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시내 사립대 로스쿨을 졸업한 최모(35)씨는 두 달 전 경기도에 변호사 사무실을 냈다. 로스쿨 동기 한 명과 보증금 3000만원에 월세 120만원짜리 사무실에 자리를 잡았다. 하지만 지금까지 수임 건수는 제로(0)다. 최씨는 "처음이라 어느 정도는 각오했고 어떻게든 일감을 구하려 각방으로 뛰고 있지만, 빚낸 돈을 매달 쏟아붓고 있어 가족들 볼 면목이 없다"고 했다.
직종에 '사(士)'자가 붙어 이른바 '사 자(字) 직업'으로 불리는 전문직종이지만, 모두가 고소득을 올리는 것은 아니다. 전문직 내에서도 빈익빈 부익부 양극화 현상이 심하다. 국세청이 6일 박광온 의원(더불어민주당)에게 제출한 '전문직 개인사업자 소득 신고 현황'을 보면, 지난해 변호사·회계사 등 8개 직종의 전문직 사업자 가운데 '연 매출액 2400만원 미만'이 총 4609명으로 집계됐다. 전체 개인사업자(3만3319명)의 13.8%에 달하는 수치다.
건축사는 전체 1만867명 가운데 2183명(20.1%)이 연 매출 2400만원 미만이었다. 5명 중 1명은 한 달에 200만원도 못 벌었단 얘기다. 변호사도 한 달에 200만원을 못 버는 사업자가 전체 4380명 중 781명(17.8%)에 달했다. 감정평가사(12.6%), 법무사(11.1%), 변리사(10.7%) 등도 10%가 넘었다.
연 매출 2400만원 미만으로 신고한 4609명 가운데 87%는 휴업·폐업한 사업자 또는 신규 개업자였다. 경기는 나쁜데 사업자 간 경쟁이 치열해지면서 먹고살기가 빠듯해졌다는 얘기다. 8개 전문직 전체 숫자는 2011년 2만8515명에서 2015년 3만3319명으로, 16.8% 늘었다. 국세청은 "작년 10월에 신규 개업한 뒤 연말까지 1000만원을 번 사업자 등도 일부 이번 통계에 포함돼 있다는 점을 감안해야 한다"고 설명했다.
하지만, 모두가 어려운 것은 아니었다. 지난해 8개 전문직 사업자의 평균 매출액은 연간 2억3237만원이었다. 감정평가사(7077만원)를 제외한 7개 직종이 평균 매출액 1억원을 넘었다. 변리사가 연 매출 6억2496만원으로 가장 많았고, 변호사가(4억1150만원)가 그다음이었다. 이어 회계사(3억2356만원), 관세사(3억623만원), 세무사(2억6173만원), 법무사(1억8092만원), 건축사(1억3332만원) 순이었다.
회계사 박모(32)씨는 "평균 액수는 결국 의미가 없다"며 "'사자 직업'이 돈 잘 번다는 것도 옛말인데, 주변에선 많이 버는 줄로만 알아 경조사비를 비롯해 각종 씀씀이를 줄이기도 힘들다"고 말했다.
생존경쟁이 치열해지면서 예전엔 볼 수 없던 전문직들의 영업 행태도 등장하기 시작했다. 중소 로펌이 문자메시지로 스팸 광고를 뿌리는가 하면, 개업 비용을 아끼려 변호사 개인이 아파트나 빌라, 단독주택 등 자택을 주소로 등록하는 '재택 개업'도 늘고 있는 추세다. 또한 과거엔 크게 선호하지 않던 국선 변호사도 인기다. 2007년 1.9대1이었던 국선 전담 변호사 경쟁률은 올해 10.3대1까지 치솟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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