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Friday, October 28, 2011

박원순의 눈. 독수리의 눈. 국민의 눈

박원순의 눈, 독수리의 눈, 국민의 눈다른 눈이라도 목표가 같은 눈이 있다
(서프라이즈 / 이기명 / 2011-10-28)
독수리가 사냥하는 것을 본 적 있는가? 하늘 드높이 나르던 독수리가 순간에 땅으로 내리꽂힌다. 목표물을 발견했기 때문이다. 저 높은 하늘에서 지상의 작은 목표물을 발견하고 정확히 하강하는 독수리의 능력은 어디서 오는가.

눈이다. 시력이다. 독수리의 시력은 5.0에서 10.0이라고 한다. 놀라운 시력이다. 이 시력이 바로 독수리의 생존수단이다.
비단 독수리뿐이랴. 눈의 소중함을 누누이 강조한 인간의 말 중에는 ‘몸이 천냥이면 눈은 9백냥’이라는 말도 있고 눈이 안 보이는 부친을 위해 인당수의 몸을 던진 심청의 옛 이야기도 눈의 소중함을 말한다.

눈은 몸에만 있는 것이 아니라 마음속에도 있다. 돈에 눈이 어둡다거나 명예에 눈이 멀었다고 하는 것도 마음의 눈이 얼마나 소중한지 일깨우는 경구다.

땅에 눈이 먼 사람들이 많다. 대통령의 내곡동 사저 관련 구설이 국민의 마음을 황혜하게 만들었다. 심지어 ‘땅으로 흥하는 자 땅으로 망한다’는 말까지 나온다.

독수리처럼 사냥감을 발견하는 밝은 눈도 필요하겠지만 우리 인간에게는 마음의 눈이 더욱 필요하고 소중하다고 생각한다. 특히 지도자들의 눈은 심안(마음의 눈)이 더더욱 소중하다.

요즘 가장 큰 낭보는 서울시장 선거에서 시민후보가 당선된 것이다. 야당까지 포함한 시민세력이 추대한 후보가 시장에 당선됐다는 사실은 우리의 미래를 밝게 한다. 어둠이 짙게 깔렸던 세상에 한 줄기 환한 빛이 내리쪼이는 기분이다.

그토록 난무하던 온갖 마타도어와 네거티브를 가려낸 국민의 눈. 이것이야말로 앞으로 정치인들이 가야 할 길을 제시한 이정표라고 할 수 있다. 이제 탁한 눈으로 세상을 보는 정치인은 살아남기 힘들 것이고 그래야 된다.

정치란 서로의 이해가 첨예하게 상충되는 곳이다. 상충하는 이해를 해소하려면 끊임없는 대화와 소통이 필요하다. 지금 먹통이 되어 버린 정치판의 가장 큰 장애가 바로 대통령의 불통이라는 이유도 바로 거기에 있다. 나만이 최고라는 독불장군식 독단과 전횡은 오늘의 정치를 이 지경으로 만들어 놨다.

500억이라는 국민 혈세를 낭비해 서울시장 선거를 치른 것도 결국은 오세훈의 소통 부재 때문이다. 우리 애들에게 무상급식을 해 줘야 한다는 국민의 요구를 묵살한 오세훈의 폭거는 그 자신을 파멸에 이르게 했다. 국민의 마음을 읽는 눈이 없었기 때문이다.

박원순 시장이 취임하자 제일 먼저 결제를 한 것이 바로 무상급식 전면 시행이다. 정확하게 국민의 마음을 읽은 것이다. 한강 르네상스를 비롯해서 경인운하, 양화대교 같은 오세훈의 홍보성 사업에 재검토 역시 시민들의 마음을 제대로 읽은 것이다. 25조의 빚을 떠안고 있는 서울시가 지금 왜 둥둥섬이 필요하고 한강 르네상스가 필요하단 말인가. 국민의 마음을 읽지 못하면 반드시 실패한 시장이 될 것이다.

썩은 물에는 반드시 온갖 기생충이 서식한다. 일찍이 서울시를 복마전이라고 했다. 군사독재 시절 어느 군 출신 시장은 시외로 차를 타고 달리다가 잠시 화장실에 좀 다녀가자고 하면 바로 그 인근이 개발지였다는 것이다. 동승자는 그곳에 투기를 해 벼락부자가 됐고 그다음은 생략한다.

