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꼼수' WANTED
[아시아경제 김효진 기자] 경찰이 애플 아이튠즈 팟캐스트 방송 '나는꼼수다(이하 나꼼수)'를 수사하고 나섰다. 10ㆍ26 서울시장 재보궐선거 과정에서 나경원 당시 한나라당 후보의 '호화 피부클리닉 이용' 의혹을 사실과 다르게 유포해 나 후보의 명예를 훼손한 혐의다. 나꼼수는 이 밖에 나 후보의 화곡중ㆍ고교 이사 등재 사실, 나 후보 남편인 김재호 판사의 기소청탁 의혹 등을 제기하며 '장외 선거전'의 선봉에 서 있었다. ☞관련기사:'나꼼수' 정봉주 "경찰 수사, 민의에 재갈"경찰은 나꼼수 외에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상에서 후보자를 비방한 누리꾼들도 수사 선상에 올려뒀다. 나꼼수와 SNS 같은 '비(非)제도권' 소통수단이 이번 선거를 움직인 가장 큰 축이었고, 이를 바탕으로 정치의 중심이 일시적으로나마 원내에서 원외로 옮겨갈 조짐마저 보이는 상황이어서 경찰의 이번 수사가 주목된다. '밑바닥 소통의 맥'을 끊으려는 시도라는 지적도 있다.
28일 경찰 등에 따르면, 나 전 후보 측은 "나꼼수를 진행하는 김어준 딴지일보 총수, 주진우 시사IN기자, 정봉주 전 민주당 의원 등이 방송과 각종 브리핑 등에서 나 전 후보가 연회비 1억원을 내고 피부클리닉에 다닌 것처럼 말해 명예를 훼손했다"며 이들을 선거 이틀 전인 지난 24일 경찰에 고발했다.
경찰은 고발이 접수된 즉시 수사에 착수하려 했으나 선거에 미칠 영향을 고려해 잠시 유보했고, 27일부터 기초 사실관계 조사 등 본격 수사에 착수했다. 수사 대상에는 이용섭 민주당 의원도 포함됐다.
경찰이 수사를 해서 피고발인들의 혐의사실을 따지려면 이들이 제기한 의혹에 타당성이 있는지, 그렇다고 여길 만한 정황이 있었는지 여부 등을 하나씩 들여다봐야 한다. 경찰은 이 작업을 마치는대로 피고발인들을 소환조사하거나 서면조사할 방침이다.
이와 관련, 경찰은 이번 선거 때 SNS를 이용해 특정 후보자를 근거 없이 비방한 혐의로 30여명을 수사중이다. 이들 중에는 나꼼수에서 제기된 의혹을 SNS상에서 제기하거나 이를 두고 토론을 벌인 경우도 있다.
한편 나꼼수가 방송통신심의위원회(위원장 박만ㆍ이하 심의위)의 규제 대상에 들게 될 지 여부에도 관심이 모인다.
지난 25일 국회 문화체육관광방송통신위원회 소속 전병헌 민주당 의원은 서울 여의도에서 열린 원내 대책회의에서 "심의위가 SNS, 스마트폰 심의 관련 신설 팀을 운영하게 될 경우 나꼼수와 같은 프로그램은 엄청난 통제를 받고, 사실상 생명력을 잃을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이는 지난 20일 박만 위원장이 오는 12월 SNS, 모바일 애플리케이션 등 신규 서비스와 콘텐츠에 대한 심의를 전달하는 '뉴미디어정보심의팀'을 신설한다고 밝힌 것에 대한 발언이다.
심의위는 보도 자료를 통해 "새로운 유형의 서비스와 콘텐츠 중 일반에게 공개되어 유통되는 정보에 대한 심의, 국내외 사업자 등과의 업무협력 등 불법-유해정보의 유통방지를 위한 활동을 추진할 것"이라고 목적을 밝혔다.
이런 사실이 알려지자 지난 25일 목동 방송회관 앞에서 언론 시민사회단체들이 심의위의 시도를 규탄하는 기자회견을 가졌다.
이들은 공동기자회견문을 통해 "그동안 선거 때마다 한나라당에게 불리하게 작동돼왔던 SNS와 앱, 그리고 최근 정권의 심장부를 타격하고 있는 나꼼수로 대표되는 팟 캐스트 등 새로운 매체를 방송심의위의 검열대로 올리겠다는 의도를 드러낸 것"이라고 주장했다.
새롭게 팀을 만든다고 하면 실효성이나 공적 이익이 있어야 하는데 표현의 자유 같은 기본권 침해가 가능하고, 정치적 목적으로 악용될 가능성이 있다는 것이다.
최근 3년간 SNS가 '음란정보'를 이유로 접속 차단된 사례는 11건에 불과했지만, 정치적 표현도 대상이 될 수 있는 '사회질서위반'을 이유로 정보가 차단된 사례는 16,698 건이었다.
장지호 전국언론노동조합 정책국장은 "'사회질서위반'같은 규제의 경우 자의적으로 해석이 가능하다. 결국 방통심의위에서 밝힌 팀 신설 목적과는 다르게 악용될 수 있다"고 언급했다.
김어준 총수, 정봉주 전 의원 등이 나꼼수에서 했던 정치적인 얘기가 '사회질서위반'과 같은 기준으로 규제받을 수도 있다고 보는 것이다.
이에 대해 심의위 관계자는 "신규 미디어에서 늘어나는 업무를 효율적으로 처리하기 위한 조직개편이다. 전과 크게 달라지는 건 없다"고 전했다. 이 관계자는 나꼼수 심의 가능성에 대해 "새로운 유형의 서비스인 만큼 검토를 해 볼 수도 있겠지만, 팀이 구성되지 않았기 때문에 구체적으로 논의된 것이 없다"고 말했다.
김효진 기자, 10아시아 박소정 기자 hjn252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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