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무원과 공기업 직원 등 한국 공공(公共) 인력의 역량이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소속 국가의 평균을 밑돈다는 조사 결과가 나왔다. 특히 국내 민간 분야 인력에 비해 경쟁력이 떨어지면서도 임금은 25%나 더 받아 민간 대비 공공 부문 임금의 수준이 주요 OECD국가를 포함한 비교 대상 23개국 가운데 둘째로 높았다.
이주호 한국개발연구원(KDI) 국제정책대학원 교수(전 교육과학기술부 장관)는 18일 국회 의원회관에서 열린 한반도선진화재단 정책 세미나에서 이 같은 내용의 '한국 공공 인력 역량에 대한 실증 분석' 연구 결과를 발표했다. 이 교수는 "한국의 공공 인력은 핵심 정보 처리 역량 항목인 '언어 능력' '수리력' '컴퓨터 기반 문제 해결력' 등에서 OECD 평균에 못 미치는 것으로 분석됐다"며 "이는 주요 국가 정책이 제대로 추진되지 못하는 '약체 정부'를 만들 우려가 있다"고 말했다. 공공 인력은 중앙·지방 공무원과 공기업 등에서 일하는 근로자를 모두 포괄한 개념이다.
이번 연구는 OECD가 23개 국가들을 대상으로 2011~2012년 실시한 '국제성인역량조사(PIAAC)' 자료를 토대로 '25~65세 남성 상근 공공 인력'의 경쟁력을 분석했다. 그 결과 특히 우리나라 45~54세 연령대 공무원의 역량이 크게 부족한 것으로 파악됐다. 예를 들어 엑셀 파일에서 필요한 정보를 골라내는 직무 능력 등을 평가한 '컴퓨터 기반 문제 해결력' 부문에서 276점을 받아 이웃 일본의 공무원과 비교해 20점 가까이 낮았다.
또 '언어 능력'(문서를 이해·평가·활용하는 능력 등)이나 '수리력'(데이터·확률 등의 이해) 부문에서도 우리 공무원은 젊은 층(25~34세)을 제외하고는 대체로 OECD 평균에 못 미쳤다. 장년(45~54세) 공무원의 언어 능력(분석된 21개국 대상)은 10위, 수리력은 16위에 그쳤다. 한국 공공 인력의 경쟁력은 국내 민간 분야보다도 훨씬 낮았다. 특히 45~54세 사이 공공 인력은 언어 능력, 수리력 분야에서 민간보다 40점 이상 점수가 낮았다.
이처럼 한국 공공 인력의 경쟁력이 낮은 것은 ▲우수 인재의 창의성을 깎아내리는 조직 내 상명 하달 문화 ▲자신의 능력 개발을 위한 '학습 의지' 저하 ▲능력에 따라 보상하는 유인책 부족 등이 주원인으로 꼽혔다. 조준모 성균관대 교수(경제학과)는 "우리나라 공무원들은 들어갈 때는 우수 인력들이지만 급속한 변화를 따라가지 못해도 별다른 제재를 받지 않는 상황에 안주하다 보니 민간보다 정체된 측면이 없지 않았다"며 "파도 칠 때 방파제 안에 있었던 셈"이라고 말했다.
이번 조사에서 한국은 공공 부문 임금이 민간 부문보다 25.1% 높은 것으로 나타났다. 키프로스를 제외하면 조사 대상 23개국 중 가장 높은 수준이다. 지난 2014년 정부는 '100인 이상 민간 중견 기업 사무관리직'과 '공무원'의 임금을 비교해 '우리 공무원의 보수는 민간의 84.5% 수준'이라고 발표했다. 하지만 비교 대상을 OECD 기준에 맞춰 '전체 민간기업'과 '공공 인력'으로 변경하자 공공 인력의 임금이 더 높다는 결과가 나온 것이다.
반면 공공 분야의 '능력 보상 정도'는 19위로 하위권이었다. '능력'보다는 '근무 기간'에 따라 임금이 결정되는 호봉제 중심의 임금 체계를 유지하고 있기 때문이다. 이주호 교수는 "공공 인력의 역량이 낮다는 사실이 실증적으로 규명된 만큼 '공무원 우월주의'환상을 깨고, 이제부터라도 공무원 개혁을 본격적인 화두로 삼아야 한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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