머리가 조금 무겁고, 기침은 아직 좀 나오지만 조금 살만해져 일하러 나왔습니다. 계단을 오르락내리락 할 때 관절이 조금 쑤신다는 느낌. 아마 몇년간 쌓였던 몸살이 한꺼번에 몰려온 듯 그렇게 아팠지만, 그래도 이정도면 일할 수 있다 싶어서 나왔는데, 아직 땀은 삐질삐질 나고 몸이 조금 무겁긴 하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가을의 마지막 햇살을 받으며 길을 걷는 건 기분 좋은 일이긴 합니다. 물론 오늘 일 끝나고 운동을 할 수 있을까는 아직 잘 모르겠지만, 되도록이면 가볍게라도 해 보려 합니다. 얼마나 빨리 정상 상태로 돌아갈 수 있는가의 문제니까요.
땀 흘리며 뜨거운 커피로 약간 남아 있는 오한을 달래며 뉴스를 들여다봅니다. 백남기 선생에 대한 부검영장이 기어이 나왔다는 소식도 접하고, 당장 그 영장이 바로 집행되진 않을 거란 이야기도 읽습니다. 기가 막힙니다. 가해자가 저렇게 뻔뻔할 수 있다니. 먼저 자기들이 저지른 짓에 대해 사죄해도 모자랄 판에.
이런 와중에서 새누리당의 내분 소식도 들립니다. 국정감사, 국회의원들이 어쨌든 돋보일 수 있는 좋은 기회일거고, 이럴 때 튀어보려고 준비한 의원들도 많을 건데, 새누리당 지도부의 이른바 '친박 세력'들을 중심으로 국감을 보이코트하는 사태가 진행되고 있지요. 그림은 뻔한 겁니다. 국민의 민생보다도, 개별 자당 소속 국회의원들의 국감 준비도, 모두 필요없고 지금 제일 중요한 것은 최순실과 우병우를 감추는 것이란 걸 스스로 인정하는거지요.
저는 이 사태를 보면서 두 가지의 다른 감정을 느낍니다. 하나는 절망감입니다. 21세기의 대한민국에서 일어날 거라고 믿지 않았던 일들이 시간을 거슬러 다시 일어나고 있는 이 현실이 너무나 비현실적이어서입니다. 박근혜의 아버지 때 탄압받던 학생은 생명과 평화의 일꾼으로 우리밀 살리기 운동을 하며 쌀 수매가 현실화 약속을 지키라고 했다가 경찰의 직사 물대포에 맞아 1년 가까이를 병실에서 식물인간으로 살다가 결국 목숨을 잃고, 그 시신을 경찰이 탈취하려 하는, 오래전 나쁜 기억의 데자부를 지금 다시 경험해야 하는데서 오는 절망입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아이러니컬하게도 저는 저들의 움직임에서 희망을 봅니다. 박대출이라는 자가 그리 이야기했다는군요. "야당이 정권을 잡으면 우리는 죽는다". 예, 저들도 자기들이 한 짓을 알고 있다는 겁니다. 그리고 그게 '죽을 짓'임을 알고 있다는거고. 그래서 우리는 두려워해야 할 이유는 없습니다. 우리가 옳다고 생각하는 것, 그리고 관철하고자 하는 것들이 매우 상식적이라는 것을 저들이 자기들의 모습을 통해 반증하고 있습니다. 그리고 우리는 정말 저들을 '죽여야' 합니다. 물리적인 죽음이 아니라, 저들이 구현하고자 했던 저들만의 세상을 죽이고 새로운 세상의 부활을 봐야 합니다. 저는 그 부활에 희망을 겁니다.
몸은 아직 완전히 회복되지 않았지만, 오늘 일 하고 나면 다시 거의 정상으로 돌아올 것 같습니다.
시애틀에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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