진중권 동양대 교수
진중권 동양대 교수
“국민의당 목표는 새누리가 아니라 더민주를 이기는 것
‘네거티브 섬’ 게임을 할만큼 국민의당이 값어치 있나”
진중권(53) 동양대 교수가 “국민의당이 하려는 건 제 살 깎아먹는 ‘네거티브 섬’ 게임”이라며 지난 2일 창당을 공식 선언한 국민의당을 비판하는 이유를 조목조목 개진했다.
진 교수는 3일 밤 자신의 트위터(@unheim)에 200자 원고지 17.5매 분량의 긴 글을 올렸다. 진 교수는 글에서 “이상적인 것은 국민의당이 중도층을 중심으로 영남지역과 새누리 지지층 일부를 끌어오고, 더민주가 전통적인 야권의 지지층을 결속해 두 당이 시너지 효과를 내는 것”이라며 “이 경우 두 당의 합이 기존의 합을 넘어서는 포지티브 섬 게임이 된다”고 말했다. 이어 “하지만 국민의당은 아쉽게도 호남 지역을 놓고 더민주와 경쟁하는 쪽으로 방향을 잡았고, 수도권에서는 ‘네거티브 섬’ 게임을 마다하지 않겠다는 생각”이라며 “총선에서 새누리가 아니라 더민주를 이기기 위한 게임”이라고 덧붙였다.
진 교수는 “(국민의당이) ‘총선에서 승리하겠다’는 말은 거짓말이고, 그게 참말이라면 새누리가 아니라 더민주를 이기겠다는 뜻으로 이해하면 된다”며 “한 마디로 국민의당이 하려는 게임은 서로 윈윈하는 ‘포지티브 섬’ 게임이 아니라, 제 살 깎아먹는 ‘네거티브 섬 게임’으로, 그 목적은 제1야당의 당권과 대선 후보의 자리를 차지하는 데 있다”고 지적했다. 그는 “물론 경우에 따라서는 네거티브 섬 게임을 할 수도 있다”며 “문제는 그 정도의 손실을 감수할 가치가 있을 정도로 안철수가 문재인보다 낫고, 국민의당이 더민주보다 낫냐는 것”이라고 했다.
진 교수는 “정말 안철수와 국민의당이 참신한 인물과 정책으로 지지율에서 더민주를 압도한다면, 이번 총선에서 폭망해도 보람이 있을 것”이라며 “불행히도 현실은 그렇지가 않다. 인물과 정책, 행태의 모든 면에서 국민의당이 외려 뒤쳐진다”고 말했다. 그는 “그렇다면 우리는 이렇게 물을 수밖에 없다”며 “피차 제 살 깎아먹는 그 게임을 도대체 왜 해야 하느냐”라고 했다.
그는 “총선에서 폭망하는 것을 감수하고서라도 야권을 재편해야 한다는 한상진 교수의 야권 종말론은 진공상태에서 그냥 나온 말이 아니다”라며 “안 캠프 인사들이 흘린 말을 주워 종합하면, 처음부터 이게 안 캠프의 전략이었다는 사실이 드러난다”고 했다. 이어 “안철수에게는 애초부터 플랜A와 B가 있었던 것 같다”며 “플랜A는 문 대표를 사퇴시키고 더민주를 무혈 접수하는 것이고, 플랜B는 그게 안 될 경우 탈당해 지금의 국민의당을 만들어 야권종말론을 실현하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진 교수는 국민의당을 두고 “안철수는 대권에 관심이 있고, 김한길은 당권에 관심이 있고, 천정배는 호남 맹주가 되는 데 관심이 있고, 이 모든 교차하는 욕망들이 반문연대의 깃발 아래 하나로 어우러져 탄생한 옥동자”라며 “국민의당이 내세운 ‘새정치’는 녹취록 사건으로 날아가고, ‘혁신’은 신학용 입당으로 날아가고, ‘이념’은 더민주와 차이가 없다”고 했다. 그는 “그러다 보니 더민주와 차별화하기 위해 할 수 있는 것이라고는 국회에서 사사건건 새누리당의 손을 들어주는 것밖에 없다”며 “그러잖아도 거대 여당 때문에 죽을 판인데, 졸지에 여당이 하나 더 생겨버린 것이다. 정의당 심상정 대표가 국민의당을 향해 ‘여당할 건지, 야당할 건지 결정하라’고 요구한 것은 그 때문”이라고 했다.
진 교수는 “제 말에 동의를 안 하시면 반박을 해달라. 그리고 이보다 더 좋은 설명을 제시하시라. 경청하겠다”라며 글을 마쳤다.
