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개요...!”
“어~ 내가 또 졌네”
오목에서 3개를 막지 못하면 돌을 던져야 한다. 그래서 미리 3개가 됐다는 걸 상대방에게 알려줘 상대방이 방어할 수 있는 기회를 주자는 경고다. 초등학교 4학년이 되는 손자가 오목놀이에 재미를 붙여 할아버지와 오목게임을 하고 있다. 친구와 놀다 심심해지면 바둑판을 들고 슬그머니 할아버지 옆에 와 앉는다. 손자가 오목에 재미를 붙인 이유는 지고도 깨끗이 승복할 수밖에 없는 승패를 가리는 게임이기 때문이다.
원칙이 무너진 게임이 판을 치고 있다. 소년 다윗과 거인 골리앗의 싸움과 같은 게임이 우리사회를 풍미하고 있다. 과정은 무시되고 결과로 승자를 가리는 게임은 공정한 게임이 아니다. 그런데 우리 사회는 언제부터인지 원칙이 무너지고 변칙이 판을 치는 게임이 정당화되고 있다. 승자독식주의는 급기야는 마지막 한 사람이 살아남을 때까지 승자를 가리는 서바이벌게임이 벌어지고 있는 것이다.
지금 SNS에는 어처구니없는 사진 한 장이 떠돌고 있다. 내가 ‘어처구니가 없다’고 표현한 이유는 정의의 상징인 대법원 앞에서 ‘물어 권력의 멍멍아’라고 쓴 낚싯대를 든 일인시위 사진 때문이다. 나는 이 사진을 보는 순간 어이가 없어 한동안 멍하니 바라보고 있었다. 정의수호를 상징하는 대법원이 조롱당하는 현실을 어떻게 이해해야 할까? 아마 외신기자들이 봤으면 토픽감이 되지 않을까?
원칙이 무너진 사회, 변칙이 판을 치는 세상을 보면 마치 간디가 ‘젊은 인도’라는 책에 썼던 ‘1. 원칙 없는 정치, 2. 노동 없는 부, 3. 양심 없는 쾌락, 4. 인격 없는 교육, 5. 도덕 없는 경제, 6. 인간성 없는 과학, 7. 희생 없는 신앙’… 이 우리나라를 두고 한 말 같다. 정치도 경제도 사회도 교육도 순리가 아닌 힘의 논리, 원칙이 실종된 막가파식 논리가 지배하는 현실을 예견한 지적 같다.
대통령이 공약을 헌신짝처럼 팽개치고 거짓말을 밥 먹듯이 하고, 불의를 저지른 사람이 예사로 고위공직을 맡고 있다. 국회의원이 법을 어기고, 사람을 사람답게 길러야 할 교육이 상품이라고 시장판에 내던져졌다. 학자들이 논문표절을 부끄러워할 줄 모르고, 잘못을 바로 잡아야 할 사법부가 권력의 시녀 노릇을 마다하지 않는다. 친구를 이겨야 살아남는 잔인한 경쟁을 배우는 학교. 시비를 가리고 정의를 세워야 할 언론이 공정보도를 외면하는 세상은 정의로운 세상일까?
우리가 정작 두려워해야 할 것은 ‘경제 살리기’가 아니다. 지금 시급한 것은 무너진 정의를 살리는 정의사회구현이다. 정치, 경제, 사회, 문화, 교육, 종교… 어느 곳 하나도 멀쩡한 곳이 없다. 어린아이가 들어도 웃을 대통령의 말 바꾸기며, 국민은 안중에도 없고 말장난이나 하는 국회의원이며, 돈벌이를 위해서라면 무슨 짓인들 못할게 없다는 재벌들… 시비를 가르고 정의를 세워야 할 언론은 권력의 시녀가 된 지 오래다.
정부가 왜 그렇게 전교조를 미워할까? 시험문제만 풀이 하는 게 교육이 아니라며, 친일의 역사를 파헤쳐 역사의식을 갖게 하자는 전교조가 미움 받아야 할 이유가 무엇인가? 정의가 살아 있는 사회라면 전교조를 ‘노조아님’ 통보를 할 것이 아니라 교육감직선제가 위헌이라며 헌법소원을 한 교총이 미움 받아야 하는 게 아닌가? 재벌의 입장에 서서 노동자를 적대시하고 권력의 대변자가 된 언론을 감싸는데 어떻게 제대로 된 사회가 가능한가?
검인정교과서를 국정교과서로 바꾸자는 사람들이 누군가? 참교육실현을 위해 27년의 역사를 가진 전교조를 정부는 왜 ‘노조 아님’을 통보했을까? 진실을 말하거나 시비를 가리는 사람에게 종북의 딱지를 붙이는 사람은 누구인가? 국사교과서를 국정교과서로 만들어 역사를 왜곡하겠다는 사람들이 누구인가? 주권이 국민에게 있다는 민주주의를 회복하자는 사람, 분단된 역사를 걷어내고 남북이 화훼와 통일로 가자는 데 왜 미움을 받아야 할까?
민주주의는 어떻게 회복할 수 있는가? 먼저 사람이 사람답게 만드는 교육, 잘잘못을 가리고 옳고 그름을 분별할 수 있도록 언론이 살아야 한다. 정의의 상징인 대법원이 시민들의 조롱을 당하는 사회에서 정의는 어디서 찾을 것인가? 나라의 주인이 될 청소년들에게 시비를 가리고 옳고 그름을 판단할 수 인간을 길러내지 못하고서야 어떻게 사람 사는 세상을 기대할 수 있겠는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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