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백 마디 말보다 한 장의 현수막.' 4.13 제20대 국회의원 총선거를 앞두고 '현수막 전쟁'이 한창입니다. 국회의원 후보들에게 정책 현수막만큼 효과적인 홍보 수단도 없지만 늘 진실만 담지는 않습니다. 이에 <오마이팩트>는 각 정당과 후보 현수막 내용을 철저히 검증합니다. 첫 편은 이달 초 누리꾼 사이에 큰 화제였던 홍영표 더불어민주당 후보의 '시력측정표' 현수막입니다. [편집자말] |
▲ 박근헤 대통령이 22일 판교스타트업 캠퍼스 개소식에 참석해 가상현실 기기를 체험하고 있다. | |
ⓒ 청와대 |
▲ 현 정부의 실정을 시력측정표로 만들어 게시한 선거 현수막이 화제가 되고 있다. 이 현수막은 더불어민주당 홍영표(부평을) 예비후보 선거사무소에서 게시했다. | |
ⓒ 한만송 |
"잘 보이시나요? 잘 보고 선택해야 대한민국이 바로 섭니다."
박근혜 정부의 실정을 조목조목 꼬집은 '시력측정표' 현수막이 눈길을 끕니다. 바로 홍영표 더불어민주당 의원(부평을 후보)이 지난 3월 초 인천시 부평구 선거사무소 앞에 내건 정책 현수막인데요. 불안 불안한 국가부채 문제부터 전세대란, 청년실업, 온갖 대선 공약 파기, 세월호, 메르스 사태까지, 말 그대로 현 정부 실정의 '끝판왕'이라고 할 만합니다(관련기사:홍영표 예비후보 현수막 '잘 보이시나요?' 화제)
과연 이 시력측정표 현수막에 담긴 내용들이 모두 사실일까요? <오마이팩트>에서 하나하나 따져봤습니다.
▲ [4.13 총선 기획-현수막 팩트체크 첫 편]홍영표 후보의 '시력측정표' | |
ⓒ 고정미 |
▲ [4.13 총선 기획-현수막 팩트체크 첫 편]홍영표 후보의 '시력측정표' | |
ⓒ 고정미 |
[2016년]
국가채무 595조 → 진실
▲ [4.13 총선 기획-현수막 팩트체크 첫 편]홍영표 후보의 '시력측정표' |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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먼저 2016년부터 살펴볼까요. 가장 글씨가 커서인지 첫 문제는 의외로 쉽네요. 우리 정부가 갚아야 할 '국가채무'가 595조 원에 이른다는 것인데요. 실제 유일호 경제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은 지난 2월 19일 국회 경제 분야 대정부질문에서 "지난해 말 기준 국가 채무는 595조 원 정도이고 국내총생산(GDP) 대비 38.5%"라고 답했군요(관련기사: [연합뉴스] 유일호 "작년 말 국가채무 595조…GDP 대비 38.5%").
문제는 그 증가 속도가 지나치게 빨라 이젠 1500조 원 정도인 GDP의 40%를 위협할 정도라는 것이죠. 국회 예산정책처에 따르면 지난 2001년까지만 해도 국가 채무는 113조 원 정도에 불과했지만 2005년 238조 원으로 두 배 늘었고, 2012년엔 480조 원으로 4배 증가했습니다. 올해 말에는 50조 원이 더 늘어 644조 원에 이를 전망이라는군요.
그런데도 정부는 태연합니다. 유일호 경제부총리는 국가채무 증가 속도가 빨라도 다른 나라에 비하면 양호하다는 건데요. 하지만 한국은 2000~2014년 연평균 국가채무 증가율이 12%로 OECD 31개 국가 가운데 여섯번째로 높았습니다. 특히 재정 위기를 겪은 그리스보다도 2배나 높아 재정건전성이 우려되고 있습니다.
더구나 국가 채무에 각종 연기금, 공기업 부채까지 포함한 국가 부채는 이미 지난 2014년 말 1200조 원을 돌파했습니다. MB 정부에서 4대강 사업이나 해외 자원 외교에 같은 데 헛돈만 쓰지 않았다면, 어땠을까요?
