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Thursday, November 26, 2015

박, 전직 대통령 국가장례 영결식 불참한 첫 현직 대통령

김영삼 전 대통령 국가장

장례식장 들러 발인 지켜봤지만
건강상 이유 들어 영결식 참석안해
청와대 “조문·발인, 사정따라 달리 참석”
일각선 “나랏일에 개인감정 드러내”
박근혜 대통령이 ‘건강상의 이유’로 결국 김영삼 전 대통령의 영결식에 참석하지 않았다. 박 대통령은 26일 오후 김 전 대통령의 빈소가 마련된 서울대병원 장례식장을 찾는 걸로 영결식 참석을 대신했다. 아버지 박정희 전 대통령은 물론 본인과도 끝내 ‘불화’한 김 전 대통령에 대한 불편한 심기가 반영된 것으로 보는 시각이 많다. 박 대통령이 이념·지역·계파를 초월해 마련된 김 전 대통령의 ‘통합’ 영결식에 참석하지 않음에 따라, 포용과 화합을 강조해온 김 전 대통령에 견줘 박 대통령의 ‘불통 리더십’이 더욱 부각되게 됐다.
박 대통령은 지난 23일 장례식장을 방문한 데 이어, 이날 다시 빈소를 찾아 7분 동안 머물며 유족들을 또 한번 위로한 뒤 관이 운구차에 실리는 모습을 말없이 지켜보다 두 손을 모은 채 고인의 마지막 길을 배웅했다. 박 대통령은 최근 감기 증세에다 7박10일 일정의 다자회의 국외순방 등에 따른 과로가 겹쳐 건강이 악화된 것으로 전해졌다. 앞서 김성우 청와대 홍보수석은 기자들과 만나 “(박 대통령의) 주치의는 현재 박 대통령이 고열 등 감기 증상이 있는 상황에서 추운 날씨에 오랫동안 야외에 계시면 곧 있을 해외 순방 등에 차질을 초래할 우려가 있어 장기간 외부 공기의 노출을 자제할 필요가 있다고 권고했다”고 설명했다. 박 대통령은 30일(현지시각) 프랑스 파리에서 열리는 유엔기후변화협약 당사국총회(COP21)와 중유럽 4개국과의 정상회의를 위해 29일부터 국외 순방길에 오를 예정이다. 김성우 수석은 “박 대통령이 최대한 예우를 표하기 위해 운구가 출발하기 직전에 빈소가 있는 서울대병원에 가서 고인의 명복을 빌고 유족들을 다시 위로하기로 결정했다”고 말했다.
하지만 전직 대통령의 영결식에 현직 대통령이 불참한 적은 없다. 이명박 전 대통령은 2009년 5월과 8월 노무현 전 대통령과 김대중 전 대통령의 영결식에 참석했고, 노무현 전 대통령도 2006년 10월 최규하 전 대통령의 국민장 영결식에 참석했다. 1979년 박정희 전 대통령 영결식에는 당시 신민당 총재였던 김영삼 전 대통령도 청와대에서 열린 발인제에 참석해 분향하고 유족들과 인사를 나눴다. 청와대 쪽은 이날 밤 “역대 대통령들이 조문, 발인, 영결식을 각각의 사정에 따라 달리 참석해왔다”고 해명했다. 1990년 윤보선 전 대통령 서거 때 가족장으로 치러져 당시 노태우 대통령이 참석하지 않은 사례를 언급한 것으로 보인다.
이름 밝히길 꺼린 한 여론조사 전문가는 “박 대통령이 건강 문제를 들긴 했지만, 영결식 불참은 매우 이례적인 상황”이라며 “박 대통령의 포용력과 통합이 부족하다는 이미지가 고착화되고 개인적 감정을 나랏일에 반영한다는 비판도 나올 수 있다”고 짚었다. 여권의 한 인사는 “김 전 대통령은 민주화 이후 첫 선출 권력이며 문민정부는 민주적 정당성을 지닌 첫번째 정부”라며 “이번 영결식장은 국론 분열과 사회 갈등을 통합하는 기회의 장이었는데, 박 대통령이 이걸 살리지 못했다”고 아쉬워했다.
최혜정 기자 idun@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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