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토마토 최한영기자] 만 18~25세 청년들이 자신의 노력이나 능력과는 무관한, 환경적인 요인에서 비롯된 경제적 차별을 안고 사회생활을 시작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우리 사회에서 이른바 ‘금수저·흙수저’ 논란이 한창인 가운데 사회양극화의 폐해가 심해지기 전 대책마련이 시급하다는 주장이 제기된다.
국회 기획재정위원회 소속 더불어민주당 박광온 의원이 9일 한국장학재단으로부터 제출받은 ‘든든학자금 대출 공급현황’을 분석한 결과, 최근 5년간 대학생 251만명에게 7조3924억원의 대출이 이뤄진 것으로 집계됐다. 든든학자금은 가구소득 8분위 이내 저소득층을 대상으로 운영 중인 제도다.
연도별 대출규모는 2011년 30만3792명, 1조873억원에서 지난해 각각 52만2847명, 1조3705억원로 늘어나는 등 해를 거듭할수록 증가세가 심화되는 것으로 나타났다.
문제는 이들 중 대출을 상환하지 못하는 경우도 늘고 있다는 점이다. 든든학자금을 상환하지 못한 인원 수와 금액은 2011년 30만8563명, 1조8075억원에서 올해 8월 말 기준 99만2774명, 6조8665억원으로 늘었다. 100만명에 가까운 청년들이 학자금 대출로만 1인당 평균 676만원의 빚을 지고 있는 셈이다.
이들이 학자금 대출 원리금과 이자 상환의 덫에서 빠져나오지 못하고 있는 것은 정상적인 사회생활을 영위하지 못함을 반증한다는 지적도 나온다. 박 의원은 “든든학자금은 올해 기준으로 취업 후 연소득 1856만원이 발생한 뒤부터 상환이 되는 구조”라며 “미상환 인원은 취업을 하지 못했거나, 취업을 했더라도 기준 소득조차 받지 못한 상황에 처해 있는 것”이라고 말했다.
지난 대선에서 박근혜 당시 새누리당 후보는 대학생들의 등록금 부담 완화를 위해 이른바 ‘반값등록금’을 공약으로 내세운 바 있다. 이와 관련 교육부는 지난해 말 ‘소득분위에 따른 반값등록금을 실현시켰다’고 주장했으나, 현실성이 떨어진 주장이라는 비판도 나오고 있다.
학생들이 체감할 수 있을 정도의 실질적인 등록금 인하가 요원한 가운데 대출상환에 부담을 느낀 청년들이 제2금융권의 고금리 대출에까지 손을 벌리고 있다는 지적도 제기된다.
이와 반대로 1인당 1억원이 넘는 증여액를 기반으로 사회생활을 시작하는 사람도 있다는 주장도 나온다. 박 의원실이 국세청의 ‘만 18~25세 증여현황 자료’를 분석한 결과 2011~2015년 사이 3만1709명이 4조2668억원을 증여받은 것으로 조사됐다. 1인당 평균 1억3456만원씩 현금 등의 자산을 받고 사회생활에 나서는 것이다.
증여받은 자산 중 예금 등 금융자산이 1조5746억원(36.9%)으로 가장 많았으며 토지나 건물 등 부동산(1조5195억원·35.6%), 주식 등 유가증권(9455억원·22.1%) 등의 순이었다.
이런 과정 속에 부모의 소득이 높을수록 자녀들의 대기업 취업이 유리해지는 ‘부의 대물림’ 현상이 고착화되는 것 아니냐는 지적도 나온다. 한국고용정보원이 지난 6월 발간한 '재학 중 근로경험 유형에 따른 근로자 특성 및 노동시장 성과 차이' 보고서에 따르면 부모·친지에게서 학비를 조달받으며 자신의 전공과 잘 맞는 ‘자기계발형’ 일자리를 경험한 사람 중 부모의 월 소득이 '300만원∼500만원 미만'인 비율은 42.7%에 달했다. '500만원∼1000만원 미만'(25.4%), '1000만원 이상'(4.4%)인 경우를 합하면 부모의 월 소득이 300만원 이상인 대학생 중 70% 가량이 취업준비 등 자기계발에 투입할 수 있는 시간을 확보했다는 것이다.
반면 부모의 월 소득이 300만원에 못 미치는 사람 중 59%는 생계형 일자리를 경험한 것으로 조사됐다. 이들 두 계층이 이른바 '스펙쌓기'에서 동일선상에 있기는 불가능한만큼 결국 취업 결과에도 영향을 미친다는 해석이 가능하다.
박 의원은 “증여받은 청년과 빚을 진 청년의 출발선이 같을 수 있을지 의문”이라며 “주거와 일자리 등 청년대상 지원정책과 공정한 세금제도를 통해 양극화 해소에 주력해야 한다”고 말했다.
지난 6일 서울 강남구 코엑스에서 열린 '강소·벤처·스타트업·청년매칭 잡페어'에서 구직자들이 취업게시판을 보고 있다. 사진/뉴스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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