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김종인 더불어민주당 비상책위원회 대표가 지난 22일 오전 서울 여의도 국회 당대표실에서 열린 비상대책위원회의에 참석하고 있다. | |
ⓒ 유성호 |
4.13총선이 끝나고 제1당이 된 더불어민주당, 그러나 기쁨을 누리기도 전에 당의 상황은 더 복잡해지고 있습니다. 김종인 비상대책위원회 대표의 행보 때문입니다. 총선이 끝났으니 전당대회를 열어 당 대표를 선출해야 하지만 김종인 비대위 체제는 계속되고 있습니다. 김종인 대표에 대한 합의 추대 얘기가 나오자, 예정대로 전당대회를 열어야 한다며 김 대표를 향한 비판도 거세지고 있습니다.
문재인 전 더민주 대표와 김종인 대표는 4월 22일 만나 김 대표의 차기 당 대표 여부를 논의했지만, 오히려 갈등은 더 커져만 가고 있습니다. 각자의 말이 조금씩 달랐기 때문입니다. 과연 이 논란을 어떻게 봐야 할까요?
문재인과의 갈등을 부추기는 언론, 이용하는 김종인
▲ 2016년 4월 25일 중앙일보 1면 | |
ⓒ 중앙일보 화면 갈무리 |
4월 25일 <중앙일보> 1면에는 '문재인 더는 안 볼 것, 친문 사람들 괘씸하다'라는 제목의 기사가 실렸습니다. 이 기사는 온라인판에는 [단독] 김종인 "낭떠러지서 구해놨더니 문재인 엉뚱한 생각"이라는 제목으로 나오기도 했습니다.
중앙일보의 기사는 김종인 대표와의 전화 문답 얘기입니다. 그런데 기사 내용을 보면 문재인 전 대표와 김종인 대표와의 갈등을 부추기는 질문으로 구성되어 있습니다.
"만찬에서 나눴다는 대화의 내용이 서로 조금씩 다른데"
"문 전 대표가 아니라 주변 인사들이 그런 논리를 펴는 것 아닌가"
"대선 때 문 전 대표를 돕지 않을 생각인가."
"문 전 대표는 대선 때 수권비전위원회를 만들어 경제민주화 추진을 위한 역할을 맡아 달라는 입장인데"
질문과 답변 내용만 보면 이미 문재인 전 대표와 김종인 대표는 서로 갈 길이 다른 사람들처럼 보입니다. '아니 왜 선거 결과가 좋게 나왔는데 왜 집안싸움을 하지?'라는 질문을 던지게 만듭니다. 매출이 는 뒤, 이익금을 가지고 서로 싸우는 모습처럼 비치기도 합니다.
김종인 대표처럼 노련한 정치인이 이런 식의 인터뷰를 하면 어떻게 비칠지 몰랐을까요? 김종인과 문재인의 갈등이 깊어지는 모양새가 나오면 손해 보는 사람은 김종인 대표가 아닌 문재인 전 대표입니다. 사람들은 이런 논란조차 관리하지 못한다면서 대권 주자로서의 능력이 떨어진다고 보기 때문입니다.
김 대표는 언론이 조장하는 갈등을 부추기면서 나름 자신의 입지를 다지려고 하는 모양새입니다. 비대위 연장과 전당대회 합의 추대라는 목적을 달성하기 위해서일 겁니다.
김종인이 합의 추대를 원하는 이유, 온라인 당원 때문?
▲ 더불어민주당(새정치민주연합) 온라인 당원 가입 안내문 | |
ⓒ 더불어민주당 |
더불어민주당은 선거를 앞두고 비대위 체제로 지도부를 구성했습니다. 선거가 끝났으니 당헌, 당규대로 전당대회를 열어 당 대표와 원내대표 등을 선출하면 됩니다. 그러나 김종인 대표는 당권을 내놓을 생각이 별로 없어 보입니다.
◇ 김현정> 지난번에 뭐라고 말씀을 하셨냐면 '당이 정체성 부분을 확실하게 하는 모습을 보여주면 내가 당권도 맡을 수 있지' 저한테 그러셨어요.
◆ 김종인> 그러니까 지금도 역시 우리가 일시적으로 총선에서 근소하나마 제1당이 됐습니다마는 앞으로 우리가 대선을 앞두고 전국정당으로 더 확장을 하려면 우리 당이 굉장히 아직도 많은 변화를 해야 돼요. 아직도 많은 변화를 하고 여기에 마냥 안주해서 하다가는 또다시 옛날과 같은 상황이 날 수가 있기 때문에 절대로 옛날식으로 갈 수는 없다고 저는 확신을 합니다.
◇ 김현정> 그 당의 변화를 내가 나서서 이끌 생각, 그 책무를 던져준다면 맡을 생각은 있으십니까?
◆ 김종인> 아니, 제가 사실은 처음부터 올 때 이걸 수권정당으로 만들어서 국민의 선택이 필요할 때 선택할 수 있는 정당이 되어야 되겠다고 했기 때문에 그 노력은 제가 계속해서 할 거예요.
출처: 4월 14일 김현정의 뉴스쇼, 제1당 김종인 "당 계속 이끌겠다"
김종인 대표는 계속 당을 이끌고 싶은데 전당대회를 하면 어떻게 될까요? 당 대표를 유지하기 힘들 수 있습니다. 가장 큰 이유는 온라인 당원들 때문입니다.
