새해가 시작됐지만 한국 경제의 앞날에 대한 전망은 우울하기만 하다.
불길한 징조들이 곳곳에서 나타나고 있다. 지난해 우리나라의 경제성장률은 2%대로 주저앉으며 5년 연속 세계 평균을 밑돌았다. 수출은 11개월 연속으로 마이너스 행진을 기록 중이고 물가상승률은 'IMF 외환위기' 직후였던 1999년(0.8%) 이후 16년 만에 0%대로 떨어졌다.
개별 경제주체들에게서도 불안은 감지된다. 경기 부진이 장기화되면서 영업이익으로 이자비용도 갚지 못하는 '한계기업'이 전체의 10%를 넘어섰다. 대기업 54곳과 중소기업 175곳이 이미 구조조정 수술대에 올랐다. 조선, 해운, 석유화학, 철강, 건설 등 5대 업종을 중심으로 총선 이후 본격적인 구조조정이 시작될 것으로 전망된다. 특히 대기업에 대한 구조조정은 대규모 정리해고 등 상당한 진통을 동반할 것으로 예상된다.
가계부채 문제도 위험 수위를 넘어섰다는 평가다. 주택담보대출비율(LTV)·총부채상환비율(DTI) 등 대출 규제 완화와 금리 인하의 영향으로 가계부채는 2015년 한 해 동안 100조원 이상 늘어 1200조원을 넘긴 것으로 보인다. 가계부채 문제는 민간소비 증가세를 제약하는 요인으로 작용하고 있다. 가계의 가처분소득에서 원리금상환액이 차지하는 비중은 지난해 21.7%에서 올해 24.2%로 높아졌다.
대외 여건도 좋지 않다. 지난달 미국의 금리인상 시작으로 신흥국 금융 불안이 점차 심화되고 있다. 중국의 경기 둔화로 대중(對中) 의존도가 높은 아시아 국가들의 경제도 점점 위축되고 있는 상황이다. 저유가가 장기간 지속되면서 국제 교역도 부진에 빠졌다. 이런 글로벌 경제 상황은 수출 의존도가 60%에 달하는 한국 경제에 상대적으로 더 큰 타격을 주고 있다.
최근 '제2의 IMF 사태'나 '제2의 리먼 브러더스 사태'를 언급하는 사람들이 점차 많아지고 있는 것도 이 때문이다. 최경환 경제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은 여의도 복귀를 앞두고 "(제2의 IMF 상황이) 절대 아니다"라고 했지만 이 말을 곧이곧대로 믿는 사람은 거의 없다. 1997년 외환위기나 2008년 글로벌 금융위기 때보다 현재 경제 상황을 훨씬 비관적으로 바라보는 시선도 적지 않다.
과거의 위기는 외부 충격으로 인해 금융 시스템에 일시적으로 문제가 생기거나 일부 경제주체들이 리스크 관리에 실패해 발생한 측면이 컸다. 하지만 최근 우리나라는 실물경제가 전반적으로 침체 상태에 빠지고 있는 가운데 개별 경제주체들도 리스크에 점차 취약해지는 이중고를 겪고 있다.
다수의 경제 전문가들은 이미 한국 경제가 '위기' 국면에 접어들었다는 평가를 내놓고 있다.
오정근 건국대 특임교수는 "현재 상황은 IMF 사태 때의 데자뷰와 같다"며 "당시 미국의 금리인상, 위안화 평가절하, 엔화 약세가 이어지면서 수출이 줄고 기업 부실이 커지면서 외환위기가 왔는데 현재 경제 상황은 그때와 판박이"라고 진단했다.
오 교수는 "지금 상황이 당시보다 오히려 훨씬 더 악성"이라며 "지금은 경제의 기초체력이 떨어져 장기 성장률이 낮아지고 있는데다 중국 경기마저 둔화되고 있어 한 번 위기에 빠지면 회생하기 힘든 상황"이라고 우려했다.
물론 이런 '위기론'이 다소 과장됐다는 의견도 존재한다. 외환보유고가 3700억 달러에 달하고 국가신용등급이 사상 최고 등급에 올라서는 등 대외 지급능력이 과거 어느 때보다 양호한 상황에서 과거와 같은 환란이 발생할 가능성은 낮다는 주장이다.
하지만 대외 건전성이 양호하다고 상황을 낙관하긴 어렵다는 반론도 제기된다.
안동현 서울대 경제학부 교수는 "IMF 사태도 실제로 터지기 전까지는 우리나라의 펀더멘털이 튼튼해 괜찮다고 했었다"며 "금융위기는 심리적으로 일종의 광기라고 표현할 수 있는 요소에 의해 터지기 때문에 확률을 논하는 것은 의미가 없다"고 말했다.