개성공단 폐쇄 → 진실
▲ [4.13 총선 기획-현수막 팩트체크 첫 편]홍영표 후보의 '시력측정표' |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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두 번째 문제도 어렵지 않습니다. 우리 정부는 지난 2월 10일 개성공단 가동을 전면 중단했습니다. 북한의 핵실험과 '광명성' 로켓 발사에 대한 제재 조치라고는 하지만, 결국 개성공단 입주 기업들과 노동자들만 피해를 입게 됐습니다. 북한 잡자고 가뜩이나 불안한 나라 경제를 흔든 셈이죠.(관련기사: 한국 '대북 독자 제재', 개성공단 가동 전면 중단)
[2015년]
한일위안부협상 → 진실
▲ [4.13 총선 기획-현수막 팩트체크 첫 편]홍영표 후보의 '시력측정표' |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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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제 2015년으로 가볼까요? '한일 위안부 협상'이 먼저 눈에 띕니다. 한일 정부는 지난해 12월 28일 일본군 위안부 협상을 타결했는데요. 일본 정부가 100억 원 기금을 내고 위안부 피해자 지원 재단을 만들기로 했는데 정작 피해 할머니들 표정은 어둡습니다. 피해자 배상과는 거리가 멀고, 주한 일본대사관 앞 소녀상 이전 문제까지 거론되면서 국내 여론의 비난도 거셉니다.(관련기사: 한일 외교장관 공동기자회견... 일본군위안부 '협상 타결' 발표_
역사교과서 국정화 → 진실
▲ [4.13 총선 기획-현수막 팩트체크 첫 편]홍영표 후보의 '시력측정표' |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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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일위안부협상에서 드러난 우리 정부의 '역사관'은 역사 교과서 국정화 문제에서 이미 예견됐습니다. 교육부는 지난해 10월 기존 한국사 검정 교과서가 좌편향돼 있다고 주장하며 예전처럼 국정화하겠다고 발표했습니다. 국정화 방침이 알려지자 시민사회는 시대착오적이라며 반발했고 전국 역사학자와 대학교수들은 국정 교과서 집필 거부 선언으로 맞섰습니다.
새누리당은 '우리 아이들이 김일성 주체사상을 배우고 있다'는 현수막까지 붙여 '종북 교과서'로 몰았지만, 사실 교과서는 주체사상을 비판적으로 기술한 것으로 드러났죠.(관련기사:[오마이팩트] 박 대통령이 극찬한 교과서도 '주체사상' 가르친다)
[2013~2016]
주택 전셋값 상승률 18.2% → 진실
▲ [4.13 총선 기획-현수막 팩트체크 첫 편]홍영표 후보의 '시력측정표' | |
ⓒ 고정미 |
이제 지난 2013년부터 2016년까지 박근혜 대통령 집권 3년간 경제 성적표를 살펴볼 차례입니다. 첫 번째는 이른바 '전세대란'입니다. 박 대통령이 집권한 뒤 주택 전셋값이 18.2%나 올랐다는 건데요.
부동산 시장 분석 업체인 '부동산인포'에서 지난 2월 18일 역대 정부 집권 3년간 전셋값(전세보증금) 변동률을 비교했더니, 박근혜 정부(2013년 2월~2016년 1월) 상승률이 18.16%로 가장 높았고 이명박 정부 15.54%, 노무현 정부 1.66%로 나타났습니다. 대신 집권 3년간 집값(매매가) 상승률은 노무현 정부가 15.2%로 가장 높았고, 박근혜 정부 8.24%, 이명박 정부 6.8% 순이었습니다.(관련기사: [리얼캐스트] 2000년대 3대정부…집권 3년 매매가, 전셋값 변동률을 보니)
이명박, 박근혜 정부 들어 경기를 살리겠다고 각종 부동산 규제를 완화하면서 집값과 전셋값만 올려놓은 것이죠. 뉴타운을 비롯해 수도권 재건축, 재개발 사업으로 이주민들의 전세 수요는 늘었지만 저금리 기조에 월세 전환이 늘어난 것도 전세보증금 상승에 큰 영향을 미쳤습니다. 결국 집 없는 서민들만 더 살기 어려워졌네요.
담뱃세 9조 5천억, 종합부동산세 1조 3천억 → 대체로 진실
▲ [4.13 총선 기획-현수막 팩트체크 첫 편]홍영표 후보의 '시력측정표' | |
ⓒ 고정미 |
이렇게 부가 한쪽으로 쏠리면 정부는 세금을 거둬 격차를 줄여야 합니다. 그런데 박근혜 정부는 거꾸로 이른바 '서민세'는 올리고 '부자세'는 낮췄습니다. 지난해 담뱃세 인상이 대표적입니다. 소득이나 재산이 많을수록 더 많은 세금을 내는 직접세와 달리 담뱃세 같은 간접세는 모든 계층이 똑같이 부담하기 때문에 '서민세'라고 부릅니다. 법인세, 소득세, 종합부동산세(종부세) 등 이른바 '부자 감세'로 세수가 부족해진 정부가 담뱃세를 2배 올리는 바람에 담뱃값도 2000원씩 껑충 뛰었습니다.
담뱃세 9조 5천억 원은 지난해 전망치입니다. 당시 종부세 수입 전망치 1조 3천억 원보다 7배나 많았죠. 정부는 애초 지난해 담뱃세 수입이 2014년보다 2조 8천억 원 늘어날 거라고 봤는데, 실제 3조 5천억 원이 늘어 10조 5천억 원에 달했습니다. 담배 소비가 35% 정도 줄 거라 봤는데 실제 23%밖에 안 줄어든 것이죠.(관련기사: [카드뉴스] 담뱃세, 누구 배를 불렸나)
담뱃세가 '서민세'라면 종부세는 일종의 '부유세'입니다. 참여정부는 지난 2005년부터 부동산 자산 6억 원 이상 소유자에게 종부세를 걷었지만 이명박, 박근혜 정부를 거치며 과세 기준이 9억 원 이상으로 높아졌습니다. 지난 2007년 종부세 징수액은 2조 4천억 원에 달했고 2009년엔 3조 원대에 이를 전망이었지만, 이명박 정부로 넘어오면서 2009년에 오히려 1조 2천억 원으로 반 토막 났죠. 그래도 지난해엔 예상치 1조 3천억 원보다 1000억 원 많은 1조 4천억 원을 걷었습니다.