이재훈 기자 nang@hani.co.kr
진 교수 트위터 글 전문
이상적인 것은 국민의당이 중도층을 중심으로 영남지역과 새누리 지지층의 일부를 끌어오고, 더민주가 전통적인 야권의 지지층을 결속하여 두 당이 시너지 효과를 내는 것이었지요. 이 경우 두 당의 합이 기존의 합을 넘어서는 포지티브 섬 게임이 됩니다.
하지만 국민의당은 아쉽게도 호남지역을 놓고 더민주와 경쟁하는 쪽으로 방향을 잡았습니다. 이 지역에서는 내가 의석을 얻기 위해 상대의 의석을 빼앗아 하는 제로섬 게임을 벌이기로 한 거죠. 여기서 압도적 우위를 차지하면 승산이 있다고 본 겁니다.
반면 수도권에서는 ‘네거티브 섬’ 게임을 마다하지 않겠다는 생각입니다. 둘 다 망해도 호남에 확보한 우월적 지위로 더민주를 흔들어 흡수-통합할 수도 있다는 겁니다. 총선에서 새누리가 아니라 더민주를 이기기 위한 게임이죠.
때문에 “총선에서 승리하겠다.”는 말은 거짓말이구요. 그게 참말이라면 새누리가 아니라 더민주를 이기겠다는 뜻으로 이해하면 됩니다. 이 모든 전술은 제1야당의 대권후보가 되겠다는 전략적 목표를 위한 것으로 볼 수 있죠.
한 마디로 국민의당이 하려는 게임은 서로 윈윈하는 ‘포지티브 섬’ 게임이 아니라, 제 살 깎아먹는 ‘네거티브 섬’ 게임으로, 그 목적은 제1야당의 당권과 대선 후보의 자리를 차지하는 데에 있습니다. 그래서 서로 우호적 관계를 갖기 힘든 거죠.
물론 경우에 따라서는 네거티브 섬 게임을 할 수도 있지요. 단기적 손해를 보더라도 장기적 이득이 있다면... 문제는 그 정도의 손실을 감수할 가치가 있을 정도로 안철수가 문재인보다 낫고, 국민의당이 더민주보다 낫냐는 것이죠.
여론조사의 지지율을 보면 이미 답이 나와 있습니다. 정말 안철수와 국민의당이 참신한 인물과 정책으로 지지율에서 더민주를 압도한다면, 이번 총선에서 폭망해도 보람이 있지요. 더 유능한 인물과 정당으로 야당을 교체했으니까요.
그런데 불행히도 현실은 그렇지가 않아요. 인물과 정책, 행태의 모든 면에서 국민의당이 외려 뒤처집니다. 그것이 낮은 지지율로 나타나고 있고요. 그렇다면 우리는 이렇게 물을 수밖에 없지요. ‘피차 제 살 깎아먹는 그 게임을 도대체 왜 해야 하느냐?’
총선에서 피차 폭망하더라도 야당이 더 강한 야성을 가진 더 나은 정당으로 거듭날 수만 있다면, 그 희생은 감수할 만하죠. 하지만 특정인의 대선욕과 특정인들의 공천욕을 위해서 치러야 할 대가로는 너무 크죠.
정파의 차이를 떠나 이 게임의 성격을 수학적, 논리적으로 생각해 보세요. 그럼 이것 외에 다른 해석의 가능성은 없다는 것을 알게 될 겁니다.
총선에 폭망하는 것을 감수하고서라도 야권을 재편해야 한다는 한상진 교수의 야권 종말론은 진공상태에서 그냥 나온 말이 아닙니다. 안 캠프의 인사들이 흘린 말들을 주워 종합하면, 처음부터 이게 안 캠프의 전략이었다는 사실이 드러납니다.
국민의당에 바라건대, 제발 총선에서 승리하겠다는 거짓말은 하지 마시기를..... 아니면 우리가 말하는 승리는 새누리당에 대한 승리가 아니라 더민주에 대한 승리이며, 이를 위해서는 기존야권의 종말도 감수해야 한다고....
안철수에게는 애초부터 플랜 A와 B가 있었던 것 같습니다. 플랜 A는 문 대표 사퇴시키고 더민주를 무혈 접수하는 것이고, 플랜B는 그게 안 될 경우 탈당해 지금의 국민의당을 만들어 야권종말론을 실현하는 것이죠.
문대표 흔들 때부터 이미 플랜B는 가동하고 있었겠지요. 최재천과 박영선이 끝내 못 간 것을 보면, 이미 플랜B가 꽤 오래전부터 진행되어 그 시점에는 끼어들 틈이 없을 정도로 구체화되어 있었다는 얘기가 되니까요.
