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겨레]정부 경기부양책 발표
하반기 경기 악화 우려
하반기 경기 악화 우려
‘소비 절벽’ 우려가 현실화하고 수출이 급감하는 등 연초부터 경기가 급격히 가라앉자 정부가 경기 부양책을 내놨다. 올해 1분기에 사용할 나랏돈을 더 늘리고 자동차를 살 때 세금을 6개월 동안 깎아주는 것이다. 그러나 이번 부양책은 나중에 쓸 돈을 미리 당겨쓰는 ‘가불 대책’인데다 그 규모도 미미해 경기 흐름을 반전시키기에는 힘이 달릴 것으로 보인다.
유일호 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은 3일 정부서울청사에서 경제관계장관회의를 열어 ‘경기 보강 대책’을 발표했다. 대책을 보면, 올해 1분기에 집행할 중앙정부 재정 규모를 애초 계획(94조원)보다 2조원 늘린 96조원으로 확대했다. 지방 재정(지방교육재정 포함) 4조원도 당겨 집행하기로 했다. 수출입은행과 무역보험공사 등 정책금융기관은 1분기 대출·보증 규모를 계획보다 15조5000억원 늘리고, 한국전력 등 에너지 공기업들은 1분기 투자를 1조원 더 확대하기로 했다. 또 정부는 지난해 말 종료된 자동차의 개별소비세 인하(세율 5%→3.5%) 조처도 올해 6월말까지 연장하기로 했다.
재정 조기집행과 자동차 세금 인하는 모두 정부와 가계가 2분기나 하반기에 쓸 돈을 미리 당겨쓰는 것이다. 나라 곳간이나 가계의 지갑을 더 채워 지출과 소비를 늘리는 게 아니어서 2분기 이후엔 경기가 더 나빠질 위험도 있다. 4월 국회의원 총선거를 고려한 ‘정치적 부양책’이라는 뒷말이 나오는 이유다. 이에 대해 이찬우 기재부 차관보는 “선거는 전혀 의식하지 않았다. 1월 수출 급감(18.5%·전년 동월 대비) 등 대내외 충격을 완화하기 위한 것”이라고 말했다.
정부의 부양책에도 경기 흐름이 반전될지는 미지수다. 가불이 중심인 대책이어서 경기 진작 효과의 지속성이 떨어지는데다, 그 규모도 작기 때문이다. 중앙정부가 당겨쓰기로 한 2조원은 올해 총예산(396조7000억원)의 0.5%에 그친다. 정부는 이번 부양책으로 올해 1분기 성장률을 0.2%포인트 끌어올릴 수 있다고 보고 있으나, 세계 경제 불안이 더 커질 경우 1분기 성장률이 지난해 4분기 성장률(0.6%·전기 대비)에도 미치지 못할 가능성이 있다.
정부의 경기 대응이 이렇게 취약한 것은 정부 스스로 올해 예산을 긴축적으로 편성한 탓이 크다. 지난달 초 퇴임한 최경환 전 부총리는 자신의 재임 기간엔 추가경정예산까지 편성하며 나랏돈을 넉넉히 쓰고, 후임 유일호 부총리에겐 쪼그라든 곳간 열쇠를 넘겼다. 실제로 정부가 올해 경기 대응용으로 쓸 수 있는 예산(재량지출)은 203조3000억원으로, 지난해(211조1000억원·추경예산 기준)보다 8조원(3.7%)가량 적다. 기재부의 한 간부는 “경기 보강을 하려 해도 쓸 돈 자체가 없다. 재정의 조기집행 확대는 어려운 여건 속에서의 몸부림으로 이해해달라”고 털어놨다. 결국 경기 관리 및 대응의 짐은 기준금리 조정권을 쥔 한국은행으로 넘어갈 것으로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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