청와대가 한일 정상회담 발언록을 공개하라는 요구에 정보공개법까지 위반하며 침묵을 지키고 있다. 아베 일본 총리가 위안부 문제는 지난 1965년 한일 청구권 협정으로 해결됐다며 이를 회담에서 분명히 했다고 밝혔지만 정부는 이에 대한 진실을 밝혀줄 발언록을 꽁꽁 숨기는 모습이다.
민주사회를위한변호사모임(이하 민변)은 지난 18일 청와대에 한일 정상회담 발언록 공개를 청구한 바 있다.
일본 외무성이 누리집을 통해 한일 정상 발언을 공개하면서 이에 대해 대응할 필요성이 있다고 판단했기 때문이다. 누리집에 공개된 발언록에는 아베 총리가 위안부 문제는 1965년 한일 청구권 협정으로 최종적이고 완전하게 해결됐다는 일본의 입장은 변함이 없고 박근혜 대통령에게 이 같은 내용을 발언했다고 나와 있다.
하지만 청와대는 박근혜 대통령과 아베 총리와의 전화 회담 내용이 담긴 보도자료에서는 이 같은 내용이 포함돼 있지 않다.
민변은 아베 총리의 이 같은 발언에 대해 박 대통령이 어떤 답변을 했는지에 따라 위안부 문제에 대한 정부의 대응 실태를 파악할 수 있다고 판단해 정보공개를 청구했다.
하지만 청와대는 지난 27일 국익을 침해할 현저히 우려가 있다는 사유를 들어 비공개 결정을 해버렸다.
민변은 이에 곧바로 이의 신청을 청와대에 접수했다. 정보공개법 13조 3항에 따르면 이의신청을 받은 날로부터 7일 이내에 결정 여부를 재통지하도록 규정돼 있다. 일주일 기간을 지키지 못할 경우에도 일주일 범위 안에 기간을 연장하는 통지가 이뤄져야 한다.
하지만 청와대는 이의신청을 한 날로부터 일주일 뒤인 지난 4일까지도 어떤 통보를 해오지 않았다고 민변은 전했다. 청와대가 앞장서 법률을 위반한 것이다.
민변은 "정상회담 발언록을 모두 공개하라는 것이 아니라 아베의 문제의 발언에 대한 박 대통령의 답변만을 공개할 것을 청구한 것"이라며 "더 이상 위안부 전시 성노예 문제 법적 책임과 강제성 논란의 소지가 없도록 신속한 공개를 요구한다"고 밝혔다.
▲ 지난 11월2일 정상회담 당시 방명록에 서명하는 아베 신조 일본 총리. 사진=청와대 |
민변은 아베 총리의 발언은 일본의 법적 책임을 부인하는 내용이고 이를 일방적으로 공개한 이상 한국 역시 진실을 가리기 위해 상호적으로 공개하는 것이 국익을 지킬 수 있다는 입장이다.
아베 총리의 발언이 공개된 이후 위안부 합의가 폐기돼야 한다는 목소리도 커지고 있다. 아베 총리는 지난 18일 의회에서도 "위안부를 강제연행한 증거가 없다"고 말하는 등 위안부 문제 합의 파기에 가까운 발언을 연달아 내놨다. 하지만 정부는 "지금 중요한 것은 합의 사항을 이행할 수 이는 분위기와 환경을 조성하는 것이다. 이에 저해되는 언행을 삼가는 것이 중요하다"(조준혁 외교부 대변인)는 원론적인 입장을 밝혀 소극적인 대응을 하고 있다는 비판이 나왔다.
지금이라도 합의 파기와 가까운 언행을 막기 위해 정부가 적극적으로 한일 정상의 발언록을 공개해 진실공방에 마침표를 찍어야 한다는 지적이 높은 이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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