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외국어대학교가 반론 보도를 전제한 다음 강제 수거한 교지를 돌려주기로 약속했다. 하지만 일부 학생들 사이에서는 ‘반론보도’와 ‘사과’라는 전제에 대한 비판이 나오고 있다.
한국외대 교지편집위원회는 23일 학생처장실과의 면담을 통해 이같이 결정됐다고 밝혔다. 교지편집위원회에 따르면 학교측은 “일부 일방적 기사 내용으로 인해 법적 문제를 야기시킬 수 있음을 우려해 배포를 중간하고 보관하게 됐으나 학생 자치권 침해 소지가 있었다”고 인정했다.
교지편집위원회는 “의도치 않게 특정 개인이나 동문회 활동을 비난하는 것으로 비춰질 여지를 제공했다는 것을 (교지도) 인정해야 한다고 봤다”며 “당사자 반론과 입장, 교지편집위원회의 입장을 추가하는 한편 기사에 언급된 당사자에게 이런 사실을 해명하고 사과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이에 따라 교지편집위원회와 학교측은 중재자 역할을 수행할 지도교수를 선정한 다음 기사를 보완해 교지를 발행할 예정이다. 교지편집위원회에 따르면 학교측은 이런 과정을 거쳐 대책이 마련되는 대로 강제수거해 보관중이던 교지를 교지편집위원회에 반환하기로 약속했다.
▲ 강제수거된 한국외대 교지. 클릭하시면 확대된 이미지를 보실 수 있습니다. |
그러면서 교지편집위원회는 “학교가 조속하고 성의있는 조치를 내놓았다는 데 의의를 두고 있으며 이번 사건이 외대 학생 자치의 권리와 의무에 대해 더 깊게 생각해볼 수 있는 기회가 되기를 바라고 있다”고 밝혔다. 또 이번 합의사항이 서로의 이해로 이뤄졌다는 점 역시 덧붙였다.
하지만 일부에서는 이같은 결정에 대한 지적도 나온다. 한 한국외대 학생은 외대 교지 페이스북에 “물론 비판이 당사자에게는 비난으로 받아들여질 수도 있다”면서도 “사실관계가 잘못된 보도를 한 것도 아닌데 언론사와 기자가 해명과 사과를 해야 된다는 것은 듣도보도 못한 일”이라고 비판했다.
이어 이 학생은 “이런 식으로 언론과 기자에게 직접적인 위압이 가능해진다면 앞으로 누가 비판적 기사를 날카롭게 작성할 수 있겠나”라며 “학교당국의 심각한 언론탄압이 지금 협의라는 가면을 둘러쓰고 있는 것은 아닙니까”라고 되물었다.
또 다른 학생은 “학생의 자치회비를 받아 학생이 발행인이 되는 학생자치언론이라면 그 어떠한 기사 내용에 있어서도 학교와의 중재를 거칠 필요가 없으며 그래서도 안되는 것”이라며 “설령 학교와 이야기를 해야하는 상황이 온다고 해도 학교와의 중재 역할을 지도교수에게 맡겨서는 안된다”고 지적했다.
논란이 된 교지는 외대교지 2016년 여름호로 “고대영·박노황 사장이 자랑스러운 외대인?”이라는 기사가 담겼다. 해당 기사에서 교지는 고대영 사장의 △징계성 인사발언 논란 △후배기자 폭행시비 △기자도청 스캔들 △뉴라이트 역사관 논란 △불공정 보도 등의 문제를 지적했다.
연합뉴스 박노황 사장에 대해서는 △편향보도 △인사전횡 및 편집총국장 제도 폐지 등을 문제로 지적했다. 그러면서 교지는 “자랑스러운 외대인상을 수상하면서 수상자에 대한 크고 작은 논란거리들을 모르고 있었을 리 없다”며 “잠깐 눈을 감고 싶었던 것은 아닐까”라고 학교측을 비판했다.
이와 관련해 민주언론시민연합 등은 “고대영 사장과 박노황 사장의 모교인 한국외대 재학생들이 선배들의 잘못된 행태를 비판한 것은 오히려 칭찬 받아 마땅한 일”이라며 “배움의 전당인 대학에서 벌어지는 행태가 한국사회의 추악한 단면을 그대로 닮아있음에 참담함을 느낀다”고 지적했다.
No comments:
Post a Commen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