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정희를 숭배하고, 박근혜를 지지하는 자들의 탄핵반대집회에서 박정희와 성조기, 트럼프 사진 등이 등장한 것은 이들의 지향점이 헌재 판결에 대한 불복종을 넘어 정치세력화에 방점이 찍혀 있기 때문입니다. 이들은 박근혜와 트럼프 때문에 대한민국이 망하기 직전에 이르렀음에도 탄핵심판 불복종과 빨갱이타령에 올인하는 것입니다. 종편과 연합뉴스TV보다 더욱 사악해진 KBS와 MBC가 김정남 암살을 파멸적 군비경쟁으로 이어질 것이 불을 보듯 뻔한 사드 배치와 수도권 방어를 이유로 사다 포대 증설을 위한 정당화로 몰아가는 것도, 중국의 보복을 부풀려 반중정서의 강화로 몰고가려고 하는 것도 정치세력화를 위한 사전작업으로 보입니다.
'그것이 알고 싶다'에서 김정남 암살을 국정원의 망명설과 북한의 도발과 연결함으로써, 사드 배치와 포대 증설을 조기대선의 주요 의제로 부각시키려는 자유한국당과 바른정당의 의도를 경계했던 것은 그런 면에서 시기적절했습니다. 이명박근혜 9년 동안 망가질대로 망가진 경제정책 실패의 현주소와 그것을 사드 배치에 따른 중국의 보복으로 희석시키려는 것, 트럼프의 공갈협박 때문에 삼성과 LG 같은 재벌들이 한국은커녕 미국에 공장을 세우는 자살행위를 할 수밖에 없는 것까지 다루었다면 좋았겠지만, 오늘의 그알은 압도적인 정권교체의 필요성을 제대로 담아냈습니다.
이재용 구속을 기점으로 최고조에 달했던 특검의 활약상이 헌재의 탄핵 인용에 힘을 실어주는 것으로 이어진 시점부터 국정원과 청와대 정도의 배후가 없으면 불가능한 '가짜뉴스'가 범람하고, 이에 발맞춰 박근혜 대리인단의 막장질과 탄핵반대집회의 폭력성이 도를 넘었으며, 탄핵 각하의 근거로 탄핵음모론을 부각시키며, 특검과 헌재에 대한 테러를 공공연히 떠들어댐에도, 백남기 농민을 사망에 이르게 한 민중총궐기의 잔혹한 진압과는 달리 방관으로 일관해온 살인경찰의 행태까지 더하면 일련의 움직임이 거대한 각본에 의해 돌아가는 것이 아닌가 하는 의심을 지울 수 없습니다.
이들의 단기적인 목적이 조기대선을 이념전쟁으로 몰고가기 위한 사전포석이라면, 장기적인 목적이 극우수구세력의 정당화에 있다고 보는 것에 힘을 실어주는 또 하나의 흐름도 있습니다. 그것은 청산의 대상인 박근혜 부역자당(자유한국당)까지 가세한 내각제 개헌입니다. 반문연대로는 정치적 정당성이 부족하기 때문에 제왕적 대통령제 타파를 내세운 내각제 개헌은 탄핵반대세력의 정치세력화에 상당한 힘을 실어줍니다.
대통령 중심제에서는 극우(수구)정당의 집권이 불가능하겠지만, 한 정당의 의원 확보가 50%를 넘지 못하면 연정이 필수인 내각제에서는 자유한국당과 바른정당 등과의 연정으로 집권도 가능해집니다. 황교안을 비롯해 기타등등으로는 문재인과 더민주의 집권을 막을 수 없기 때문에 전체 국민의 20~30%에 이르는 박정희 숭배자와 박근혜 지지자들이 정당화에 성공해 3년 후에 있을 총선에서 더민주에 버금가는 의석수를 확보할 수 있다면 얘기가 달라집니다.
필자가 노무현의 개헌론(4년 중임제, 선거제도 개편, 지방분권 강화 등)을 승계한 문재인의 개헌론에 찬성하는 이유가 여기에 있습니다. 제가 박근혜 게이트가 폭로되기 전에는 최소 35%에 이르는 박정희 숭배자와 박근혜 지지자들을 만날 때마다 PK와 TK를 중심으로 박씨정당을 만들면 제1당이나 제2당은 무조건 확실한데 왜 그렇게 전체를 먹으려고 난리 치느냐며, 그럴 것이면 특정 지역에 모여살며 너희들끼리 지지고볶으라고 면박을 주곤 했는데, 탄핵반대집회와 내각제 개헌의 부상으로 그것이 현실화될 수 있는 상황이 만들어진 것입니다.
박정희 숭배자와 박근혜 지지자의 공통점 중에는 한국전쟁 때문에 북한에 대한 무조건적인 증오(중국과 러시아에 대한 증오로 연결되며, 친일파의 면죄부로 작용한다)와 미국에 대한 무조건적인 승복(중국의 보복이 뻔히 보임에도 사드 배치에 찬성하는 이유로 확장된다)이 있다는 점까지 고려하면 문제는 더욱 심각해집니다. 30대 이하는 피부에 와닿지 않겠지만 압축성장으로 대변되는 박정희 신화는 민주주의 이해와 자본주의 경험이 부족한 60대 이상에는 절대적 영향을 미칩니다. 개독교 목사들과 극우인사가 민주주의보다 독재가 낫다는 망발을 할 수 있는 것도 이 때문입니다.
배후가 누구이고 어디인지는 정확히 알 수 없지만, 박근혜 탄핵을 이용한 극우(수구)세력의 정치세력화는 가능성이 매우 높아졌습니다. 오늘의 그알(3월 4일)이 이런 움직임의 일단을 보여주었다면, 박근혜 구속을 외친 오늘의 촛불시민들은 압도적인 정권교체와 적폐청산이라는 더 큰 과제를 이루어내겠다는 의지와 열망을 보여주었습니다. 헌재가 탄핵을 인용하면 위대한 촛불집회의 여정도 끝나겠지만, 한나 아렌트의 성찰처럼 '인간의 조건'은 언제나 시작하는 것에 있으며, 민주주의 또한 하나의 끝이 또 다른 시작을 의미한다는 것을 잊지 말았으면 합니다.
출처: http://doitnow61.tistory.com/1735 [늙은도령의 세상보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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