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겨레] 국감 보이콧 사태 때 강경파 입지 굳혀
친박 중진들 대신해 초·재선 강경 몰이 앞장
비주류 “당내 민주주의에 심각한 문제” 비판
친박 중진들 대신해 초·재선 강경 몰이 앞장
비주류 “당내 민주주의에 심각한 문제” 비판
“앞으로도 그 사람들 못 막아요. 방법이 없어 방법이….”
5일 새누리당의 한 비주류 중진의원은 지난 2일까지 이어졌던 당의 국정감사 보이콧 사태 때 활약했던 ‘그 사람들’을 언급하며 한탄했다. 의원총회 발언을 통해 내부 긴장감을 극대화하고 대외적으로도 왕성한 ‘스피커’ 역할을 하며 강경 대응을 이끈 주역들이다.
이 중에서도 특히 조원진·이장우 최고위원과 재선의 박대출·김태흠 의원 등이 도드라진 존재감을 드러낸 이들로 꼽힌다. 총선 직후 비박계 중심의 혁신비상대책위원회를 무산시키며 강경 친박으로 떠올랐던 이들이 이번 사태를 계기로 ‘강박(강경 친박근혜계) 4인방’으로 확실히 자리를 잡았다는 관전평도 나온다. 서청원, 최경환, 홍문종 등 친박 중진들이 총선 책임론을 피하려 열어준 공간을 이들이 종횡무진 누비며 당 분위기를 좌지우지한다는 것이다.
당 최고위원회의를 통해 공개 발언을 할 기회가 많은 조원진·이장우 최고위원은 김재수 농림축산식품부 장관 해임건의안 통과 뒤 수시로 열린 회의를 한껏 활용했다. 정세균 국회의장에 대한 개인·선거 비리 의혹과 ‘미국 황제출장’ 등 제대로 확인을 거치지 않은 의혹이 거침없이 쏟아져나온 것도 이들의 입을 통해서였다. 4인방 중 유일한 3선 의원인 조 최고위원은 해임건의안 통과 직후 ‘정세균 사퇴 관철 비상대책위원회’로 전환한 최고위의 위원장을 맡았고, 단식 중인 이정현 대표가 국감 복귀 요청을 한 뒤 열린 9월28일 의총에서 국감 보이콧 유지 결정을 주도했다. 당의 한 핵심 당직자는 “김영우 의원(국회 국방위원장)이 국감 복귀를 선언한 뒤 열린 의원총회 때 시작부터 조원진·이장우 최고위원이 나서서 ‘내가 지도부에 있는 한 좌시하지 않겠다’며 고압적으로 끌고 가더라. 누구도 제대로 말할 수 없는 분위기였다”고 전했다.
박대출 의원은 9월28일 의원총회에서 “민심을 봐야 한다”며 국감 복귀 의견을 폈던 5선의 정병국 의원과 고성을 주고받으며 충돌해 동료 의원들에게 ‘깊은 인상’을 남겼다. 당 관계자는 “재선이 5선에게 달려가 대드는 상황에서 누가 무슨 이야기를 하고 싶겠느냐”고 촌평했다. 박 의원은 국감 복귀를 결정하던 날 의원총회에서도 “일주일 만에 꼬리 내리는 무력한 모습으로 남게 되는 게 가장 걱정”이라며 “정세균을 의장으로 인정하지 말아야 한다”고 주장했다.
세월호 유족들에게 “노숙자”, “헌법 부정 세력이 있다” 등의 독설을 퍼부어 구설에 오른 바 있던 김태흠 의원은 정 의장 공격뿐 아니라 국감 복귀를 선언한 김영우 의원에 대한 강경 대응에도 앞장섰다. 그는 9월30일 두 개의 라디오 프로그램에 순차적으로 출연해 “순수성이 떨어지는 일탈, 해당 행위”, “국감에 복귀해 한 일이라곤 헬기사고 문상가는 걸 야당과 합의한 것”, “소신을 좇으려면 탈당해서 무소속 해야”라고 김 의원을 공격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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