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김주완 기자 ] 기업 종사자들은 박근혜 정부 출범 이후 공공부문의 부패가 더 심해졌다고 생각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분야별로는 법조와 세무부문의 부패 정도가 심각하다고 지적했다. 이는 박근혜 정부가 ‘세월호 참사’ 등을 계기로 공직 기강 바로잡기에 나서면서 공공부문의 투명성이 개선됐을 것이란 일반의 기대와는 다른 결과다. 정부가 ‘부정부패 척결’을 내세우며 대책을 잇따라 내놓고 있지만 실효성이 떨어지는 것 아니냐는 지적도 나온다.
◆2년 새 신뢰도 10%P 하락
5일 국책연구기관인 행정연구원의 ‘정부부문 부패실태에 관한 연구 보고서’에 따르면 기업 종사자 및 자영업자 가운데 66.9%가 ‘공공부문의 부정부패가 심각하다’고 생각하고 있는 것으로 조사됐다. 이는 일선 공무원을 상대하는 기업 종사자 600명과 자영업자 400명을 대상으로 지난해 말 설문조사한 결과다.
박근혜 정부 출범 첫해인 2013년 같은 조사에서는 응답률이 57.6%였다. 현 정부 들어 3년간 공공부문의 부정부패가 더 심해졌다는 뜻이다.
행정 분야별로 보면 법조와 세무부문의 부패가 심각하다고 대답한 비율이 가장 높았다. 법조부문에 대해 ‘부패가 심각하다’고 응답한 비율이 2013년 68.4%에서 지난해 69%로 증가했다. 세무도 같은 기간 62.4%에서 66.3%로 늘었다. 교육도 54.3%에서 56.5%로 증가했다. 경찰은 같은 기간 61.2%에서 58.9%로 떨어졌지만 부패가 심하다는 응답률은 여전히 절반을 웃돌았다.
공직자 유형별로 부패 정도가 가장 심한 집단은 ‘정치인’이었다. ‘부패했다’고 답한 비율이 89.9%에 달했다. 다음은 과장급 이상의 고위공직자(78.7%), 법조인(75.2%), 세무 공무원(69.2%), 경찰(58.9%) 등의 순이었다. 군인의 부패가 심각하다고 답한 비율이 2013년 36.6%에 불과했지만 지난해 55.1%로 급증했다.
◆부패대책 실효성 떨어져
‘정부가 부정부패 척결에 노력하고 있다고 보느냐’는 질문에는 ‘그렇다’는 응답자가 51.1%였다. 나머지 절반 가까이는 여전히 노력이 부족하다는 생각을 하고 있다는 방증이다. 오는 9월부터 시행되는 ‘김영란법’(부정청탁 금지 및 금품 등 수수의 금지에 관한 법률)에 대해서는 42.7%가 ‘효과가 없을 것’이라고 대답했다.
일선 공무원을 접촉하는 기업 종사자들이 공무원의 부패가 더 심해졌다고 여기는 데 대해 전문가들은 현 정부 들어서도 각종 부정부패 사건이 끊이지 않고 일어난 영향이 큰 것으로 분석했다. 2013년 원자력발전 비리사건, 2014년 세월호 참사, 2015년 성완종 리스트 사건 등 굵직한 비리 사건에 자잘한 공무원 비리도 계속됐다. 고재권 한남대 행정학과 교수는 “공공 비리는 여전한 가운데 정부에서 주기적으로 부정부패 혁신 대책을 내놓고 있지만 실효성은 떨어지고 오히려 국민들은 대책이 나올 때마다 부패의 심각성을 더욱 느끼고 있다”고 설명했다.
◆“내부고발 제도 활성화해야”
전문가들은 공직 사회의 부정부패를 줄이기 위해서는 무엇보다 내부고발제도와 공익신고자 제도의 실효성을 높여야 한다고 지적했다. 고 교수는 “지금은 법률만 제정돼 있어 내부고발 제도의 실효성이 떨어지기 때문에 부처별로 내부고발자를 보호하고 보상해주는 규정을 추가로 마련해야 한다”고 말했다. 설문조사에서 기업 종사자들의 61.1%는 내부고발 제도가 공직부패를 막을 수 있다고 답했다.
부정부패 척결을 담당하는 컨트롤타워가 없다는 지적도 나온다. 예컨대 행정자치부(공직자윤리법), 권익위원회(부패방지 및 국민권익위원회의 설치와 운영에 관한 법률), 총리실의 부패척결추진단 등은 각각 소관 법률을 바탕으로 비리를 막기 위해 각종 대책을 내놓고 있지만 연계성이 낮아 정책 효율성이 떨어진다는 진단이다.
정부 관계자는 “공직자윤리법이 일부 고위 공직자만 대상으로 하는 것도 문제”라며 “더 많은 공직자를 대상으로 직무와 재산 간 이해충돌 여부를 심사하고 결정할 수 있도록 법을 개정해야 한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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