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Tuesday, September 27, 2016

'정세균 물러나라' 이정현 최순실 덮으려고 단식? [장윤선의 톡톡! 정치카페] 새누리-청와대 '최순실 지키기' 협공 나섰나

"고 노무현 전 대통령은 부당한 정치공세에 맞서라며 격노했지만, 저는 국회의 뜻에 따라 처리해달라고 말씀드렸습니다. 국회는 민의의 전당인데, 국무위원이 어떻게 그 민의를 거스를 수 있겠습니까. 박근혜 대통령도, 김재수 장관도 현명한 판단을 하기 바랍니다."

2003년 행정자치부 장관에서 해임된 김두관 더불어민주당 의원은 26일 오후 기자와 만나 13년 전 비화 한 토막을 들려주었다. 국회의 장관 해임건의안 가결은 유의미한 정치행위이므로 박 대통령과 김 장관은 이를 수용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법대로만 해석하면 국회의 장관 해임건의가 별로 효력 없어 보이지만, 실제로는 엄청난 정치적 의미가 있기 때문에 정부여당이 이를 거부해봐야 별 소용이 없다고도 했다. 다 떠나, 이미 국회에서 해임건의 된 장관이 현장에서 일이나 제대로 할 수 있겠냐는 우려를 덧붙이기도 했다. 박 대통령과 김 장관은 이 같은 김 의원의 조언을 받아들일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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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이정현 단식 '의장 사퇴 요구' 새누리당 이정현 대표가 26일 오후 서울 국회 당대표실에서 김재수 농림축산식품부 장관의 해임건의안 통과에 반발해 무기한 단식농성을 하고 있다.
ⓒ 이희훈

국정감사 파국 위기..."집권여당 대표가 약자 코스프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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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대 국회 첫 번째 국정감사가 파국을 맞고 있다. 내년 대선을 15개월 앞둔 사실상 마지막 국정감사. 이 파국이 조만간 봉합될까 의문이 들 정도로 여야는 서로 극단을 달린다. 집권여당 대표인 이정현 새누리당 대표는 '국회의장 퇴진'을 걸고 기어이 무기한 단식을 결행했다. 국감 첫날인 26일 '단식 테이프'를 끊었으니, 과연 이 끝이 언제가 될지 알 길이 없다. 과연 이정현 대표는 정세균 의장이 퇴진하는 그날까지 무기한 단식을 벌일까. 

이 대표의 단식에도 석연찮은 의문이 있다. 단식은 약자들의 투쟁수단으로 대개 많은 사람들이 오가는 공개된 장소를 섭외한다. 단박에 여러 사람이 알아볼 수 있도록 눈에 띄는 장소를 선호한다. 그런데 이 대표는 단식 장소로 새누리 당대표실을 결정했다. 기자들을 제외하면, 주로 당직자 등 새누리 관계자들이 들락거리는 당대표실에서 웬 단식? 이 대표의 정치적 셈법을 궁금하게 하는 대목이기도 하다.

집권여당의 대표가 단식으로 '약자 코스프레'를 한다는 데 대한 불편함을 드러내는 정치인도 있다. 김종인 전 더민주 대표는 자신의 페이스북에 글을 올려 "여당 대표가 국회활동 중단하고 약자 코스프레를 하면 정작 억울하고 답답한 서민들은 어떻게 하란 말이냐"며 "여소야대 하더라도 국정의 1차 책임을 지는 건 여당이고 여당 대표는 언로가 막힌 힘없는 백성이 아니"라고 일침을 놓았다.

그러나, 이정현 새누리당 대표는 김재수 장관 해임건의안 표결이 거대야당 주도로 이뤄진  의회폭거라고 주장하고 있다. 여소야대 국면에서 야당이 표결로 장관 해임건의안을 가결한 데 대한 불쾌감이다. 그러나 지난 총선에서 국회를 거야(巨野)로 만들어낸 주인공은 바로 국민이다. 이정현 대표는 이 뜻을 거스르겠다는 건가?

