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2년 12월 제18대 대통령 선거 기간 새누리당 후보 박근혜를 지지한 찬조연설자들은 대부분 얼굴이 알려지지 않은 보통사람들이었다. 3년이 지난 지금 그들은 어떤 생각을 하고 있을까. 경향신문이 이 세사람을 인터뷰한 결과 이들은 공통적으로 “(정권이 바뀐 후) 삶이 나아지지 않았다”고 말했다.
박근혜 지지 찬조연설을 했던 박근규씨(69·한국의류판매업협동조합연합회장·오른쪽 사진)는 “박 대통령께서는 서민들에게 잘해주고 있다고 생각하실지 모르지만 소상공인들의 삶은 전혀 나아지지 않았으니 참 안타까운 일이다. 유통을 대기업이 장악하는 현실에서 판로를 잃은 소상공인들은 죽을 맛”이라고 말했다. 청년을 대표해 TV에 출연했던 이종남씨(29·가운데)는 “정부가 노력하는 부분이 있기는 하지만 변화 속도를 따라가지 못하거나 조금 잘못된 방향으로 정책이 흐르는 것 같다”고 말했다. 신세대 농부 고태령씨(34·왼쪽)는 “농업에 아무도 관심을 두지 않아 농심(農心)은 터지기 일보직전”이라며 답답해했다. @경향신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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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상공인 박근규씨 “경제민주화 약속 믿었는데…”
“2012년 2월 소상공인들과 만난 박근혜 당시 새누리당 비상대책위원장은 저희들의 애환과 의견 하나하나에 귀를 기울이며 눈물을 글썽였습니다. 저분이 대통령이 되면 중소기업과 소상공인들이 겪는 많은 문제가 해결될 것이라고 확신했죠. 찬조연설도 그래서 했습니다. 하지만 소상공인들의 삶은 나아지지 않았습니다.”
지난 11일 박근규씨(69·한국의류판매업협동조합연합회장)는 경향신문과 인터뷰 중 몇 번이나 “박근혜 대통령은 다를 줄 알았는데…”라면서 아쉬움을 토로했다. 동대문에서 생산된 의류를 전국 대리점에 납품하는 그는 2012년 12월 대선 당시 박근혜 후보의 라디오 찬조연설자로 나섰다. 그는 “우리 중소기업과 소상공인들에게 구호만이 아닌 실체적 실천으로 리더십을 발휘할 수 있는 사람은 박근혜 후보뿐”이라며 지지를 호소했다.
“서민경제 다 망가졌습니다. 우리만 해도 생산한 물건을 팔 곳이 없어요. 설령 백화점에 들어간다고 해도 매출이 적으면 쫓겨나거나 화장실 옆으로 밀려납니다. 그렇게 안되려고 내 물건을 내가 1억원씩 주고 삽니다. 그럼 그중 5000만원은 백화점에 주는 구조이지요. 홈쇼핑을 이용하려고 해도 높은 판매수수료(약 35%)를 떼이기 때문에 다 망해요. 유통을 대기업이 다 장악하니까 소상공인들만 죽어나는 거지요.”
그는 최근 정부가 발표한 영세 자영업자의 신용카드 가맹점 수수료 인하 조치도 “소상공인들에겐 거의 혜택이 돌아오지 않는다”며 손을 내저었다. 연매출 3억원 이하 가맹점은 0.7%포인트 인하되지만 연매출 3억원 초과 가맹점은 0.3%포인트만 줄어든다. 박씨는 “소상공인들은 아무리 열심히 일해도 임차비, 인건비에 카드 수수료까지 내고 나면 남는 게 없다”며 “옷장사의 경우 2.8~3.0%를 떼여왔는데 거기서 0.3%포인트 인하한다고 해서 달라질 게 없다”고 잘라 말했다.
“박 대통령이 카드 수수료 인하법을 통과시켜줬다고 조합원들에게 자랑했다가 저만 욕먹었습니다. 피부로 와닿지 않으니까요. 연매출이 수천억원 하는 백화점에서 구매하면 수수료를 훨씬 적게 떼지만 일반 상점에서 사면 3% 가까이 떼니 너무 불공평합니다.”
