알맹이 없던 MOU 현실로
두바이투자청,
투자 양해각서 유효기간 29일까지 개발안 제시하지 않아
시, “사업 축소 조율 중, 공개 어려워”
인천광역시(시장 유정복)와 두바이 투자청은 6월 29일 두바이 국영기업 스마트시티(CE0 자버 빈 하페즈)와 ‘스마트시티 코리아 건설 관련 정식 업무협약(MOU)’를 체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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케이콘텐츠 편집
퓨처시티에서 스마트시티로 이름이 바뀌었지만 달라진 건 없었다. 검단신도시에 두바이 자본 약 4조원을 끌어와 스마트시티를 조성하겠다던 계획은 무산됐다.
투자 양해각서 유효기간인 29일까지 두바이 자본은 스마트시티 ‘개발 콘셉트(concept: 방향과 개요, 구상)’를 제시하지 않았고, 유정복 인천시장이 약속했던 특수목적법인 설립도 물거품이 됐다. 시는 두바이 자본 쪽과 사업 규모를 축소하기로 했다고 했지만, 구체적인 답변을 피했다.
앞서 올해 3월 3일 유정복 시장은 두바이투자청(ICD: Investment Corporation of Dubai)에서 투자의향서(LOI)를 접수한 뒤, 중동의 대규모 오일머니(oil money)를 유치해 박근혜 정부가 추진 중인 ‘제2의 중동 붐(boom)’을 인천에 구현하겠다고 밝혔다.
유 시장은 칼리파 알 다부스 ‘퓨처시티’ CEO(=Chief Executive Officer, 최고경영자)를 만나, 36억 달러(=약 4조원)를 검단에 투자해 ‘퓨처시티’를 건설하기로 했다고 했다. 시는 당시 ‘2주 후 두바이투자청이 인천을 방문해 투자의향서에 따른 정식 양해각서(MOU)를 체결하기로 했다’고 덧붙였다.
퓨처시티는 검단지역 약 386만㎡(약 117만평)에 주택ㆍ교육ㆍ의료ㆍ문화 등 복합기능을 갖춘 글로벌 기업도시를 조성하는 사업이었다. 시는 “직접 고용인원 5만명을 창출하고, 검단 내 신규 입주기업의 매출도 1조원 대에 달할 것으로 예상된다”고 강조했다. 이 퓨처시티 사업은 4.29 재ㆍ보궐선거와 맞물리며 여권에 호재로 작용했다.
그러나 2주 뒤에도 MOU 체결 약속이 지켜지지 않아 의혹이 가중됐다. 투자 유치 과정에서 시의 투자 유치 전담 부서인 투자유치단은 배제됐고, 시장 비서실이 움직여 진행한 사업이라 의혹이 더욱 컸다. MOU가 무산된 지금도 여전히 ‘철저한 보안 속에 진행하고 있다’는 말만 되풀이할 뿐이다.
두바이투자청의 ‘퓨처시티 MOU 체결’ 약속이 지연되면서 의혹이 가중되자, 시는 지난 6월 29일 사업을 스마트시티로 바꿔 MOU를 체결했다. 투자자는 두바이 국영기업 두바이홀딩스 산하 스마트시티사로 바뀌었다. 자버 빈 하페즈(Jaber Bin Hafez) 스마트시티사 최고경영자가 인천을 방문해 MOU에 직접 서명했다.
이 MOU의 주요 내용은 ▲인천시와 스마트시티사 간 협력관계 구축 ▲일자리 창출로 국내 경제 활성화 ▲모든 활동이 용이한 비즈니스 클러스터 조성 ▲첨단 기술ㆍ지식 기반 기업과 국제 교육기관 유치 등이다.
스마트시티는 정보통신기술(ICT)과 바이오산업(BT) 등 첨단 산업과 대학교ㆍ연구소 등 교육기능을 결합한 미래형 지식 클러스터 신도시 개념이다. 이른바 인천경제자유구역 송도지구와 비슷한 신도시 개발 사업이다.
MOU 체결 당시 유 시장은 “이번 MOU는 실질적 협약이다. 구체적 계획을 담은 MOU를 체결해 기쁘다. 조만간 특수목적법인을 설립해 후속 조치에 최선을 다하겠다”고 말했다.
자버 빈 하페즈 CEO는 “스마트시티를 건설했던 경험과 두바이홀딩의 최상의 지식을 이번 프로젝트에 적용해, 검단신도시 사업이 성공을 거둘 수 있을 것으로 확신한다”고 했다.
MOU체결 당시 양측은 실질적인 사업추진을 위해 법적 효력을 지니는 합의각서(MOA)를 12월 29일까지 체결키로 했다.
인천시는 두바이홀딩스 측에 ‘외자유치 보증확약’을 지속적으로 요구했다. 무산된 사례가 많은 만큼 실제로 투자를 하겠다는 일종의 보증을 해달라고 한 것이다. 반면 두바이홀딩스 측은 ‘국제관례를 무시한 요구’라며 확답을 안했다.
알맹이 없던 MOU, 6개월 뒤 결국 물거품
MOU 체결 때부터 투자 유치에 대한 의문이 많았다. MOU에는 투자 유치의 핵심이라 할 수 있는 투자 시기와 규모, 사업계획 등이 빠졌다. 대신 인천시와 스마트시티사는 6개월 동안 협의해 올해 12월까지 스마트시티 개발 방향과 개요 등을 마련하기로 했다.