2015년 12월 16일 더불어민주당(당시 새정치민주연합)은 최초로 온라인 당원가입 시스템을 도입했습니다. 도입한 지 6일 만인 12월 21일 오전 9시 기준 6만2천 명이 온라인으로 입당했습니다.
12월에 가입하고 1월부터 당비를 낸 사람들은 6월 말 내지는 7월 초에는 권리당원으로 행사할 수 있습니다. 즉 전당대회에서 당 대표 선거를 할 수 있다는 의미입니다. 만약 중간에 당비를 내지 않은 사람은 불가능하겠지만, 1천 원 이상 6회 이상 당비를 납부했다면 투표를 할 수 있습니다.
2013년 기준 민주통합당의 당원은 210만 명이었고, 권리당원(3번 이상 당비 납부자)은 17만 명이었습니다. 그러나 1년간 당비를 납부했던 사람은 고작 4만2천 명에 불과했습니다. 더민주의 6만 명 온라인 당원 가입자 중 일부 탈당자를 제외하면 비슷한 숫자가 될 수 있습니다.
온라인 당원들이 전당대회에 대거 투표권을 행사한다면 7월로 예정된 전당대회의 캐스팅 보트는 조직력도 아닌 순수 온라인당원 가입자들이 될 가능성이 큽니다. 이 부분에서 김종인 대표는 합의 추대가 아니라면 당 대표로 직행하기는 넘어야 할 산이 많다고 여겼을 겁니다.
김종인, 온라인 당원 가입 열풍의 이유를 돌이켜봐야
▲ 온라인당원 가입 열풍에 대한 홍종학 의원실 보도자료 | |
ⓒ 홍종학의원실 |
김종인 대표는 김현정의 뉴스쇼에 출연했을 때 대권에 나서지 않겠다는 말은 하지 않았습니다. 대선 출마를 할 수도 안 할 수도 있다는 정치적인 언어를 구사한 셈입니다.
◇ 김현정> 대권이야기를 제가 지난번 여쭸을 때 '대권을 누가 권유하겠어, 그런 걱정말어'라고 하셨잖아요. 이렇게 되면 대권 권유하는 사람이 나올 것 같은데요?
◆ 김종인> 모르죠, 그거야. (웃음)
◇ 김현정> 절대 안 한다는 말은 안 하시네요. (웃음)
◆ 김종인> 사람이 자기 미래에 대해서는 너무나 확정을 해서 얘기하면 이러쿵저러쿵 뒷말이 따르기 때문에 제가 가급적이면 그런 얘기에 대해서 단정은 안 하려고 해요.
출처: 김현정의 뉴스쇼 4월 14일, 제1당 김종인 "당 계속 이끌겠다"
김종인 대표가 대권에 도전하는 자체를 반대할 이유가 없습니다. 그러나 당헌, 당규를 무시하고 전당대회에서 합의 추대로 당 대표가 되는 행위는 민주주의 방식이 아닙니다. 추대 형식으로 당 대표가 되어 강력한 권한이 쥐어질 경우, 대권에 도전하기 위한 각종 장치를 당 대표의 권한으로 만들 위험성도 큽니다.
제117조(당규의 제정 등)
①당의 각급 대의기관 및 집행기관의 회의의 소집, 의사, 기타 필요한 사항은 당규로 정한다.
②당의 각급 집행기관ㆍ부서 및 자문기관의 조직, 기구, 업무분장, 운영, 인원 배치, 기타 필요한 사항은 당규로 정한다.
③당규의 제정 및 개폐는 다음 각 호의 어느 하나에 해당하는 경우 당대표가 최고위원회의 의결을 거쳐 당무위원회의 의결로 확정한다.
1. 당대표의 발의가 있을 경우
2. 최고위원회의 의결로 발의가 있을 경우
3. 재적 당무위원 3분의 1 이상의 서면 발의가 있을 경우
더민주 홍종학 의원은 온라인 당원 가입 열풍의 주역은 수도권 30~40대 남성이고, 직접민주주의와 정권교체 열망 때문이라고 밝혔습니다. 시민들이 더민주를 비난만 할 것이 아니라 직접 더민주 정당 행사에 참여해서 정권교체를 하겠다는 의도로 풀이됩니다.
김종인 대표가 대선에 출마하든 아니면 당 대표에 출마하든 그것은 김종인 대표의 자유입니다. 그러나 그 과정만큼은 민주주의 방식으로 해야 합니다. 정권교체와 더민주 개혁을 위해 온라인 당원으로 참여했던 이들의 결정에 맡겨야 합니다.
새누리당보다 더민주를 지지하는 세력은 더민주가 그나마 민주주의 방식에 따라 정치를 할 수 있다고 믿기 때문입니다. 그 누가 당 대표가 되든 대선 후보가 되든 결과보다 더 중요한 것은 과정입니다.
과정이 투명하지 않고 민주주의 방식이 아니라면 그것은 '더불어민주당'이라는 이름에 걸맞지 않습니다. 당헌, 당규대로 7월 전당대회를 하면 모든 논란은 종식됩니다. 정당이 모든 절차를 당헌, 당규에 명시된 민주주의 방식에 따르는 것은 헌법에 명시된 정당으로서의 의무이기도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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