박씨는 “이명박 정부가 성공하지 못한 것은 서민경제를 외면했기 때문”이라며 “박 대통령께서도 존경받는 대통령이 되시려면 무엇보다 서민경제를 챙겨야 한다”고 일침을 가했다.
농민 고태령씨 “농업 직접 챙기겠다는 말 믿었는데…”
“지금 농심(農心)은 터지기 일보직전이에요. FTA(자유무역협정)나 TPP(환태평양경제동반자협정)를 체결하면 피해를 입는 건 농업 쪽이니까요. 또 올해는 풍년이라고 해도 너무 힘든 풍년이었어요. 가뭄 탓에 생산비는 더 들어갔지만 수입 농산물로 인해 가격은 되레 내려가고, 재고는 쌓이고…. 대통령도, 주무장관도 관심이 없으니 농민들 마음만 다치고 있죠.”
경북 안동시 길안면에서 대를 이어 농사를 짓고 있는 고태령씨(34)는 “박근혜 대통령에 대한 믿음을 완전히 버리진 않았지만, 정권이 바뀐 후 6차산업화를 제외하면 농업분야에서 좋아진 것은 없다”며 이같이 말했다. 그는 또 “정부가 농민을 달래기 위해 한 것이라곤 직불금을 조금 더 챙겨준 것뿐”이라고 덧붙였다. 박근혜 대통령은 후보 시절 “농업을 직접 챙기겠다”고 여러 차례 약속했다.
고씨는 “지금 농촌에서 일하는 사람들의 대부분은 고령자”라며 “정부는 맨날 6차산업을 강조하지만 그마저도 일할 사람을 키워야 가능한 것 아니냐”고 반문했다.
그는 정부 관료의 무관심과 무책임한 발언도 비판했다.
“매년 40만t이 넘는 수입쌀을 들여오면서 어느 국회의원이 잉여 쌀 보관비가 많이 드니 ‘바다에 버리면 어떻겠느냐’고 했다죠. 이동필 장관(농림축산식품부)은 얼마 전 전국농민회총연맹이 전국적인 쌀 나락 야적 시위를 한 것을 두고 ‘과격하게 계속 그러면 납세자들로부터 공감을 얻지 못한다’고 했어요. 농민들의 얘기를 누구보다 경청하고 국회와 대통령에게도 전달해야 할 주무장관이 얼마나 무심한지를 단적으로 보여준 사례라고 봐요. 국회의원들도 농민 표가 적어서인지 관심을 두지 않고 있어요.”
고씨는 “1000원짜리 김밥에 국산 쌀을 쓰는 경우는 거의 없을 것”이라며 “요즘 사람들은 먹거리 선택에 신중한 만큼 원산지 표기라도 정확히 하도록 정부의 관리감독이 더 엄격하면 좋겠다”고 말했다. 이어 “유전자변형(GMO) 농산물 표기도 의무화해 국민이 안전한 농산물을 드실 수 있게 해야 한다”고 덧붙였다.
청년 이종남씨 “꿈을 찾을 수 있을 거라 믿었는데”
“정부가 노력은 하는데 변화의 속도를 따라가지 못하거나 조금 잘못된 방향으로 흐르는 것 같아요. ‘열정페이’만 해도 그래요. 기업이 스펙을 쌓으려는 학생들의 욕구를 악용해 저임금으로 노동력을 착취하는 것인데, 제재가 없다 보니 점점 확산되고 있잖아요
이종남씨(29)는 2012년 12월 새누리당 중앙선거대책위원회 ‘든든한 일자리 단장’으로 박근혜 후보의 TV 찬조연설을 했다. 이씨는 반값등록금, 스펙초월 채용시스템, K-무브 사업(정부 예산으로 청년들의 해외 취업을 돕는 사업) 등 박 후보의 청년세대 공약도 소개했다. 그리고 “박 후보의 약속을 믿는다”고 말했다.
3년이 지난 지금, 이씨의 생각은 어떨까. 이씨는 “박 대통령께서 노력을 하고 있다고는 생각하지만 청년의 삶은 나아지지 않았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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