종부세는 지방재정에도 큰 보탬이 됐는데, 이제 그 빈틈을 담뱃세로 메우고 있습니다. 만약 종부세가 그대로 유지됐더라도 담뱃세를 이렇게까지 올렸을까요?
청년실업률 사상 최고 → 진실
▲ [4.13 총선 기획-현수막 팩트체크 첫 편]홍영표 후보의 '시력측정표' | |
ⓒ 고정미 |
지난해 청년실업률(15~29세)은 9.2%로 사상 최고치를 기록했습니다. 2013년까지만 해도 8%대를 밑돌았지만 2014년 이후 9%대로 껑충 뛴 것이죠. 지난 한해 늘어난 일자리가 33만7천 개로 5년 만에 최저치였고 그나마 단순 노무직이나 초단기 일자리 비중이 높다고 합니다.(관련기사: 작년 청년실업률 9.2%…1999년 통계기준 변경 이후 최고)
청년 창업을 독려해 일자리를 늘리겠다는 '창조경제' 효과가 나오려면 아직 멀었나 봅니다. 재밌는 건 새누리당 혁신위원장을 지낸 이준석 후보조차 창조경제와 청년 일자리는 무관하다고 봤네요.(관련기사: 이준석 "창조경제는 승자독식, 청년 일자리 못 늘려")
누리과정 기초연금 공약파기 → 대체로 진실
▲ [4.13 총선 기획-현수막 팩트체크 첫 편]홍영표 후보의 '시력측정표' |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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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근혜 대통령은 지난 2012년 대선에서 만 3~5세 누리 과정 국가완전책임제를 공약으로 내걸었습니다. 하지만 이 약속은 3년 만에 파경을 맞았습니다. 교육부가 정작 '누리과정 예산'은 늘리지 않으면서 시도 교육청에 주는 '지방교육재정교부금'을 쥐어짜 누리과정 예산을 의무 편성하게 하면서 마찰을 빚고 있는 것이죠. 결국 올해 초 일부 시·도에서는 어린이집 누리과정 예산이 집행되지 않으면서 애꿎은 학부모들만 발을 동동거리는 상황입니다.(관련기사: 매해 반복되는 무상보육 파행, 도대체 누굴 믿나)
기초연금 공약도 마찬가지입니다. 박근혜 대통령은 지난 2012년 대선에서 "만 65세 이상 노인에게 매달 20만 원씩 기초노령연금을 지급하겠다"고 공약했습니다. 하지만 막상 당선되자 말을 바꿨습니다. 만 65세 노인 가운데 소득 하위 70%로 제한했고, 이마저 국민연금과 연계해 반발을 부른 것이죠. 그러기에 애초부터 꼭 지킬 약속만 하셨어야죠.(관련기사:'줬다 뺏는 기초연금', 대통령 결단만 남았다)
[2014~2015년]
아! 세월호/ 메르스 사태 → 진실
마지막 줄은 글씨가 작아서 거의 보이지 않지만, 굳이 사실 검증이 필요 없을 정도입니다.지난 2014년 4월 16일 단원고 학생 등 300여 명의 목숨을 앗아간 세월호 참사와 2015년 30여 명의 목숨을 앗아가 온 국민을 불안에 떨게 한 메르스(MERS·중동호흡기증후군) 사태입니다. 두 사건 모두 국가위기관리체계에 구멍을 보여줬고, 진상 규명이나 책임자 처벌 등 후속조치조차 제대로 이뤄지지 못했습니다. 심지어 '세월호 막말' 정치인들도 줄줄이 새누리당 공천을 받아 총선에 나섰습니다.(관련기사: '세월호 막말' 의원들 줄줄이 공천 "국민에 대한 모욕")
▲ [4.13 총선 기획-현수막 팩트체크 첫 편]홍영표 후보의 '시력측정표' | |
ⓒ 고정미 |
부실해외자원외교 13조 손실 → 진실
이명박 정부의 자원 외교 실패도 현 정부에서 기억하고 싶지 않은 과오입니다. 감사원은 지난해 7월 MB 정부 '해외자원개발사업 성과 분석' 결과 12조 8603억 원 손실을 봤다고 발표했습니다. 하지만 이명박 전 대통령과 최경환 당시 지식경제부 장관을 비롯한 '몸통'들은 박근혜 정부에서도 여전히 건재합니다.(관련기사: 발 뻗고 자는 MB 자원외교 주역, 이 법만 있었어도)
국민을 불안하게 하는 정부, 과거를 묻으려는 정부, 이보다 더 큰 실정이 있을까요? 오늘의 오마이팩트는 여기까지입니다. 오마이팩트는 여러분의 참여로 이뤄집니다. 총선 현수막을 비롯해 팩트체크가 필요한 내용이 있으면 무엇이든 알려주세요.(sean@ohmy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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