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병기 대통령 비서실장이 지난 14일 서울공항에서 김무성 새누리당 대표와 회동했다. 출국하는 박근혜 대통령을 배웅하고 나서다. 이 실장은 김 대표에게 ‘홍문종 의원의 개헌론은 청와대와 무관하다’는 취지로 설명했다고 한다. 강한 부정은 강한 긍정이라 했던가. 이미 청와대 대변인 등 여러 참모들이 선을 그은 터에 비서실장까지 말을 보태고 나서니 더 수상하다.
친박근혜(친박)계 핵심인 홍 의원은 최근 “5년 단임 대통령제는 이미 죽은 제도가 된 것 아니냐”는 발언으로 파란을 일으켰다. 그는 “외치를 하는 대통령과 내치를 하는 총리를 두는 것이 5년 단임제보다 정책 일관성이 있다”며 이원집정부제 개헌을 주장했다. ‘반기문 대통령, 친박 총리’ 구상에 대해서도 “가능성 있는 얘기”라고 말했다. 앞서 진박(眞朴·진실한 친박)의 좌장급이라는 최경환 경제부총리도 개헌론을 우회적으로 언급했다. “5년 단임 정부에선 정책의 지속성을 유지하기 어렵다”고 했다. 최 부총리와 홍 의원은 대통령 의중에 어긋나는 말을 할 사람들이 아니다. 내가 김 대표라면 이 실장이 뭐라고 하든 두 사람의 ‘천기누설’을 믿겠다.
김 대표는 지난해 10월 중국 상하이에서 오스트리아식 이원집정부제 개헌을 거론했다가 된서리를 맞았다. 하루 만에 “대통령께 죄송하다”고 사과하며 체면만 구겼다. 청와대의 개헌 불가론은 그만큼 깊고 강했다. 상황은 13개월 만에 반전됐다. 친박계가 개헌론에 군불을 때고 김 대표는 “개헌 얘기는 안 하겠다”며 입을 닫았다. “누구는 (개헌론 제기)하는데 누구는 하면 안되느냐”는 측근 김성태 의원의 발언이 김 대표 심중을 대변한다. 억울해할 건 없다. 권력의 본질이 그렇다. 자신이 하고 싶은 말을, 하고 싶은 때, 하고 싶은 맥락에서 할 수 있는 힘, 심지어 해석까지 뜻대로 할 수 있는 힘이 권력이다. 박 대통령은 다른 어떤 권력자보다 그 권력을 전유하려는 의지가 강하다.
박 대통령은 63세다. 66세에 ‘전직’이 된다. ‘문고리 3인방’(이재만·정호성·안봉근 비서관)은 퇴임해도 40대 후반~50대 초반이다. 전직 대통령도 젊고, 측근도 젊다. 친박계는 ‘무늬만 계파’일 뿐 매우 취약하다. 새누리당 내 소수파인 데다 유력한 차기 주자도 없다. 대통령과 측근과 친박세력의 이해가 일치하는 지점이 박 대통령의 집권 연장이다. 단임이 굴레다. 개헌을 통한 ‘사실상 연임’은 매력적 대안이 될 수 있다. 충청 출신 반기문 유엔 사무총장을 대통령, 대구·경북(TK) 출신 ‘진실한 사람’을 총리로 내세운다면? 선거공학 측면에서 봐도 유혹적인 조합이다. 대통령은 내치를 맡는 총리 뒤편에서 수렴청정을 할 수 있다. 원유철 새누리당 원내대표는 내년 4월 총선의 목표를 “180석”이라 공언한다. 역시 개헌론과 떼어 생각하기 어렵다. 새누리당이 이 정도 의석을 얻는다면 분권형 개헌을 외쳐온 일부 야당 의원까지 끌어들여 개헌 의결 정족수(200석)를 채우는 일이 가능하다. ‘친박의, 친박에 의한, 친박을 위한’ 개헌 실현 여부는 총선 결과에 달린 셈이다. 자기들끼리 치고받느라 정신없는 새정치민주연합이 과연 정권 연장용 개헌을 저지할 수 있을까.
헌법 제128조 2항은 ‘대통령의 임기연장 또는 중임변경을 위한 헌법개정은 그 헌법개정 제안 당시의 대통령에 대하여는 효력이 없다’고 규정하고 있다. 헌정사에 다시는 장기집권이란 오점이 없도록 삽입한 조항이다. 10월 유신 같은 상황이 아닌 한 박 대통령은 개헌이 이뤄져도 연임할 수 없다. 우회하는 방법이 아주 없는 건 아니다. 정가에선 박 대통령이 차기에 ‘바지 대통령’을 내세워 중임제 개헌을 하도록 하고, 차차기에 재출마한다는 시나리오가 떠돌았다. 민주주의 체제의 상식을 뛰어넘는, 공상 중의 공상이다.