하여튼 이것이 그동안 벌어졌던 일에 대한 가장 합리적이며 개연적인 설명이라고 생각합니다. 혹시 이보다 더 좋은 생각이 있으시면, 말씀들 해 보세요. 경청하겠습니다.
안철수는 대권에 관심이 있고, 김한길은 당권에 관심이 있고, 천정배와는 호남 맹주가 되는 데에 관심이 있고, 이 모든 교차하는 욕망들이 반문연대의 깃발 아래 하나로 어우러져 탄생한 옥동자(?)라고나 할까....
당은 만들려면 무엇보다도 정치적 명분이 있어야 합니다. 그런데 국민의당은 일단 민주적 절차에 대한 불복(‘탈당’)을 통해 만들어졌기 때문에 절차적 정당성을 갖지 못합니다. 그렇다면 실체적 정당성이라도 갖추어야 하는데, 그조차도 갖추지 못했지요.
물론 국민의당은 ‘새정치’와 ‘혁신’, 그리고 새로운 ‘이념’을 표방합니다. 가령 경제에서는 진보, 안보에서는 보수라는 거죠. 그런데 ‘새정치’는 녹취록 사건으로 날아가고, ‘혁신’은 신학용 입당으로 날아가고, ‘이념’은 더민주와 차이가 없습니다.
햇볕정책을 폐기하겠다고 선언할 수 없는 이상, 북핵에 대해 조금 강한 목소리를 내는 정도인데, 북한의 핵개발에 강력히 반대하는 것은 (아마도 옛날 통진당 세력 빼면) 대한민국 모든 정당의 입장일 겁니다. 그러니 그걸로도 차별화가 안 되죠.
그러다 보니 더민주와 차별화하기 위해 할 수 있는 것이라고는 국회에서 사사건건 새누리당의 손을 들어주는 것밖에 없지요. 종편과 보수언론들의 찬양을 받으며... 보수신문들 사설을 보세용. 다들 새누리당과 협력할 정당이라며 기대를 표명하고 있습니다.
그러잖아도 거대여당 때문에 죽을 판인데, 졸지에 여당이 하나 더 생겨버린 거죠. 정의당 심상정 대표가 국민의당을 향해 ‘여당할 건지, 야당할 건지 결정하라’고 요구한 것은 그 때문입니다.
제 말에 동의를 안 하시면 반박을 하세요. 그리고 이보다 더 좋은 설명을 제시하세요. 경청하겠습니다. 다만, 한 가지 명심할 것은, 김종인 위원장이 말한 것처럼 현실과 바람은 다르다는 겁니다. 저는 이쪽이든 저쪽이든 상황을 비관적으로 보는 편입니다.
지난 몇 달 동안 수많은 말들이 말하여졌고, 수많은 행위들이 행해졌습니다. 그것들을 모아서 꿰맞추어 보면 대충 1000조각짜리 퍼즐처럼 그동안 벌어졌던 사건의 전모와 지금 우리가 처한 상황을 보여주는 커다란 ‘그림’을 그릴 수 있을 겁니다.
이 비관적 상황 속에서 한 가지 위안이 있다면, 그래도 문대표가 원칙을 지키며 제1야당의 전통을 지켜냈다는 겁니다. 만약 그때 물러났다면, 지금 더민주는 철수파, 한길파, 정배파, 동영파에 친노파의 싸움이 벌어지는 아마겟돈이 됐을 겁니다.
그래도 제1야당이 완전히 공중 분해되는 상황은 막았다는 것은, 이 부조리한 상황 속에서 그나마 다행스러운 일입니다. 껏이 야권은 물론이고, 정치라는 게 건전한 견제세력을 요한다는 점에서 나라 전체를 위해서도 최선의 선택이었다고 믿습니다.
어떻게 보면 아무짝에도 쓸데없는 이 트윗질도, 주관적으로는 그런 신념을 가지고 하는 짓입니다.
뭐, 국민의당 지지자들도 떡고물이라는 유물론적 이유에서 그 당을 지지하는 일부 선수들 빼고는 다 나라를 사랑하는 순수한 마음에서 그러는 거라고 생각합니다. 하지만 주관적 애국이 객관적 애국이 되는 건 아니죠.
때문에 상황을 냉정하게 바라보고 그 안에서 자신의 정치적 행동이 객관적으로 어떤 의미를 갖는지 돌아보면서 행동할 필요가 있다고 봅니다. 그래서 제 이 상황에 대한 제 기술에 반대하는 분들에게 이보다 더 나은 설명을 제시해 달라고 요구하는 겁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