원화 환율 계속 폭등, '안보위기론' 부채질 한은-기재부 이례적 공동 시장개입, 시장 "불안하게 만들지 않았으면'

원-달러 환율이 19일 5년8개월 만에 종가 기준으로 1,230원대에 올라서는 등, 경제위기 심화에다가 정부여당의 '북한 테러 경고' 등으로 안보 위기감까지 겹치면서 무서운 속도로 급등을 거듭하고 있다.

이날 서울 외환시장에서 원-달러 환율은 전거래일보다 7.0원 오른 달러당 1,234.4원에 거래를 마쳤다.

이는 종가 기준으로 2010년 6월 11일의 1,246.1원 이후 5년8개월 만에 가장 높은 것이다.

장중에는 1,239.6원까지 치솟아 1,240원을 위협하기도 했다. 이날 장중가는 2010년 6월 30일(최고가 1.243.0원) 이후 최고치다.

환율이 1,240원대까지 위협하자, 한국은행과 기획재정부는 공동으로 시장에 구두개입을 하기도 했다.

홍승제 한은 국제국장과 황건일 기재부 국제금융정책국장은 이날 "한은과 정부는 최근 원-달러 환율의 움직임과 변동성이 과도하다고 생각하고 시장 내 쏠림현상이 심화되는 것에 대해 우려하고 있다"며 "외환당국은 지나친 쏠림에 대해 대응한다는 입장에 변화가 없으며 이를 위해 필요한 조치를 다할 것"이라고 시장 개입을 경고했다.

한은과 기재부의 외환시장 공동 개입은 대단히 이례적으로, 미국의 환율조작국 지정 우려에도 불구하고 외환당국이 공동으로 나섰다는 것은 돌아가는 시장 상황이 그만큼 심상치 않다는 반증으로 받아들여지고 있다.

당국이 환율 상승시에 구두개입에 나선 것은 2011년 9월 이후 4년5개월 만에 처음으로 알려졌다.

시장에서는 올 들어 외국인들이 주식에 이어 채권까지 순매도하는 등 자금이탈이 더욱 가속화되고 있는 데다가, 정부여당이 연일 '안보 위기론'을 주창하고 있어 원화 환율 급등이 계속되면서 환차손 우려에 따른 외국자금 이탈이 더욱 가속화하는 게 아니냐는 우려를 하고 있다.

외환시장 관계자는 "이런 식으로 매일같이 환율이 10원 전후로 폭등하다간 1,300선도 돌파하면서 통제불능 상태로 빠져드는 게 아니냐는 우려도 나오고 있다"면서 "제발 정치권 등에서 시장을 필요 이상으로 불안하게 만드는 언행을 자제해줬으면 좋겠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