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직도 박근혜의 폭정과 새누리당의 장기집권을 막기 위해 김종인 체제의 더민주를 밀어줘야 한다고 말하는 분들이 있습니다. 그분들의 논리는 '수단방법을 가리지 말고 이기고 보자' 입니다. 성공한 쿠데타는 처벌할 수 없다는 생각, 즉 세상은 언제나 승자 편이라는 생각, 나는 정의롭기 때문에 수단방법을 가리지 않고 승리해도 정의를 실현하고 선정을 베풀 수 있다는 생각, 새누리당이 언제나 이겼다는 근거도 없는 생각 등에 사로잡혀 악마의 유혹을 받아들였습니다.
대한민국은 이제 정의를 실현하기 위해 불의한 수단을 동원하는 것도 마다하지 않는 상태까지 이르렀습니다. 양심과 상식, 원칙은 사라졌고 세상을 지금처럼 만든 신자유주의적 방식을 따르자고 합니다. 이성과 철학, 반성과 성찰 등이 총체적으로 무너져내린 타락의 극치가 방송과 신문, 디지털 매체들을 통해 전국을 유령처럼 떠다니며 광기의 향연을 만들고 있습니다. 독재자는 언제나 이런 상황에서 탄생했습니다.
이제는 정말로 비정상이 정상을 대체했습니다. 정의로 가는 순정한 분노가 아닌 보복과 복수를 위한 맹목적인 분노에 사로잡혀 악마와의 연합도 서슴지 않습니다. 이제 옳고 그름은 중요하지 않는 시대가 됐습니다. 그저 자신의 기호에 맞아 '좋아요'만 연발하면 모든 것이 용납됩니다. 김대중과 노무현이 남긴 승리의 유전자가 여전히 살아있는데 그것을 부정하고 버린 채 새누리당의 방법을 따르자고 합니다.
새누리당은 계속해서 승리하지 않았을 뿐더러, 2010년의 지방선거에서는 이명박 정부, 친일수구세려, 조중동 등에 의해 폐족까지 몰렸던 친노들의 약진으로 승리하기까지 했습니다. 그때는 정체성이 분명했고, 이념적 지향이 정확했고, 새누리당의 수단과 정반대로 했기 때문에 승리했는데 그것마저 부정하는 상황이 지금입니다. 이 땅의 특권층과 끝까지 싸웠던 노무현과 친노들을 문재인과 김종인 조합이 죽이고 있다는 말까지 서슴지 않습니다.
더민주 지지층이라는 사람들이 조중동과 똑같은 말을 합니다. 김대중과 노무현이 승리했을 때는 지지자들이게 흥을 주었고, 지지자들의 소리에 귀 기울였으며, 언제나 함께 했기 때문에 승리할 수 있었는데 지금은 그것과 정반대로 가자고 합니다. 새누리당이 계속해서 승리했다고 자신을 속여가면서 아무리 많은 증거들이 속출해도 새누리당처럼 수단과 방법을 가리지 말고 승리하면 그만이라고 합니다.
악마는 천사가 타락해서 나온 존재임을 명심하십시오. 우리가 목적(결과지상주의)을 신의 영역까지 올려놓으면 수단이 악마의 것이라도 정당화될 수 있다고 말할 때 좌파와 우파를 가리지 않고 전체주의가 등장했습니다. 민주주의와 평등한 사회를 말하면서 전체주의를 하자고 합니다. 히틀러가 바로 그랬고 스탈린이 그랬습니다. 김대중이 행동하는 양심이었기 때문에 친일수구세력의 장기집권을 끝낼 수 있었고, 노무현이 민주주의 최후의 보루인 조직된 시민과 함께 했기 때문에 새누리당과의 정면대결에서 처음으로 승리했습니다.
