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공화당의 대선후보에 도전하는 도널드 트럼프가 한국과 일본이 미국에 의존하지 않고도 북한과 중국의 위협으로부터 스스로 보호하기 위해 핵무기가 필요하다면 양국의 핵무장에 반대하지 않을 뜻을 밝혔다.
또 그는 한국과 일본이 미군 주둔에 대한 비용을 지금보다 획기적으로 늘리지 않으면 미군을 철수할 생각이라고 말했다.
트럼프는 지난 25일 뉴욕타임스 인터뷰에서 ‘한국과 일본 내에서는 미국의 방위 공약을 믿을 수 없게 되면 자체 핵무장을 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있는데, 어떻게 생각하느냐’는 물음에 “언젠가 논의해봐야 할 문제”라며 “우리(미국)가 지금처럼 계속해서 약해지는 길로 나아간다면 그들(한국, 일본)은 내가 그것(핵무장)을 언급하든 하지 않든 그것을 하려고 할 것”이라고 말했다.
트럼프는 “북한이 고개를 쳐들 때마다 우리는 일본과 다른 많은 나라들로부터 ‘뭔가 좀 해달라’는 전화를 받는다”며 “어느 시점에 가면 우리가 더이상 그것을 하지 못하는 때가 올 것”이라고 했다. 그는 “미국은 세계의 경찰이 될 수 없다”는 점도 분명히 했다.
트럼프는 ‘그 말이 진심이냐’는 기자의 확인 질문이 이어지가 “북한이 그것(핵무기)을 갖는 상황에서 일본도 그것을 갖게 되는 것을 바라느냐고? 어쩌면 차라리 그런 경우가 더 나을 지도 모른다”며 “일본이 핵 위협을 갖추게 된다면 그게 꼭 우리한테 나쁜 일인지는 모르겠다”고 말했다.
트럼프는 ‘한국과 일본이 미군 주둔 비용을 획기적으로 더 내지 않으면 이 나라들에 주둔한 미군을 철수할 것이냐’는 물음에 “유쾌하지는 않겠지만, 그렇게 할 것”이라고 답했다. 그는 “우리는 이 모든 것들을 위해 더이상 수십억 달러나 되는 엄청난 돈을 계속 잃어버릴 여유가 없다”면서 이 같이 말했다.
그는 미·일 안보조약과 같은 동맹 조약들을 체결될 때만 해도 미국이 부유했지만 이제는 “돈이 없는 나라”가 됐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미국이 누군가로부터 공격 받아도 일본이 미국을 위해 싸우지 않아도 되는 동맹 조약은 일방적인 것”이라며 문제로 지적했다.
트럼프가 한국, 일본의 핵무장을 용인하고, 주한미군을 철수할 수 있다고 분명하게 밝힌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주한미군 철수 공약은 과거 지미 카터 대통령이 후보 시절 내세운 바 있지만 취임 후 군부의 반발에 부딪혀 실현하지 못했다.
하지만 한국 등의 핵무장 용인론은 최근 북한의 핵실험 이후 국내 일각에서 일고 있는 자체 핵무장론과 맞물려 파장을 불러일으킬 것으로 보인다. 특히 이 발언은 미국이 유지하기 위해 안간힘을 쓰는 핵확산방지조약(NPT)의 체제를 뒤흔드는 발언이다.
트럼프의 발언대로 한국과 일본이 핵무장을 하게 되면 북한 핵문제의 협상을 통한 해결은 불가능해지고 동북아는 시대착오적인 핵군비 경쟁의 수렁에 휘말려들게 된다. 미국 전문가들은 특히 중국과 일본이 구조적으로 긴장이 고조되는 상황에서 이는 매우 위험한 시나리오로 보고 있다.
미군 태평양사령관을 지낸 팀 키팅은 “그들(한국과 일본)은 아시아·태평양에서 우리의 국가안보 전략의 핵심”이라며 “한국과 일본은 핵무기 프로그램을 추구할 필요가 없다”고 파이낸셜타임스에 말했다.
트럼프는 자신의 외교안보관이 ‘고립주의’로 불리는 것에 대해 불쾌함을 드러냈다. 그는 인터뷰 과정에서 ‘그러면 미국 우선주의(America First)라는 이름은 어떻느냐’는 인터뷰어의 얘기에 “그 표현 마음에 든다”고 말하기도 했다. 뉴욕타임스는 편집된 인터뷰 전문을 전하면서 “도널드 트럼프의 세계관은 미국 우선주의, 그리고 다른 모든 나라들은 돈을 더 내는 것”으로 규정했다.
이 신문은 트럼프의 외교안보관을 묻는 이번 인터뷰가 데이비드 생어, 매기 하버먼 기자와 두 차례에 걸쳐 100분 동안 전화 통화 형식으로 이뤄졌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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