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금실 전 장관 ‘한-일 위안부 합의’ 관련한 페북 글
한-일 위안부 합의에 소회 밝힌 페북 글 화제
“할머니들 존엄성 존중하는 경건한 절차 필요”
“할머니들 존엄성 존중하는 경건한 절차 필요”
“적어도 피해를 입은 (위안부) 할머니들의 존엄성을 존중하는 경건하며 섬세한 절차가 필요할 것이며 그 과정에 의미를 담아 잘 이끌어가는 선진화된 정치가 필요할 것이다.”
강금실 전 법무부 장관이 일본이 위안부 피해자 할머니들에 대한 진정성 있는 사과 방법에 대해 올린 글이 누리꾼들에게 주목을 받고 있다.
강 전 장관은 지난 1일 자신의 페이스북에 “‘위안부 문제가 공개되기 시작한 건, 1991년에 와서였다’고 한다”면서 “그때 처음 말문을 연 할머니를 면담하는 일을 한 후배 여성변호사가 그 경험을 들려주었다”고 말문을 열었다.
그는 위안부로 끌려간 한 소녀의 일화를 소개했다. “밭에서 일하고 있던 한 소녀는 당시 일본인 경찰이 트럭을 몰고 와서 차에 타라 하니 거절도 못하고 머뭇거리며 차에 오르는데, 저 멀리서 아버지가 달려오며 ‘차 타지 말라’고 손을 내젓는 걸 보았다. 그러나 차는 이미 출발했고 그렇게 끌려갔다 다시 아버지를 만날 수도 없었고, 한 소녀의 가냘픈 삶은 전장에서 잔인하게 짓밟혔다.” 이어 그는 “나의 후배는 이 이야기를 듣고, 너무 부들부들 떨려 맘을 주체할 수 없었다”고 전했다.
강 전 장관은 “이 불가역의 사건에 대한 사과는 어떻게 이루어져야 할까?”라는 질문을 던졌다. 그러면서 “적어도 피해를 입은 할머니들의 존엄성을 존중하는 경건하며 섬세한 절차가 필요할 것이며, 그 과정에 의미를 담아 잘 이끌어가는 선진화된 정치가 필요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그는 “내게 깊은 인상을 남긴 사례가 중국 정치인 주은래의 일본 전범을 다룬 방식이다”라며 “전범(전쟁 범죄자)은 반성하는 법이 없다. 그런데 주은래는 참회를 요구했고, 참회할 때까지 반성문을 쓰게 했다. 처음엔 건성으로 위선으로 응하던 전범들도 반복되는 과정에서 외면했던 자신의 행위를 구체적으로 마주하게 됐고 결국은 참회했다”고 밝혔다. 이어 “그리고 가벼운 처분을 받은 후 일본으로 돌아가, 일본의 (전쟁에서의) 만행을 공개하고 선을 호소하는 사람들로 거듭났다”고 말했다.
강 전 장관은 “사과는 회개가 있어야 가능하며, 그 사과는 가해자의 존엄을 회복하는 과정이기도 하다”며 “그렇지 않은 국가와 인간은 아무리 근사하게 치장해도 야만에 불과하기 때문”이라고 했다. 그러면서 “정치는 부득이 야만을 용인하는 거라고 오인해선 안 된다”며 “야만과 싸우며 더 나은 인간다움을 추구하는 헌신이 정치이기 때문이다”라고 덧붙였다.
끝으로 그는 “역사의 아픔과 수치를 기억하는 이유는, 한 공동체가 기억을 잃고 야만으로 회귀하는 걸 막기 위해서다. 기억의 정치가 필요하다”며 “그런데 우리는 무엇이든 망각에 익숙해지고 있다”고 했다.
강금실 전 장관은 2000년 민주사회를 위한 변호사 모임 부회장을 지냈다. 2003년 참여정부 시절에는 법무부 장관을 역임한 바 있다. 현재는 법무법인 원 고문변호사로 활동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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