김대중이 김종필과 연대했을 때는 민주적 절차에 따라 모든 일이 진행됐고, 정무적 판단이라고 투명성을 버리지도 않았습니다. 노무현은 더 말할 것도 없고요. 그는 이 땅의 특권화된 기득권의 맹공에도 불구하고 정몽준과의 후보단일화를 이루어냈고, 승리를 이루어냈습니다. 그는 언제나 넥타이부대와 돼지저금통으로 대표되는 수없이 많은 지지자들과 함께 했기 때문에 기득권과의 진검승부에서 승리할 수 있었습니다.
더민주가 계속해서 졌다고 하는 주장에도 숱한 오류가 넘쳐납니다. 18대와 19대 총선에서 보수와 진보의 득표율이 정확히 50대 50 이었습니다. 신자유주의적인 선거제도 때문에 새누리당이 승리했지만 본질적인 차원에서는 새누리당이 승리하지 못했습니다. 이명박근혜 8년 동안 온갖 억압과 협박, 감시와 사찰에도 불구하고 정권을 탈환하기 위한 진보의 득표율은 꾸준히 늘어났습니다.
오직 김한길, 박지원, 안철수, 박영선, 이종걸 등처럼, 조중동과 친일수구세력의 주장과 동일하게 김대중과 노무현의 민주적 승리의 유전자를 친노·운동권의 패권주의로 몰아붙여 패배를 자초했습니다. 이들의 새누리당스러운 전략과 전술은 총선투표율을 형편없이 떨어뜨렸고, 그 결과 하늘이 무너져도 새누리당을 지지하는 콘크리트지지층들의 높은 투표율 앞에 속절없이 무너졌습니다.
이런 미친 짓거리 때문에 당원과 지지자들이 문재인을 당대표로 뽑았고, 그는 대표와 고위당직자의 정무적 판단이 작용할 수 없는 시스템 공천을 구축함으로써 민주적 절차와 투명성을 확고하게 만들어놓았습니다. 그런 과정에서 보궐선거에서 패배하는 것은 산고의 진통 같은 것이어서 자신의 책임으로 받아들여야 했습니다. 문재인이 대표직 사퇴를 전제로 더민주를 개혁했고, 이것에 반발한 자들의 탈당도 감수하며 다양한 인재를 영입함으로써 지지율의 반등도 이루어냈습니다.
무엇보다도 10만 명에 이르는 온라인입당과 '더불어 콘서트'의 흥행돌풍은 디지털시대의 지지자들을 열광시킨 것이어서 고집스럽고 완강해서 꼰대라는 소리를 듣는 전통의 지지자들과 새로운 조합을 이룰 수 있었습니다. 이 모든 것을 이루고도 문재인은 물러나야 했고, 김종인을 영입해야 박영선이 탈당하지 않는다는 것을 받아들였습니다. 문재인 또한 김종인을 제대로 파악하지 못한 죄는 있지만, 그것은 당시의 상황을 고려해야 하기 때문에 크게 문제될 것 없는 수준이었습니다.
권력의 주변을 서성거리는 것과 권력의 중심으로 들어온 것은 하늘과 땅 만큼의 차이입니다. 김종인이 바로 그러하며, 이것을 놓치지 않은 박영선과 홍창선, 이철희와 김헌태가 김종인의 권력욕을 폭발시켰습니다. 그 결과 국민의 열광적인 지지를 받았던 필리버스터의 조기종영으로 상승세를 이어가던 지지율이 처음으로 꺾였습니다. 이어 정청래와 강동원의 컷오프로, 이해찬과 김빈의 탈락으로, 청년비래대표 공천으로, 어제는 셀프공천과 진영 영입으로 지지율을 계속해서 까먹었습니다.
더 이상 문재인이 대표직 사퇴를 걸고 구축한 시스템들이 모조리 파괴됐습니다. 교활한 박영선은 김종인의 권력을 확고하게 하는 과정에서 내외의 반발을 피해가는 수단으로 (쓰레기들이 어김없이 친문계로 분류하는) 잔챙이들을 공천하는 비열한 수까지 강행할 수 있었습니다. 이한구를 앞세운 박근혜의 비박학살이 가능했던 것은 이렇게 더민주가 내부로부터 붕괴하는 것을 전제로 했기 때문입니다.
