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순실씨의 미르·케이스포츠 재단 개입 특혜 의혹, 최순실씨 딸 정씨의 성적 특혜 의혹이 확산되고 있다. 그런데 최씨가 개입해 청와대 인사까지 전횡을 일삼았다는 의혹은 유독 조용하다.
청와대 인사 개입 의혹은 조응천 더불어민주당 의원이 국회 대정부 질의에서 "우병우 청와대 민정수석의 청와대 민정비서관 발탁과 윤전추 행정관의 청와대 입성 배경에도 최순실씨와의 인연이 작용했다는 얘기가 있다"라고 밝히면서 불거졌다.
이에 대해 청와대는 일고의 가치도 없다며 최씨의 인사 개입 의혹을 전면 부인했다. 그리고 관련 의혹이 조용히 사그라지고 있다. 우병우 민정수석과 윤전추 행정관이 어떤 연결고리를 통해 청와대로 들어갔는지는 구체적인 행적이 더이상 나오고 있지 않기 때문이다.
관련 의혹은 청와대 인사까지 좌지우지하는 비선 실세의 막강한 힘을 보여준다는 점에서 무시할 수 없는 내용이다. 만약 최씨의 입김에 따라 청와대 민정비서관과 3급 행정관 발탁이 가능하다면 공직 신분도 아닌 사람이 대통령과 사적 관계를 이용해 청와대 인사 시스템을 가지고 놀았다는 비판도 가능하다.
윤전추 행정관은 청와대 내부에서도 '이상한 인사'라고 입방아에 올랐다. 행정관들 사이에서 윤전추 행정관의 인사 발탁은 신기함 자체였다.
청와대 인턴들에게는 윤전추 행정관이 부러움의 대상이 됐다. 당시 인턴끼리 식사를 하는 자리에서 윤전추 행정관은 화제거리로 올랐다. 한 인턴은 '몸 관리를 해주는 역할로 20년 동안 오를 수 있는 3급 자리에 올라왔다. 무슨 요가 강사를 하고 있다는 데 행정관을 하다니 대통령과 대단한 연이 있나 보다 우리끼리 말한 기억이 있다"고 전했다.
2014년 당시 윤 행정관의 나이는 34세. 역대 최연소 3급 행정관이었다. 그것도 역대 대통령의 영부인을 담당했던 제2부속실에 배치되면서 젊은 요가 강사 출신 윤 행정관의 역할이 과연 무엇인지에 대해서도 말이 많았다. 윤전추 행정관의 청와대 입성 논란은 한 매체가 2014년 8월 단독 보도를 하면서 일었는데 훨씬 이전부터 청와대에서 윤전추 행정관이 유명세를 몰고 다니는 인물이었다는 것이다.
윤 행정관이 어떻게 청와대로 들어갔는지에 대해서는 실질적으로 윤 행정관을 발탁한 사람과 본인 이외에는 알 길이 없다. 다만, 윤 행정관이 대통령 선거 이전부터 박 대통령과 얼굴을 트고 지낸 사이였다는 언론보도가 나오긴 했다.
채널A는 2014년 10월 윤전추 행정관의 지인과 인터뷰에서 "(박근혜 대통령이) 대통령 되기 전에 운동을 가르치고 지도를 했었어요, 대통령이 되면서 특채가 된 것이죠"라는 말을 보도한 바 있다.
선거 전부터 박 대통령의 건강관리를 했고 박 대통령이 당선되자 청와대로 가게 됐다는 건데 최초 누가 윤 행정관과 박 대통령을 연결시켜줬는지에 대해서는 알려진 바가 없다.
조응천 의원은 그 연결고리로 최순실씨를 지목한 것이다. 최씨가 피트니스 클럽에서 일했던 윤 행정관을 알고 지냈고, 이를 박 대통령에게 소개시켜줬다고 보고 있다.
윤 행정관의 역할에 대해 당시 청와대 대변인으로 있었던 민경욱 새누리당 의원은 미디어오늘과 통화에서 "부속실 비서에 남성 밖에 없고 유일한 여성이어서 쉽게 말하면 박 대통령의 여비서 역할을 하고 있다고 보면 된다"고 말했다.
당시 국민 혈세를 대통령 몸매 관리에 써도 되느냐는 비난이 일었지만 큰 문제는 아니라는 의견도 적지 않았다. 하지만 윤 행정관의 청와대 입성이 비선 실세로 떠오르고 있는 최순실의 입김에 따른 것이라면 말이 달라진다.