두바이홀딩스 스마트시티사 쪽은 6개월 동안 ‘개발 콘셉트’를 마련하기로 했지만, 구체적 투자 규모에 대해서는 언급을 피했다.
그리고 6개월이 지났으나 개발 콘셉트를 제출하지 않았다. 이에 따라 유 시장이 약속한 특수목적법인 설립도 지켜지지 않았다.
스마트시티 사업은 처음부터 현실성이 떨어졌다. MOU 체결 당시 스마트시티사 쪽은 ‘세계 12개 지역에 투자를 검토 중이다. 아직 결정된 바 없다. 한국에도 기회가 있다’고 했다. 즉, 검단은 투자를 검토하는 12개 지역 중 한 곳에 불과했다는 것이다.
스마트시티사 쪽은 송도국제도시와 같은 부동산 개발을 염두에 두고 있었다. 그래서 검단신도시를 경제자유구역으로 지정하는 게 투자조건이나 다름없었다. 경제자유구역으로 지정되면, 게일사가 송도를 개발했던 방식으로 개발하려했던 것이다.
하지만 경제자유구역 지정은 사업계획을 수립해 산업통상자원부 경제자유구역기획단에 지정을 신청하고, 산자부가 이를 검토해 이뤄진다. 사업계획이 나오지도 않은 상태에서 경제자유구역 지정은 모순이었다.
또한 경제자유구역으로 지정해 스마트시티사 쪽에 개발권을 주면, 이는 송도국제도시 초기처럼 부동산 개발 거품만 야기할 가능성이 높다. 송도는 개발 초기 외국자본에 국세와 지방세 감면이라는 막대한 혜택을 주고 부동산 개발 붐(boom)을 이어가는 전진기지 역할을 했다. IT와 BT, 첨단 자동차 분야 투자 유치보다 아파트 분양이 주를 이뤘다.
또, 반대로 미국 발 금리 인상과 부동산경기 퇴조와 겹쳐 개발이 더디면 검단 스마트시티는 제2의 송도 랜드마크시티가 될 가능성이 높다. 막대한 보상금을 들여 토지를 조성해놓고 지켜보기만 해야 하는 것이다.
시, “사업 규모 축소 조율 중…공개는 어려워”
두바이홀딩스 투자에 대한 의구심은 여전하다. 두바이홀딩스 산하 테콤인베스트먼트는 2008년 제주와 2014년 파주에서 스마트시티 조성을 타진했고, 결국은 무산됐다. 파주 스마트시티는 두바이 자본 1조 6000억원을 끌어와 파주읍 백석리 일대에 페라리월드ㆍ테마파크ㆍ스마트시티 등을 조성하겠다는 계획이었다.
파주시는 지난해 테콤인베스먼트 쪽에 실현 가능한 개발 계획안을 요구했으나, 테콤인베스먼트 쪽은 사실상 이를 거부했다. 인천시 또한 이 일을 익히 알고 있다. 하지만 여전히 사업 규모를 축소해 추진하겠다는 게 인천시의 입장이다.
시 관계자는 “검단신도시 전체를 스마트시티로 개발하겠다던 계획이 현실적으로 어렵다고 보고, 사업 규모와 범위를 축소해 현실적으로 조정하기로 두바이 쪽과 의견을 조율 중이다. 의견이 좁혀져 공감대가 형성돼있다”고 말했다.
이 관계자는 또, “사업 규모가 조정되면 MOU 기간이 연장된다. 양쪽이 건설적인 논의를 진행하고 있다. 사업 윤곽이 대략 나왔지만 공동 시행사인 한국토지주택공사와도 협의가 필요하다. 사업 규모가 (다시) 확정되면 특수목적법인을 설립할 계획이다”라고 덧붙였다.
하지만 ‘사업 윤곽’에 대해서는 구체적인 답변을 피했으며, 또 다른 관계자는 “철저한 보안 속에 위에서 진행하는 사업이라서 뭐라고 언급하기 어렵다”고 했다. 여전히 베일 속에 있는 셈이다.
한편, 시가 작성한 투자유치단의 2016년 주요 업무에는 스마트시티 사업이 빠져있다. 시 투자유치단은 내년에 실질적인 성과 창출을 위해 투자유치기획위원회 운영에 내실을 기하고, 투자유치 유공자(공무원ㆍ민간인)에게 인센티브를 제공하기로 했다.
투자유치단이 발표한 구체적인 투자유치사업은 ‘세계 부동산 투자 박람회’(IRC Incheon 2016)를 2016년 8월에 개최해, 30여개 국의 부동산 관련 전문기관과 단체를 초청하는 것이다. 그리고 한ㆍ중 FTA(자유무역협정) 발효에 맞춰 중국 내 주요 거점도시들을 방문해 ‘비지니스 외교’를 펼치는 것이다.
스마트시티 사업은 유 시장이 역점을 두고 추진했지만, 시가 발표한 내년 주요 업무에는 이처럼 빠져 있다. 그리고 베일 속에 가려져 있다. MOU가 무산됐음에도 상당한 논란이 예상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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