채권단 분노만 키운 꼴
자율협약 시기 불투명해져
당국선 주식처분 조사도
2개월뒤 수천억 부채만기
용선료협상 등 시간 촉박
일정상 1~2개월내 끝내야
자율협약 시기 불투명해져
당국선 주식처분 조사도
2개월뒤 수천억 부채만기
용선료협상 등 시간 촉박
일정상 1~2개월내 끝내야
한진해운이 ‘회생’을 위한 싸움에 돌입했지만, 안팎의 상황이 첩첩산중이다. 회생 의지의 척도로 읽히는 경영진의 사재출연은커녕 ‘먹튀’ 논란까지 일면서 정상화 첫 단추인 자율협약 체결 시기 여부도 불투명해졌다. 당장 2개월 뒤 수천억 원의 부채 만기가 다가오는 등 일분일초가 아쉬운 상황에서 괜한 논란으로 채권단의 심기만 불편하게 만들었다는 지적이 나온다.
25일 해운업계에 따르면 이날 채권단 자율협약을 신청하기로 한 한진해운의 회생 절차에는 시간과의 싸움이 가장 큰 변수로 등장했다. 사채 만기 일정 등 비용 지출 시기가 시시각각 다가오기 때문이다. 한진해운 입장에서는 일단 금융권 채권단이 채권의 원금 상환과 이자를 유예해줘야 선주들과 본격적인 용선료 인하 협상에 들어가고, 이를 바탕으로 사채권자에게 채무 재조정 동의를 구할 수 있다. 당장 6월 27일 공모채 1900억 원의 만기가 돌아와 5월 안에 용선료 인하 협상이 완료돼야 그달 안에 전체 사채권자 3분의 1 이상 참석, 출석자 3분의 2 이상의 요건을 충족한 동의를 구할 수 있다. 업계에서는 다수의 선주와 복잡한 셈법을 해야 하는 용선료 인하 협상이 통상 3개월 정도 걸린다고 봤을 때 한진해운이 지금 당장 협상에 착수한다고 해도 1∼2개월 안에 이 과정을 끝내야 한다고 보고 있다.
그러나 당장 자율협약이 언제 시작될지, 이 자율협약에 어떤 조건이 붙을지도 불투명한 상황이다. 일단 한진해운 전 회장인 최은영 유수홀딩스 회장과 장녀 조유경, 차녀 조유홍 씨가 자율협약 신청 결정이 내려지기 직전인 지난 6일부터 20일까지 보유 중이던 한진해운 주식을 전량 매각한 데 대해 협약 여부와 내용을 결정하는 산업은행 등 채권단은 불편해하는 기색이 역력하다. 여기에 금융당국이 25일 최 회장 일가가 미공개 정보로 미리 주식 처분에 나섰다는 의혹에 대해 조사를 시작하면서 채권단이 선뜻 한진해운이 들고온 자율협약 내용을 수락하는 모습도 어색해졌다.
현대상선의 전례와 비교했을 때도 돌아가는 모양새가 불리하다. 현대상선은 3월 말 협약 신청 후 1주일 만에 3개월 조건부로 자율협약에 들어가 용선료 인하 협상 등에 속도를 내고 있다.
업계 관계자는 “현대상선은 협약 신청 전 현정은 회장이 사재 300억 원을 출연했고 주총에서 7대 1의 감자를 의결하는 등 성의 있는 모습에 채권단이 높은 점수를 줬다”며 “국민 여론을 의식해야 하는 채권단 입장에서 한진해운 상황을 달리 보고 있는 것 같다”고 말했다.
이근평 기자 istandby4u@munhw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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