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와이도 압승 예상…경제이슈 앞세워 '저력' 과시
힐러리와 근본적 격차 좁히기에는 한계
(워싱턴=연합뉴스) 노효동 특파원 = 26일(현지시간) 미국 서부의 워싱턴·알래스카·하와이 주(州)에서 치러진 민주당 대선 경선에서 버니 샌더스가 완승을 거둘 것으로 전망된다.
이는 반(反) 무역협정과 경제 개혁을 전면에 앞세운 '샌더스 돌풍'이 여전히 건재함을 보여주는 것이지만, 유력 주자인 힐러리 클턴턴의 대세 굳히기 흐름을 뒤집기에는 한계가 있다는 분석이 나온다.
최대 격전지였던 워싱턴 주에서는 샌더스가 75.5%(개표 31% 기준)를 기록해 24.3%를 얻은 클린턴을 상대로 50%포인트가 넘는 큰 격차로 압승을 거뒀다.
또 알래스카 주에서도 샌더스는 79.2%(개표 72% 기준)로 20.8%의 클린턴 후보를 크게 누르고 승리를 확정 지었다.
아직 개표가 시작되지 않은 하와이 주에서도 샌더스가 승리할 것으로 예측된다.
이번 경선 결과에 따라 워싱턴주 101명, 하와이 25명, 알래스카 16명 등 모두 142명의 대의원이 득표율에 따라 배분된다.
샌더스가 22일 유타와 아이다호 주에 이어 일명 '서부 트리오'(trio of Western states)로 불리는 3개 주에서 크게 승리한 것은 그의 경쟁력이 여전히 건재함을 보여주는 동시에 조기에 승부를 확정 지으려는 클린턴 독주의 속도를 늦추는 것이어서 주목된다.
특히 득표전이 첨예하게 불붙었던 워싱턴 주에서 클린턴과 격차를 무려 50%포인트 이상 벌린 것은 그만큼 민주당 유권자들 사이에서 샌더스가 강력한 지지세를 확보하고 있음을 보여주고 있다는 평가가 나온다.
이는 반 무역협정을 내세우며 미국이 잃어버린 제조업과 일자리를 되찾고 중산층을 다시 살리겠다는 공약이 민주당 유권자들 사이에서 호소력을 가졌기 때문이라는 분석이 제기되고 있다.
특히 산업이 발달해있는 워싱턴 주에서는 청년·진보층이 몰려있는 도시와 백인 인구가 많은 농촌지역을 가리지 않고 폭넓은 지지를 얻은 것으로 나타났다.
선거전문가들 사이에서는 일반 유권자가 아니라 등록당원만이 참여하는 코커스(당원대회) 방식이 열성 지지자들이 많은 샌더스에게 유리하게 작용했다는 분석도 나온다.
그러나 지금까지 확보한 대의원 숫자에서 클린턴에 크게 밀리는데다가, 이날 경선을 치른 3개 주에 걸린 대의원 숫자가 많지 않아 어 현실적으로 격차를 좁히기는 어렵다는 분석이 지배적이다.
AP통신 집계에 따르면, 이 시각 현재 클린턴이 확보한 대의원 수는 1천692명(슈퍼대의원 469명)으로, 대선후보 지명에 필요한 과반 대의원 수를 뜻하는 '매직넘버'인 2천383명의 70%에 이른 것으로 집계됐다. 샌더스는 40%인 958명(슈퍼대의원 29명)에 그쳤다.
특히 앞으로 경선이 치러질 뉴욕과 펜실베이니아, 메릴랜드와 같은 대형 주는 클린턴이 크게 유리한 구도라는 게 선거전문가들의 분석이다.
이런 가운데 샌더스는 최근 전국적 지지율이 크게 상승해 클린턴과 사실상 동률을 기록한 것으로 나타났다.
로이터 통신과 여론조사기관인 입소스가 지난주 1천249명의 민주당 유권자들을 상대로 설문 조사한 결과 클린턴은 47%의 지지율을 얻어 46%를 얻은 샌더스를 1%포인트 앞섰다.
또 블룸버그 통신이 셀처 앤 컴퍼니와 함께 지난 19일부터 22일까지 전국 성인남녀 1천 명을 대상으로 조사한 결과 샌더스가 클린턴보다 1%포인트 높은 49%를 기록했다.
선거전문가들은 샌더스가 자유무역협정에 적극적으로 반대 목소리를 내고 월가와 대형기업에 유리한 경제력 집중을 해소해야 한다는 공약을 내놓는 것이 유권자들에게 상당한 호소력을 갖고 있다는 분석을 내놓고 있다.
이 같은 여론의 흐름 속에서 클린턴으로서는 환태평양경제동반자협정(TPP)을 비롯한 무역·산업·통상 분야의 공약을 재점검하고 월가 개혁과 같은 진보적 어젠더를 놓고 선명성을 강화하는 쪽으로 전략을 가다듬어야 하는 상황에 놓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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