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서울 강남구 학동로 '재단법인 미르'와 강남구 언주로 'K스포츠재단'. | |
ⓒ 권우성 |
전국경제인연합회(전경련)이 또 '의혹의 들러리'가 됐다. 이번엔 박근혜 대통령의 측근이 설립에 개입했다는 의혹이 제기된 2개의 재단법인에 수백억 원씩 돈을 댄 역할이다.
재단법인 미르와 K스포츠는 한국의 문화와 스포츠를 알리겠다는 사회공헌 목적을 내세우고 있고, 이를 위해 전경련이 '물주'가 된 형태다. 하지만 이들 재단이 각 수백억 원의 출연금을 갖고도 별다른 성과를 내지 못한 점이 과연 이 두 재단이 만들어진 진짜 이유가 뭔지 의혹을 키운다.
누군가의 쥐어짜기?
▲ 재단법인 미르 김형수 이사장을 비롯한 관계자들이 지난해 10월 27일 강남구 학동로에 위치한 '재단법인 미르 출범식'에서 현판 제막식 후 기념촬영을 하고 있다. 사진 앞줄 왼쪽부터 송혜진 재단법 인 미르 이사, 채미옥 재단법인 미르 감사, 김형수 재단법인 미르 이사장, 박근희 삼성사회봉사단 부회장, 이승철 전경련 부회장, 박광식 현대자동차 부사장, 뒷줄 왼쪽부터 장순각 재단법인미르 이사, 김영석 재단법인미르 이사, 조희숙 재단법인 이사,신승국 sk하이닉스 본부장, 이홍균 롯데면세점 대표이사부사장, 조갑호 (주)LG 전무 | |
ⓒ 전국경제인연합 |
이승철 전경련 상근부회장은 지난 22일 <연합뉴스>와 한 전화인터뷰에서 "문화·체육계에서는 오래전부터 기업들이 한류 덕을 보면서 문화사업에 기여한 게 뭐가 있느냐는 지적이 있었다"며 "기업들도 이런 분위기를 잘 알고 있었기 때문에 사회공헌 차원에서 뭔가 해야 하지 않느냐는 공감대가 형성돼 있었다"고 말했다. 그는 기업인들이 자발적으로 재단 설립에 나섰고, 안종범 대통령실 정책조정수석은 격려를 했을 뿐, 출연금 모금에는 관여하지 않았다고 밝혔다.
미르재단, K스포츠재단에 돈을 댄 기업들이 청년희망재단에 출연한 금액은 무려 1102억원. 이들 기업이 3개의 재단에 출연한 금액을 합하면 1857억 원에 이른다. 삼성그룹 계열사와 이건희 회장이 454억 원, 현대자동차그룹 계열사와 정몽구 회장이 328억 원, SK그룹 계열사와 최태원 회장이 211억 원, LG그룹 계열사와 구본무 회장이 178억 원 등이다.
겉으로는 각 재벌 기업과 총수들이 곳간을 풀어 사회환원에 나서고 있는 모양새다. 하지만 지난해 재벌그룹이 설립한 공익재단들이 공익사업비를 축소한 것과는 상반된다. 기업 경영성과 평가사이트 <CEO스코어>의 지난 6월 발표에 따르면, 30대 그룹 46개 비영리 공익법인의 2015년 순수 공익사업 지출액은 2790억 원으로 2014년 대비 4.1% 감소했다. 46곳 중 공익사업비를 줄이거나 쓰지 않은 곳이 전체의 63%에 달했다.
자기 기업의 이름을 걸고 하는 공익사업의 규모를 줄인 재벌기업들이 미르재단, K스포츠재단, 청년희망재단 3개 재단에 1857억 원의 출연금을 몰아준 것이다. 기업의 자발적 출연보다는 어느 곳에선가 '쥐어짜기'가 이뤄졌을 가능성이 높다고 볼 근거가 여기 있다.
ⓒ 안홍기 |
전경련과 박근혜 사이의 의혹, 의혹, 의혹...
굳이 복잡한 수치를 거론하지 않더라도 박근혜 정부의 시책에는 전경련과 재벌 기업들이 자주 등장하고 있다.
올해 1월 '경제활성화를 위한 민생구하기 입법촉구 1000만 서명운동'은 서비스산업발전법·기업활력제고특별법·노동5법 등의 국회 통과를 압박하는 목적이었다. 전경련과 주요 재벌 기업들도 임직원들의 참여를 독려하는 등 발벗고 나섰다. 박근혜 대통령도 직접 서명운동 행사장을 찾아 동참하기도 했다.
▲ 박근혜 대통령이 지난 1월 18일 경기도 성남시 판교테크노밸리 판교역 광장에서 민생구하기 입법촉구 천만서명운동본부가 추진하는 경제활성화법 처리를 촉구하는 서명을 하고 나서 박용후 성남상공회의소 회장과 대화하고 있다. 오른쪽 박용만 대한상의 회장. | |
ⓒ 연합뉴스 |
올해 4월엔 전경련이 보수단체인 대한민국어버이연합에 차명계좌를 통해 억대의 자금을 지원했다는 의혹도 제기됐다. 이 단체는 주로 박근혜 정부 정책에 대한 반대집회가 열리면 같은 장소에서 맞불집회를 여는 등 현 정부에 우호적인 활동을 해왔다. 청와대 행정관이 이 단체에 집회 개최를 지시한 의혹, 이 단체가 돈을 주고 탈북자를 집회에 동원한 의혹, 전경련이 차명계좌를 통해 이 단체를 지원한 의혹 등에 대해선 현재 검찰 수사가 진행 중이다.
전경련이 예산의 대부분을 감당하는 자유경제원은 정부의 역사교과서 국정화를 찬성하는 여론을 형성하는 최전선에 있었고, 이 중심에 있었던 자유경제원의 사무총장은 여당의 비례대표 국회의원이 됐다.
전경련의 시발점은 1961년 7월 17일 설립된 '경제재건 촉진회'다. 1961년 5·16 군사쿠데타 직후 군부는 부정축재자라는 이유로 수많은 기업인들을 구속했다. 일본에 있던 이병철 삼성물산 사장은 전 재산을 국가에 헌납하겠다고 발표한 뒤 귀국해 박정희 국가재건최고회의 부의장을 독대했다. 이 자리에서 기업인들을 풀어주는 대신 국가 산업정책에 적극 협조하기로 했고 경제재건 촉진회가 꾸려졌다. 정부와 재벌 간 정경유착의 공식적인 고리가 이 때 형성된 것이다.
박근혜 정부 들어서도 음으로 양으로 정권의 의중에 충실히 맞추고 있는 모습은 50여 년 전 연결된 전경련과 정권의 사이의 정경유착의 고리가 더 단단해지고 있는 모양새다.
저작권자(c) 오마이뉴스(시민기자),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No comments:
Post a Commen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