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반도평화포럼 비판 성명
김종인·이수혁·이상돈 발언 겨냥
“두 야당 대북정책 혼선
사과와 책임있는 조처 있어야”
해임·자진사퇴 에둘러 촉구
김종인·이수혁·이상돈 발언 겨냥
“두 야당 대북정책 혼선
사과와 책임있는 조처 있어야”
해임·자진사퇴 에둘러 촉구
임동원 전 통일부 장관과 백낙청 서울대 명예교수가 공동이사장을 맡은 통일·외교·안보 분야 전문가 단체인 ‘한반도평화포럼’(한평포럼)이 19일 박근혜 정부의 대북정책과 관련한 야권 주요 인사들의 잇따른 ‘문제성 발언’을 강력하게 비판하며 야권의 “사과와 책임있는 후속 조처”를 촉구하고 나섰다. 더불어민주당의 김종인 대표와 이수혁 전 독일대사, 김현종 전 통상교섭본부장, 그리고 국민의당 이상돈 공동선대위원장 등을 겨냥한 것으로 보인다. 한평포럼은 야권에 상당한 영향력을 지닌 전직 고위 관료와 시민사회 원로·중견 활동가, 학자들이 다수 회원으로 참여하고 있는 단체다.
한평포럼은 이날 임동원·백낙청 공동이사장 명의로 “평화·통일의 시대적 사명을 통감하지 못하는 야당의 각성을 촉구한다”는 제목의 ‘성명’을 발표했다. 이들은 “야당들은 자신들에게 맡겨진 책무를 게을리한 채 정부의 왜곡과 허위를 사실상 수수방관하고 있고 오히려 일부는 그를 합리화해주는 발언으로 국민을 혼란에 빠뜨리고 있다”며 “두 야당이 지금의 비상 국면에서 역사와 국민 앞에 남북관계와 통일에 관한 당의 정신이 무엇인지 명확히 밝힐 것을 요구한다”고 밝혔다. 아울러 “두 야당은 최근의 혼선에 대해 사과하고 책임 있는 후속 조처를 취할 것을 촉구한다”고 강조했다. ‘문제 발언’을 한 야권 인사의 해임 또는 자진사퇴 등을 에둘러 요구한 셈이다. 한평포럼 관계자는 “포럼 공동대표단(정세현·문정인·최영혜·백승헌·이종석)이 회원들의 의견을 모아 쓴 성명 초안을 공동이사장이 최종적으로 다듬어 발표한 것”이라고 전했다.
한평포럼은 성명에서 실명을 특정하지는 않았으나 야권 인사의 구체적 발언 내용을 적시하며 강도 높게 비판했다. 한평포럼은 “더불어민주당의 통일외교 분야의 책임있는 인사가 한 방송 인터뷰(17일)에서 정부의 대북 강경 정책에 대해 ‘필연적이며’ ‘비난만 할 수는 없다’고 발언하는 등 야당으로서 정체성마저 의심케 하는 발언을 했다”고 비판했다. 이수혁 더민주 한반도경제통일위원장이 17일 <와이티엔>(YTN) 인터뷰에서, 정부의 대북 강경 기조를 “비난만 할 수 없다고 생각한다. 북한이 핵과 미사일 실험을 했으니까 직접 피해 당사국인 한국이 그러한 반응을 보이는 것은 필연적이다”라고 한 발언을 겨냥한 비판이다.
임·백 공동이사장은 성명에서 “‘북한 궤멸’ 발언에도 우려를 표명한다”며 “공당의 대표는 자기 발언의 외교적 맥락과 국가정책상의 함의를 고려할 수 있어야 한다”고 지적했다. 김종인 더민주 대표가 9일 “언젠가 북한 체제가 궤멸하고 통일의 날이 올 것을 확신한다”고 한 발언을 겨냥한 것이다. 이수혁 위원장을 향한 비판보다는 강도가 낮다.
성명은 더민주의 정책 혼선과 관련해 “혹자는 지금 야당이 ‘안보는 보수’라는 입장을 취해 정치적 이득을 얻으려는 계산이라고 평가하기도 하나, 현재의 국내 상황은 진보와 보수의 대결이 아니라 평화를 둘러싼 상식과 비상식 간의 충돌”이라고 비판했다. 성명은 국민의당에 대해서도 “‘햇볕정책’에 대한 비판은 얼마든지 가능하지만 햇볕정책이 북의 핵무장을 초래했기 때문에 실패했다는 단정은 ‘원점’을 잘못 잡은 것”이라며 “책임있는 야당이라면 화해와 협력을 통해 통일을 지향한다는 명확한 원칙을 지키고 구체적 비전을 제시해야 할 것”이라고 지적했다. 국민의당은 정부의 개성공단 전면 중단 조처를 강경하게 비판해왔으나, “햇볕정책에 따른 지원이 일부 북한의 대량파괴무기 개발 지원을 포함한 군사력 증강에 사용됐다는 부분에 대해 유감”(14일 이성출 안보위원장)이라거나 “김대중·노무현의 햇볕정책은 실패했다. 당은 대북정책을 원점 재검토해야 한다”(17일 이상돈 공동선대위원장) 등의 발언은 당 안팎에서 논란을 불러일으켰다.
한평포럼의 이런 야권 비판과 관련해 더민주의 핵심 당직자는 “여권은 경제 문제엔 입을 닫고 자꾸만 북핵 문제를 꺼내든다. 이에 휘말리지 않으려면 햇볕정책의 전면 계승이 옳으니 그르니 자구에 매달려 옥신각신하는 것보다는 안보 대신 경제 위기 이슈로 프레임을 옮겨야 한다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그는 “이 때문에 지도부는 대북정책의 문제점을 언급할 때도 강경 기조에 따른 경제 위기 심화를 부각시키자는 데 공감하고 있다”고 덧붙였다. 국민의당의 한 핵심 관계자는 “당에 다른 생각을 가진 사람들이 모여들다 보니 민감한 현안에 대해 공감대를 넓힐 기회가 없었고 그러다 보니 개개인의 의견이 여과 없이 표출된 것”이라고 말했다.
한평포럼엔 5명의 전직 통일부 장관(임동원·정세현·이재정·이종석·정동영), 3명의 전직 통일부 차관(김형기·이관세·신언상), 백종천 참여정부 외교안보실장, 서훈 전 국정원 3차장 등 다수의 전직 관료, 백낙청 명예교수를 비롯해 정현백(참여연대 공동대표)·백승헌(전 민주사회를 위한 변호사모임 회장)·최영혜(전 국가인권위원회 상임위원)·이승환(민화협 공동대표) 등 시민사회 원로·중견 활동가, 문정인(연세대 교수)·백학순(세종연구소 수석연구위원)·이수훈(경남대 교수)·고유환(동국대 교수)·김연철(인제대 교수)·김준형(한동대 교수) 등 다수의 학자들이 참여하고 있다.
이제훈 이유주현 기자 nomad@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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