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보름전 지진은 前兆 현상이었을 수도"[日 지진 전문가 가사하라 교수 "3~4개월내 또 지진 가능성"] ①기존에 없던 새 단층 제기 南北 가로지르는 단층뿐 아니라 東西 방향 활성단층도 있을 것 ②지난 7월 울산 지진 주목 2개월새 경주·울산 연이어 발생.. 더 큰 지진 올 가능성 배제 못 해 ③5년 전 일본 대지진도 영향도 호쿠대지진 후 지진 범위 확산.. 1600년대 한반도 강진 있었다
일본의 대표적 지진 전문가 가사하라 준조(笠原順三·74) 도쿄대 명예교수는 "앞으로 3~4개월을 전후해 경주 지진이 발생한 진원지의 동쪽 방면에서 이번 지진보다 더 강력한 지진이 올 수 있다"고 경고했다. 보름 전 경주에서 발생한 규모(magnitude) 5.8의 지진은 더 강력한 본진(本震)의 전조(前兆) 현상이라는 주장이다.
그는 26일 서울 태평로 조선일보 사옥에서 가진 인터뷰에서 "최근 한 달간 한반도 지진을 집중적으로 연구했는데, 한국이 더 이상은 지진 안전 국가가 아니라는 것이 결론"이라며 이렇게 말했다. 그는 "한국은 서둘러 추가적인 강진이 왔을 때를 대비할 방책을 고민해야 한다"고 말했다. 가사하라 교수의 주장은 우리나라 기상청의 발표와 정반대다. 기상청은 지난 22일 "앞으로 본진(경주 규모 5.8 지진)보다 규모가 더 큰 지진이 일어날 확률은 낮다"고 발표했다.
일본인 전문가가 이처럼 섬뜩한 경고를 하는 근거는 무엇일까. 그는 "처음에는 9월 초 북한이 감행한 지하 핵실험이 경주 지진에 미친 영향에 대해 연구했다"며 "둘 간의 상관관계는 없었고 대신 추가 지진의 발생 가능성을 발견했다"며 세 가지 근거를 들었다.
첫째, 한반도에는 남북 방향뿐 아니라 동서 방향으로도 활성단층(活性斷層)이 존재한다는 것이다. 활성단층은 지진을 유발할 가능성이 큰 단층을 뜻한다. 국내 전문가들은 경주 부근에서 남북으로 이어지는 양산 단층을 이번 지진의 원인으로 봤다. 그는 그러나 "이 지역 진원의 지난 한 달간(8월 24일~9월 23일) 분포를 보면 남북이 아니라 동서로 길게 늘어서 있다"며 "여기서 최근 잇따라 크고 작은 지진이 발생한 것이며, 강력한 본진도 이 선상에서 발생할 가능성이 있다"고 말했다.
둘째 근거는 9월 12일 경주 지진에 앞서 7월 5일에도 울산 지역에서 규모 5의 지진이 발생했다는 점이다. 지진이 거의 없던 울산과 경주에서 2개월 사이에 규모 5 이상의 지진이 연이어 발생한 것 역시 강력한 본진의 전조로 해석해야 한다는 주장이다. 그는 "울산과 경주 지진 모두 동서 단층대에서 발생했다"며 "두 차례 전조 현상이 발생했기 때문에 가까운 시일 내에 본진이 올 가능성이 크다"고 말했다.
그는 실제로 이런 패턴 분석을 통해 지진 예측에 성공한 적이 있다. 지난 4월 일본 구마모토에 규모 6.5와 6.4 지진이 한 시간 반 간격으로 왔고, 일본 기상청은 "본진은 지나갔고 여진만 남았다"고 발표했다. 하지만 그는 같은 날 후지TV에 출연해 "지진 패턴 분석한 결과, 이들은 전조이고 곧 더 센 지진이 온다"고 예측했고 실제로 이틀 뒤 7.3 지진이 구마모토에서 발생했다.
셋째 근거는 5년 전 발생한 규모 9의 일본 도호쿠(東北) 대지진의 영향이다. 가사하라 교수는 "도호쿠 대지진 이후 지진 발생 범위가 확산되고 있으며, 한반도 지진도 그 연장선에 있다"고 했다. 그는 "과거에도 일본 열도와 한반도가 강진 시기에 광범위하게 영향을 주고받았고, 지금이 그런 시기로 추정된다"고 말했다. 예컨대 한반도의 두 차례 강진(1643년 울산 규모 7, 1681년 양양 규모 7.5) 때는 일본에서 1707년 규모 8.5의 호에이(寶永) 지진이 발생했다는 것이다.
가사하라 교수의 주장은 일본 동쪽에 위치한 태평양판의 북상(北上)을 기본 근거로 한다. 태평양판이 연간 평균 10㎝씩 북서 방향으로 올라오며 일본 열도와 한반도가 놓여 있는 유라시아판에 부딪치는 바람에 지하에 엄청난 에너지가 축적되고 있다는 것. 이 에너지가 광범위한 지역에서 강진을 일으킨다는 설명이다.
가사하라 교수는 "한반도 지진의 특성은 일본 지진보다 진원(震源·지구 내부의 지진 최초 발생 지역)과 지표 거리가 매우 가깝다는 것"이라며 "같은 규모의 지진이라면 피해는 한국이 더 클 수 있다"고 말했다. 실제로 일본은 진원 깊이가 보통 80~100㎞인데 한국은 5~15㎞에 불과하다.
그는 "지진 예측은 너무 어렵고 특히 시기는 누구도 맞힐 수 없다"면서도 "'언제'는 틀려도, 특정 지역에 세기가 어느 정도인 지진이 발생할 가능성이 크다는 분석은 가능하다"고 했다. 그는 또 "내 예측이 틀렸으면 좋겠지만 내 경고가 피해를 최소화하는 데 도움이 되기를 바란다"고 말했다.
☞가사하라 도쿄대 명예교수는 가사하라 준조(笠原順三·74) 도쿄대 명예교수는 나고야대에서 지구과학 전공으로 석·박사 학위를 받고, 1970년부터 2004년까지 도쿄대 지진연구소에서 근무했다. 2009년 국제전기전자공학회(IEEE)의 석학회원(Fellow)에 선정됐다.
가사하라 교수는 후지TV에 지진 전문가로 자주 출연하면서 일반에도 잘 알려졌다. 지진 전문가들이 대부분 지진 예측에 소극적인 데 비해, 그는 가능성을 발견하면 적극적으로 경고해 주민들이 대비하도록 도와야 한다는 입장이다. 4월 일본 구마모토(熊本) 지진 경고가 대표적 사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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