ㆍ조문 정국에 부각된 ‘통합 정신’ 아랑곳없고 ‘대결·분열 정치’
김영삼 전 대통령(YS) 서거를 계기로 진행되고 있는 YS 공과(功過)에 대한 ‘재조명’ 작업 귀착점이 박근혜 대통령으로 향하고 있다. 김 전 대통령의 민주화 투쟁과 역사 바로 세우기, 통합의 마지막 메시지, 이념·계파를 뛰어넘는 인사 스타일 등이 박 대통령의 국정운영 방식이나 리더십과 뚜렷한 대비를 이루면서다. 김 전 대통령의 공과를 이야기할수록 박 대통령의 과(過)가 도드라지는 방향으로 흘러가고 있는 것이다.
김 전 대통령 빈소를 찾은 이들은 고인의 반독재·민주화 투쟁을 가장 많이 입에 올리고 있다. 김 전 대통령이 고 김대중 전 대통령과 함께 군부독재에 맞서 민주주의 발전과 자유·인권 신장에 크게 기여했다는 것이다. 김 전 대통령의 ‘역사 바로 세우기’도 주목받고 있다. 친일잔재 청산, 5·16 군사쿠데타에 대한 성격 규정, 전두환·노태우 신군부세력 처벌 등 일련의 역사 바로 세우기 작업이 재임 중 최고 치적으로 주목받고 있는 것이다.
이 같은 평가는 박근혜 정부 들어 민주주의와 인권 가치가 훼손되고, 역사교과서 국정화로 ‘역사 후퇴’ 우려가 나오고 있는 상황을 역으로 부각시키고 있다.
김 전 대통령의 리더십과 인사 스타일도 재조명되고 있다. 고인은 다른 사람 의견에 귀를 기울였고, 반대 의견도 수용하는 유연성을 지녔던 것으로 평가된다. 야당 대표와 10차례 단독회담을 갖기도 했고, 공약 파기나 대형 참사 등에 대해 국민에게 고개를 숙였다. ‘인사가 만사’라는 신조 아래 폭넓게 인재를 발탁했다.
반면 박근혜 정부는 아예 ‘불통 정부’라는 낙인이 찍힌 상황이다. 반대 의견을 설득하고 대화하기보다 국정과제라는 명목으로 일방적으로 밀어붙이는가 하면, 반대 의견을 아예 ‘비애국’으로 몰아치는 편 가르기 경향까지 나타나고 있다. 인사의 경우도 집권 후반부로 갈수록 ‘코드’나 충성심을 중시하고, 특정 지역 편향이 도드라지고 있다.
윤여준 전 환경부 장관은 지난 24일 TBS라디오에서 “박 대통령께서도 (김 전 대통령처럼) 좀 그렇게 개방된 자세라고 할까, 마음을 열어놓고 사람들과 소통하는 모습을 보여주시면 훨씬 국정을 수행하시는 데 도움이 될 것”이라고 말했다.
하지만 박 대통령의 ‘소통 없는 독단’ 리더십은 갈수록 심화하는 상황이다. 박 대통령은 지난 24일 예정에 없던 국무회의를 주재한 자리에서 노동구조 개편 등 정부 정책에 반대하는 시위대를 비난하면서 테러집단인 ‘이슬람국가(IS)’에 비유했다. 국회를 향해서도 ‘위선’ ‘립서비스’ 등 날선 비난 발언을 쏟아냈다. 국민·국회를 향해 대결정치를 선언한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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