해지게 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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