새누리당의 독주가 위험신호에 이르렀다고 판단한 민의가 20대 국회를 여소야대로 만들었다. 이정현 대표의 의회폭거라는 말이 해석되려면 국민들도 같은 생각을 해야 하는데 오히려 국민들은 정반대의 입장을 갖고 있다는 얘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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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정세균 "김재수 해임건의안 상정 처리" 정세균 국회의장이 23일 오후 서울 여의도 국회 본회의장에서 열린 사회·교육·문화 분야 대정부질문을 진행하고 있다. 이날 정 의장은 더불어민주당과 정의당이 공동으로 제출한 김재수 농림축산식품부 장관 해임건의안에 대해 대정부질문이 끝난 뒤 상정하겠다고 입장을 밝혔다.
ⓒ 유성호

'맨입 발언' 수세 몰린 정세균 의장, 중립위반 사실인가

물론 이 대표는 디테일을 따지고 있다. 김 장관 해임건의안이 진행된 24일 자정 무렵 정 의장이 김부겸 의원과 나눈 대화에서 "세월호 (특조위 기간 연장) 아니면 어버이연합 (청문회), 둘 중 하나를 내놓으라고 했는데 절대 안내놔. 그러니까 맨입으로…. 그러니까 안 되는 거야 지금"이라고 했다면서 이는 국회의장으로서 중립을 져버린 중대 행위라고 강력 성토했다. 김무성 전 대표와 정진석 원내대표 등 새누리당 의원들은 "의회주의 파괴자 정세균 물러가라"며 종일 1인 시위를 벌이기도 했다. 

정국이 요동치면서 이른바 '맨입 발언'으로 수세에 몰린 정 의장도 이날 해명 보도자료를 내고 발 빠른 수습에 나섰다. 정 의장은 "여야간 협상과 타협이 이뤄지지 않고 해임건의안이 표결로 처리될 수밖에 없는 상황에 이르게 된 데 대한 안타까움을 표현한 것"이라며 "김 장관 해임건의안뿐 아니라 '조선·해운 부실 규명 청문회', '백남기 농민 국가폭력 진상규명을 위한 국회 청문회' 등 여야 대립 현안에 대한 타협을 위해 방미 전부터 지속적으로 노력해왔다"고 밝혔다.

정치적 공방 속에 자고나면 하나씩 새로운 논점이 생기지만, 가만히 따져보면 하나의 맥락이 분명히 존재한다. 그것은 다름 아닌 최순실 게이트로 드러난 의혹을 규명하려는 쪽과 의혹규명을 막으려는 쪽 간 다툼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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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서울 강남구 학동로 '재단법인 미르'와 강남구 언주로 'K스포츠재단'.
ⓒ 권우성

국민 58%, 미르.K스포츠재단 의혹에 최순실-청와대 수석 개입

박근혜 대통령은 집권 초 터진 문고리3인방과 정윤회씨의 비선실세 의혹 이후 두 번째로 맞닥뜨린 '미르.K스포츠재단 의혹'에 대해 "비상시국에 난무하는 비방과 확인되지 않은 폭로성 발언"이라고 일축했지만, 여론조사전문기관인 에스티아이가 26일 공개한 여론조사 결과에 따르면 미르.K스포츠재단 운영과 모금에 최순실씨와 청와대 수석이 부당하게 개입했을 것이라고 생각하는 국민이 58%나 됐다.(9월 22~23일 전국 만 19세 이상 성인 1천명 대상 95% 신뢰수준에서 최대허용 표본오차 ±3.1%p) 

박 대통령의 엄포와 상관없이 국민 중 열에 여섯은 미르.K스포츠재단 강제모금에 안종범 수석과 최순실씨가 개입했을 가능성이 있다고 본다는 얘기다. 의혹은 일파만파 커지고 있지만 이에 상응하는 정확한 규명은 없다는 얘기다. 

많은 국민은 이번 국정감사를 통해 미르.K스포츠재단의 강제모금 의혹사건의 진실이 일부 드러나지 않을까 기대했다. 그러나, 현재와 같은 상황이라면 한 걸음 더 들어가기 매우 어려운 게 아닌가 싶기도 하다. 

무엇보다 청와대가 전격 해임한 이석수 특별감찰관의 기관증인 출석이 요원해졌다. 이 특감을 국회 증인으로 출석하게 하려면 여야는 다시 증인채택에 합의해야 한다. 이 특감이 출석하려면 국회 법제사법위원회에서 증인채택을 해야 하는데 새누리 출신인 권성동 법사위원장이 이를 수용할까? 여야 합의로만 채택될 수 있기 때문에 실제 이석수 특감 증인출석은 무산됐다고 보는 시각이 지배적이다.

이처럼 끝 간 데 없이 파국을 달리는 정국을 정상화 하려면 결국 정치협상이 필요할 것이다. 문제는 이때 여야가 무엇을 주고받을지다. 이때 야권은 중심을 잃지 말아야 한다. 제값도 못 받고 헐값에 이슈를 팔아서는 안 된다는 얘기다. 지난 정치과정 속에서 숱하게 많이 봐왔던 야권의 이상한 정치협상의 결말이 벌써부터 머릿속에 그려지니, 더럭 겁부터 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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