안 교수는 "한계기업 문제가 가장 시급하고 가계부채도 부동산 가격이 내려갈 경우 내후년 정도 문제가 될 수 있다"며 "현재 대부분의 아시아 신흥국들이 안고 있는 가장 큰 문제는 민간부채 비율이 높다는 것인데 중국 경제가 경착륙하거나 금융위기 형태의 충격이 올 경우 어느 나라도 위기에서 자유로울 수 없다"고 말했다.
과거 위기가 '급성 질환'이었다면 현재 한국 경제는 '만성 질환'을 앓고 있어 예상치 못한 충격에 훨씬 취약한 상황이다. 이 때문에 병을 치료하기 위한 처방도 훨씬 어렵고 복잡할 수 밖에 없다.
전문가들은 한계기업과 가계부채 문제 등 리스크 요인을 잘 관리하면서 중장기적인 시야에서 우리 경제의 기초체력을 높이기 위한 노력을 병행해야 한다고 진단하고 있다.
오 교수는 "대외적으로 미국의 금리인상과 중국 경기둔화 악재에 대비해 적절한 거시정책 조합을 잘 써야 하고 미시적으로는 기업 구조조정을 원활하게 하기 위해 노동시장 구조개혁을 잘해야 한다"며 "제조업 분야는 중국의 추격을 벗어나기 위해 첨단 산업을 육성하려는 노력을 더 해야 하고 규제를 혁파해 고부가가치 서비스업을 키워야 한다"고 제안했다.
처방전은 나와 있지만 치료가 진행되는 속도는 더디기만 하다. 정부의 정책은 몇년째 경기부양에 초점이 맞춰져 있고 큰 틀에서 경제의 체질을 개선하기 위한 작업은 지지부진한 상황이다.
또 원활한 기업 구조조정을 위해 추진하고 있는 기업활력제고특별법(원샷법)과 서비스업 활성화를 위한 서비스산업발전기본법은 재벌에 대한 특혜라는 야당의 반대로 국회를 통과하지 못하고 있다. 노동개혁 5대 법안과 정부가 내놓은 일반해고·취업규칙 변경 지침 역시 노동계의 반발로 극심한 사회적 갈등만 유발하고 있다.
전문가들은 반대 세력을 포용하는 정부의 리더십과 위기 상황에서 최선의 대안을 만들어내기 위한 여야·노사간 협력이 모두 필요한 시기라고 지적한다.
안 교수는 "지금은 서로 자기것을 안 뺏기려고 하기보다는 서로간에 줄건 주고 받을건 받는 식의 사회적인 컨센서스가 필요하다"며 "노사정이 모여 대타협을 이뤄냈던 스웨덴의 잘츠바덴 협약 등의 사례를 참고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불길한 징조들이 곳곳에서 나타나고 있다. 지난해 우리나라의 경제성장률은 2%대로 주저앉으며 5년 연속 세계 평균을 밑돌았다. 수출은 11개월 연속으로 마이너스 행진을 기록 중이고 물가상승률은 'IMF 외환위기' 직후였던 1999년(0.8%) 이후 16년 만에 0%대로 떨어졌다.
개별 경제주체들에게서도 불안은 감지된다. 경기 부진이 장기화되면서 영업이익으로 이자비용도 갚지 못하는 '한계기업'이 전체의 10%를 넘어섰다. 대기업 54곳과 중소기업 175곳이 이미 구조조정 수술대에 올랐다. 조선, 해운, 석유화학, 철강, 건설 등 5대 업종을 중심으로 총선 이후 본격적인 구조조정이 시작될 것으로 전망된다. 특히 대기업에 대한 구조조정은 대규모 정리해고 등 상당한 진통을 동반할 것으로 예상된다.
가계부채 문제도 위험 수위를 넘어섰다는 평가다. 주택담보대출비율(LTV)·총부채상환비율(DTI) 등 대출 규제 완화와 금리 인하의 영향으로 가계부채는 2015년 한 해 동안 100조원 이상 늘어 1200조원을 넘긴 것으로 보인다. 가계부채 문제는 민간소비 증가세를 제약하는 요인으로 작용하고 있다. 가계의 가처분소득에서 원리금상환액이 차지하는 비중은 지난해 21.7%에서 올해 24.2%로 높아졌다.
대외 여건도 좋지 않다. 지난달 미국의 금리인상 시작으로 신흥국 금융 불안이 점차 심화되고 있다. 중국의 경기 둔화로 대중(對中) 의존도가 높은 아시아 국가들의 경제도 점점 위축되고 있는 상황이다. 저유가가 장기간 지속되면서 국제 교역도 부진에 빠졌다. 이런 글로벌 경제 상황은 수출 의존도가 60%에 달하는 한국 경제에 상대적으로 더 큰 타격을 주고 있다.
최근 '제2의 IMF 사태'나 '제2의 리먼 브러더스 사태'를 언급하는 사람들이 점차 많아지고 있는 것도 이 때문이다. 최경환 경제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은 여의도 복귀를 앞두고 "(제2의 IMF 상황이) 절대 아니다"라고 했지만 이 말을 곧이곧대로 믿는 사람은 거의 없다. 1997년 외환위기나 2008년 글로벌 금융위기 때보다 현재 경제 상황을 훨씬 비관적으로 바라보는 시선도 적지 않다.