이원집정부제 개헌을 통한 ‘사실상 연임’은 어떤가. 1987년 6월항쟁의 결과로 공동체가 합의한 장기집권 불가 원칙에 위배되기는 마찬가지다. ‘막장드라마계의 대모’로 불린 작가 임성한씨는 드라마 제목에 ‘아현동 마님’ ‘압구정 백야’ 식으로 동네 이름을 붙이는 걸 즐겼다. 임성한식 작명을 빌리면 이원집정부제 개헌은 청와대 밖에 ‘삼성동 폐하’를 모시겠다는 얘기다. 대통령 본인 뜻이든, 친박의 호가호위(狐假虎威)에 불과하든 주권자를 졸(卒)로 보는 발상이다.
지난해 10월 ‘개헌은 싫다’는 칼럼을 썼다. 국회의원들이 기본권 강화에는 관심 없이 권력을 어떻게 나눌 것이냐에만 집중하는 게 싫어서였다. 다시 말하건대, 개헌은 싫다. ‘친박 개헌’은 더더구나 싫다. 6월항쟁 때 서울시청 앞에 모인 시위대는 “호헌 철폐, 독재 타도”를 외쳤다. 바로 그 자리, 지금의 서울광장에서 “개헌 반대, 독재 타도” 구호가 울려퍼지는 날이 오지 않기를 바란다.
김 대표는 지난해 10월 중국 상하이에서 오스트리아식 이원집정부제 개헌을 거론했다가 된서리를 맞았다. 하루 만에 “대통령께 죄송하다”고 사과하며 체면만 구겼다. 청와대의 개헌 불가론은 그만큼 깊고 강했다. 상황은 13개월 만에 반전됐다. 친박계가 개헌론에 군불을 때고 김 대표는 “개헌 얘기는 안 하겠다”며 입을 닫았다. “누구는 (개헌론 제기)하는데 누구는 하면 안되느냐”는 측근 김성태 의원의 발언이 김 대표 심중을 대변한다. 억울해할 건 없다. 권력의 본질이 그렇다. 자신이 하고 싶은 말을, 하고 싶은 때, 하고 싶은 맥락에서 할 수 있는 힘, 심지어 해석까지 뜻대로 할 수 있는 힘이 권력이다. 박 대통령은 다른 어떤 권력자보다 그 권력을 전유하려는 의지가 강하다.
박 대통령은 63세다. 66세에 ‘전직’이 된다. ‘문고리 3인방’(이재만·정호성·안봉근 비서관)은 퇴임해도 40대 후반~50대 초반이다. 전직 대통령도 젊고, 측근도 젊다. 친박계는 ‘무늬만 계파’일 뿐 매우 취약하다. 새누리당 내 소수파인 데다 유력한 차기 주자도 없다. 대통령과 측근과 친박세력의 이해가 일치하는 지점이 박 대통령의 집권 연장이다. 단임이 굴레다. 개헌을 통한 ‘사실상 연임’은 매력적 대안이 될 수 있다. 충청 출신 반기문 유엔 사무총장을 대통령, 대구·경북(TK) 출신 ‘진실한 사람’을 총리로 내세운다면? 선거공학 측면에서 봐도 유혹적인 조합이다. 대통령은 내치를 맡는 총리 뒤편에서 수렴청정을 할 수 있다. 원유철 새누리당 원내대표는 내년 4월 총선의 목표를 “180석”이라 공언한다. 역시 개헌론과 떼어 생각하기 어렵다. 새누리당이 이 정도 의석을 얻는다면 분권형 개헌을 외쳐온 일부 야당 의원까지 끌어들여 개헌 의결 정족수(200석)를 채우는 일이 가능하다. ‘친박의, 친박에 의한, 친박을 위한’ 개헌 실현 여부는 총선 결과에 달린 셈이다. 자기들끼리 치고받느라 정신없는 새정치민주연합이 과연 정권 연장용 개헌을 저지할 수 있을까.
헌법 제128조 2항은 ‘대통령의 임기연장 또는 중임변경을 위한 헌법개정은 그 헌법개정 제안 당시의 대통령에 대하여는 효력이 없다’고 규정하고 있다. 헌정사에 다시는 장기집권이란 오점이 없도록 삽입한 조항이다. 10월 유신 같은 상황이 아닌 한 박 대통령은 개헌이 이뤄져도 연임할 수 없다. 우회하는 방법이 아주 없는 건 아니다. 정가에선 박 대통령이 차기에 ‘바지 대통령’을 내세워 중임제 개헌을 하도록 하고, 차차기에 재출마한다는 시나리오가 떠돌았다. 민주주의 체제의 상식을 뛰어넘는, 공상 중의 공상이다.
이원집정부제 개헌을 통한 ‘사실상 연임’은 어떤가. 1987년 6월항쟁의 결과로 공동체가 합의한 장기집권 불가 원칙에 위배되기는 마찬가지다. ‘막장드라마계의 대모’로 불린 작가 임성한씨는 드라마 제목에 ‘아현동 마님’ ‘압구정 백야’ 식으로 동네 이름을 붙이는 걸 즐겼다. 임성한식 작명을 빌리면 이원집정부제 개헌은 청와대 밖에 ‘삼성동 폐하’를 모시겠다는 얘기다. 대통령 본인 뜻이든, 친박의 호가호위(狐假虎威)에 불과하든 주권자를 졸(卒)로 보는 발상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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