공약과 정책 토론은 실종됐고, 비정상의 극치인 공천 과정만 대한민국을 뒤덮고 있습니다. 총선 패배가 확실해진 지금, 그것을 최소화할 대안을 찾아야 함에도 김종인과 박영선의 거취를 두고 싸우는 바람에 총선 이후에도 더민주 지지자들은 화해하지 못할 것입니다. 패배의 원인을 서로 다르게 보고 수많은 증거들을 부정하는 판에 이들이 다시 화합할 수 있다면 그것 자체가 블랙코미디입니다.
저의 눈에는 모든 사고가 신자유주의 통치술에 완벽히 길들여진 자들의 광기만 보일 뿐입니다. 어디에서도 민주주의는 보이지 않고 힘의 과시만이 보입니다. 최악의 상황에도 대안을 찾아내면 기적적인 회생이 가능한데 계속해서 실패해온 것들을 끝까지 밀고나가자고 하면 야권 승리의 키인 19~35세의 청춘들이 등을 돌립니다. 해서, 다시 한 번 분명하게 말하지만 정의당을 지지해야 더민주가 살고 문재인이 대통령이 될 수 있습니다.
보수화된 거대양당 체제는 미국처럼 51개국이 모인 연방국가에서나 가능한 정당체제입니다. 51개의 국가(주)를 통치하려면 공화당에 극우에서 이중개념자까지, 민주당에서 급진좌파에서 중간개념자까지 이념의 스펙트럼을 넓게 펼쳐 하나의 공간에 묶어둬야 가능합니다. 하지만 한국처럼 작은 나라는 이해의 충돌이 심할 수밖에 없기 때문에 다당제로 가야 다양한 이해를 대변할 수 있습니다.
김종인의 더민주가 보수화를 분명히 했고, 국민의당은 수구화가 끝난 상황에서 정의당(과 녹색당, 노동당, 민중연합당 등)을 밀어주지 않으면 진보와 민주주의 세력이 어떻게 살아남을 수 있겠습니까? 정의당이 원내교섭단체에 성공하고 녹색당, 노동당, 민중연합당 등의 원내진출이 이루어진다면 더민주가 폭망해도 진보와 민주주의의 가치에 헌신하는 의원들의 수는 '김종인이 마지노선으로 말한 107석'은 얼마든지 넘길 수 있습니다.
그 이유는 앞에서 언급했듯이, 우리의 일반적 관념과는 달리 18대와 19대의 수구보수와 진보좌파의 총선득표율이 '50대 50'이었기 때문입니다. 지금이라도 전체적인 상황을 파악할 수 있다면 총선에서의 선전이 가능하고, 그것에 탄력받아 대선에서 승리할 수 있습니다. 필자는 지금까지 그랬듯이, 대선의 그날에도 문재인만이 유일한 희망이라고 봅니다. 그는 노무현 대통령이 평생에 걸쳐 가장 신뢰하는 동반자로 문재인과 함께했기 때문입니다.
이것 말고 다른 무엇이 필요하다면, 저는 친노패권주의의 욕을 죽을 때까지 먹어도 즐거울 것입니다. 노무현과 문재인을 갈라놓고 문재인을 김종인과 묶어버리면 총선에서 승리하고 대선에서도 같은 결과를 만들 수 있다고요? 전직 대통령 선호도에서 노무현이 박정희를 누르고 1등에 올랐는데 문재인을 그와 분리시켜 김종인과 엮어야 한다고요? 그 뒤에는 박영선이 있고 야권의 공멸이 있음에도!!
P.S. 김종인과 박영선, 이종걸의 공통점은 자신의 뜻대로 안 되면 당무를 거부하는 것입니다. 이건 무슨 어린아이 장난도 아니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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