과거의 위기는 외부 충격으로 인해 금융 시스템에 일시적으로 문제가 생기거나 일부 경제주체들이 리스크 관리에 실패해 발생한 측면이 컸다. 하지만 최근 우리나라는 실물경제가 전반적으로 침체 상태에 빠지고 있는 가운데 개별 경제주체들도 리스크에 점차 취약해지는 이중고를 겪고 있다.
다수의 경제 전문가들은 이미 한국 경제가 '위기' 국면에 접어들었다는 평가를 내놓고 있다.
오정근 건국대 특임교수는 "현재 상황은 IMF 사태 때의 데자뷰와 같다"며 "당시 미국의 금리인상, 위안화 평가절하, 엔화 약세가 이어지면서 수출이 줄고 기업 부실이 커지면서 외환위기가 왔는데 현재 경제 상황은 그때와 판박이"라고 진단했다.
오 교수는 "지금 상황이 당시보다 오히려 훨씬 더 악성"이라며 "지금은 경제의 기초체력이 떨어져 장기 성장률이 낮아지고 있는데다 중국 경기마저 둔화되고 있어 한 번 위기에 빠지면 회생하기 힘든 상황"이라고 우려했다.
물론 이런 '위기론'이 다소 과장됐다는 의견도 존재한다. 외환보유고가 3700억 달러에 달하고 국가신용등급이 사상 최고 등급에 올라서는 등 대외 지급능력이 과거 어느 때보다 양호한 상황에서 과거와 같은 환란이 발생할 가능성은 낮다는 주장이다.
하지만 대외 건전성이 양호하다고 상황을 낙관하긴 어렵다는 반론도 제기된다.
안동현 서울대 경제학부 교수는 "IMF 사태도 실제로 터지기 전까지는 우리나라의 펀더멘털이 튼튼해 괜찮다고 했었다"며 "금융위기는 심리적으로 일종의 광기라고 표현할 수 있는 요소에 의해 터지기 때문에 확률을 논하는 것은 의미가 없다"고 말했다.
안 교수는 "한계기업 문제가 가장 시급하고 가계부채도 부동산 가격이 내려갈 경우 내후년 정도 문제가 될 수 있다"며 "현재 대부분의 아시아 신흥국들이 안고 있는 가장 큰 문제는 민간부채 비율이 높다는 것인데 중국 경제가 경착륙하거나 금융위기 형태의 충격이 올 경우 어느 나라도 위기에서 자유로울 수 없다"고 말했다.
과거 위기가 '급성 질환'이었다면 현재 한국 경제는 '만성 질환'을 앓고 있어 예상치 못한 충격에 훨씬 취약한 상황이다. 이 때문에 병을 치료하기 위한 처방도 훨씬 어렵고 복잡할 수 밖에 없다.
전문가들은 한계기업과 가계부채 문제 등 리스크 요인을 잘 관리하면서 중장기적인 시야에서 우리 경제의 기초체력을 높이기 위한 노력을 병행해야 한다고 진단하고 있다.
오 교수는 "대외적으로 미국의 금리인상과 중국 경기둔화 악재에 대비해 적절한 거시정책 조합을 잘 써야 하고 미시적으로는 기업 구조조정을 원활하게 하기 위해 노동시장 구조개혁을 잘해야 한다"며 "제조업 분야는 중국의 추격을 벗어나기 위해 첨단 산업을 육성하려는 노력을 더 해야 하고 규제를 혁파해 고부가가치 서비스업을 키워야 한다"고 제안했다.
처방전은 나와 있지만 치료가 진행되는 속도는 더디기만 하다. 정부의 정책은 몇년째 경기부양에 초점이 맞춰져 있고 큰 틀에서 경제의 체질을 개선하기 위한 작업은 지지부진한 상황이다.
또 원활한 기업 구조조정을 위해 추진하고 있는 기업활력제고특별법(원샷법)과 서비스업 활성화를 위한 서비스산업발전기본법은 재벌에 대한 특혜라는 야당의 반대로 국회를 통과하지 못하고 있다. 노동개혁 5대 법안과 정부가 내놓은 일반해고·취업규칙 변경 지침 역시 노동계의 반발로 극심한 사회적 갈등만 유발하고 있다.
전문가들은 반대 세력을 포용하는 정부의 리더십과 위기 상황에서 최선의 대안을 만들어내기 위한 여야·노사간 협력이 모두 필요한 시기라고 지적한다.
안 교수는 "지금은 서로 자기것을 안 뺏기려고 하기보다는 서로간에 줄건 주고 받을건 받는 식의 사회적인 컨센서스가 필요하다"며 "노사정이 모여 대타협을 이뤄냈던 스웨덴의 잘츠바덴 협약 등의 사례를 참고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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