썩은 물에 우글거리는 기생충 같은 인간들. 능력이야 있건 없건, 양심이야 어디가 팔아먹었든지 상관없이 일신의 출세와 치부를 위하여 상사에 눈을 가리는 기생충들이 넘치고 흘렀던 곳을 복마전이라 했고 그곳이 바로 서울시라고 국민들이 생각했다면 양심적인 공무원들은 분노할 것이다. 그러나 분노만 할 것이 아니라 국민의 분노에 어떤 근거가 있는지 냉정하게 돌아봐야 할 것이다. 설사 아니라 해도 반성은 언제 어느 때나 필요한 것이다.

넘어야 할 수많은 산

이미 검증된 사람이 박원순이다. 그가 검증되지 않았다면 탄탄한 조직을 갖춘 정당의 후보를 물리치고 시민후보가 되지도 못했겠지만 그를 위해 몰려든 자원봉사자들 그리고 순식간에 거금을 모은 박원순 선거자금 펀드 등은 전혀 불가능했을 것이다.

3명이 떠들어 대면 대낮에 호랑이가 나타난다는데 그토록 네거티브 악선전을 하는데도 시민들은 눈을 돌리지 않았다. 그것이 그대로 역풍이 되어 상대방에게 돌아갔다. 국민의 눈을 그렇게 밝고 국민의 마음은 그토록 현명한 것이다.

재래식 사고대로라면 한 집단의 장이 바뀌면 그야말로 오물에 쉬파리 꼬이듯 한다. 모두가 한자리하겠다고 덤빈다. 많은 조직들이 함께 시민후보 당선을 위해 노력했다. 저마다 자부심을 느낄 것이다. 또한 당선자와 함께 일을 하면서 개혁에 동참하고 싶어 할 것이다. 그중에는 입신양명에 눈이 어두운 사람도 있을 것이다.

서울시민뿐이 아니라 모든 국민들이 박원순의 일거수일투족을 주시하고 있다. 검증된 시민후보 당선자가 과연 어떻게 시장직을 제대로 수행해 나갈 것인가. 전직 두 사람의 시장들처럼 자신의 이름만은 홍보하기 위해서 시장직을 이용할 것인가.


새로 시장이 된 박원순의 처신은 내년 총선은 물론이고 정권교체를 이루는 총선과 대통령 선거에도 영향을 미친다. 시민후보도 별수가 없구나, 검증이 됐다는 박원순도 별수가 없다는 낭패감과 좌절감은 지금 박원순에게 기대를 걸고 주시하는 국민들을 절망의 나락으로 떨어트릴 것이다.

박원순의 눈은 독수리의 눈으로 변해 주위를 관찰해야 한다. 인사는 만사요 망사라고 한다. 지금 한나라당 이명박 정권이 국민에게 지탄을 받는 가장 큰 이유 중에 하나가 바로 강부자 고소영으로 일컬어지는 퇴행적 인사다. 지역에 매몰된 인사다. 인사는 공정하고 냉정해야 한다.

자천 타천으로 얼마나 많은 인물들이 몰려들겠는가. 인사에서 실패하면 아무것도 성공하지 못한다.
지금 곽노현 교육감이 재판을 받고 있다. 국민들은 곽 교육감도 부당한 법의 제재를 받고 있다고 믿는다. 한명숙 총리가 겪은 두 번에 재판도 역시 현 정부의 야당 죽이기라고 국민은 믿는다.

박원순 시장은 이미 고발당해 있다. 검찰이 선거기간 중이기 때문에 수사를 하지 않는다고 했다. 그럼 이제 시작한다는 말인가. 도주와 증거인멸의 우려가 있다고 해서 구속영장을 발부할 것인가. 그래서 직무대행이 시장직을 수행토록 할 것인가. 이런 어처구니 없는 생각을 국민이 하게 되는 것은 실제로 그런 황당한 일이 벌어졌고 벌어질 가능성이 있기 때문이다.

억지가 사촌보다 낫다는 말은 바로 막가파는 당해 내기 어렵다는 의미다. 지금 박원순 시장이 해야 할 일은 산처럼 쌓여 있다. 국민들이 지금 얼마나 뜨거운 가슴으로 박원순을 지켜보고 있는가. 그 열망을 박원순은 직시해야 할 것이다.
박원순을 지지하고 시장에 당선되도록 노력했던 시민단체들은 박원순이 마음 편하게 일 할 수 있도록 도와줘야 한다. 불순한 세력과 인간들이 그의 곁에 얼씬거리지 못하도록 철저히 감시해야 한다.

박원순이 아무리 영특하고 출중하다 해도 그도 인간이다. 왜 결점이 없을 것인가. 이를 보완해 주고 지켜주는 것이 그를 시장으로 당선시킨 시민들의 의무라고 생각한다.

박원순의 현명한 눈, 국민의 기대 찬 눈이 한국을 바꿀 것이다.

2011년 10월 28일
이 기 명(칼럼니스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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