현재 윤 행정관의 행적은 베일에 가려져 있다. 청와대 관계자에 따르면 최소 지난해 12월까지는 청와대에서 근무했던 것으로 알려졌다. 청와대 행정관 인사는 공표를 하지 않기 때문에 윤 행정관이 청와대를 나갔다고 하더라도 공식적으로 확인할 수 있는 방법은 없다. 청와대도 윤 행정관의 근무 여부에 대해 알려주지 않았다. 한 청와대 관계자는 "제가 답변할 수 없는 내용"이라고 전했다.
청와대 자유게시판에는 "(윤 행정관이)어떻게 채용된 건지 자세하게 밝혀주세요. 3급이면 경찰서장보다도 높고 행시패스하고 21년 걸려야 올라갈 수 있는 급수를 어떻게 트레이너가 바로 될 수 있는지 국민의 한 사람으로 꼭 알고 싶습니다"라는 글이 올라와 있는데 이에 대한 답은 없다.
우병우 민정수석이 어떻게 청와대에 들어왔는지도 설이 난무한다. 당초 우 수석은 민정비서관으로 들어갔는데 누구의 추천을 받았는지 명확히 드러난 게 없다.
우 수석의 청와대 입성 배경으로 우병우 수석 장인인 고 이상달 회장의 인맥이 작용했다는 설, 당시 김기춘 비서실장이 발탁했다는 설, 검찰 인맥을 통해 입성했다는 설 등이 있다.
우 수석이 청와대 개각으로 대통령비서실 민정수석실 민정비서관으로 발탁된 때는 지난 2014년 5월. 당시 우 수석은 두 번 검사장 승진에서 떨어지고 법무연수원 연구위원으로 있다 개업을 해 변호사로 있었다. 그리고 검찰 퇴직 딱 1년 만에 청와대로 입성한 것이다.
그의 민정비서관 행에 대해선 우려의 시선이 많았다. 우 수석은 노무현 전 대통령 수사 당시 중수1과장으로 노 전 대통령을 직접 대면해 조사했던 인물이었다. 더구나 그는 검사장 출신도 아니어서 청와대 입성은 파격에 가까웠다. 당시 황교안 법무부 장관과 채동욱 검찰총장보다는 아래 기수였다.
박근혜 정부가 우 수석을 발탁해 검찰의 기수 문화를 흔들어 기강을 잡으려 했다는 분석이 있었지만 무엇때문에 그렇게 무리하면서까지 우 수석을 골랐을까라는 물음표가 따라다녔다.
고 이상달 회장은 30세에 회사를 설립했고 1976년 삼강중장비 대표이사와 1989년 삼남개발 대표이사를 역임했다. 대한중기협회 회장과 대한건설기계안전관리원 이사장, 대한건설기계협회 회장 등을 맡아 업계를 대표했다. 경찰 조직과 법조계 인사와 친하게 지내며 현재 우병우 수석과 처가의 재산인 기흥컨트리클럽의 사업권을 따낸 뒤 승승장구했다.
그의 인맥은 지난 2008년 사망하고 난 뒤 그를 기리는 추도식의 참석자 명단 면면을 보면 알 수 있다. 지난해 이상달 회장 7주기 추모식에는 탤런트 길용우씨의 사회로 진행됐다. 이 자리엔 정경식 전 헌법재판관, 신용욱 전 병무청장, 이상윤 전 중앙대부총장, 정동기 전 법무부차관 등이 참석했다. 이 회장의 넓은 네트워크 때문에 정권과 선이 닿았고, 사위였던 우병우 수석이 청와대로 들어가는 길을 닦아줬다는 설이 나오는 이유다.
이밖에 김기춘 비서실장이 직접 우병우 수석을 발탁했다는 얘기가 있지만 둘의 나이차가 워낙 크고 직접적으로 일을 같이 한 경험이 없다는 점에서 설득력이 떨어진다.
이런 가운데 조응천 의원은 우병우 수석의 청와대 발탁도 최순실과 연관돼 있다고 주장한 것이다. 이와 관련해 최순실씨와 우병우 수석의 가족 중 한 사람과 연결돼 우 수석이 청와대로 들어갔다는 데 결정적 역할을 했다는 얘기도 돌고 있다.
최씨가 대기업으로부터 수백억원을 끌어모았던 재단에 개입한 것도 비선 실세의 힘으로 볼 수 있는데, 박 대통령의 손발이 돼 줄 수 있는 청와대 요직의 인사까지도 최씨가 관여한 것이라면 비선 실세 의혹은 더욱 짙어질 수밖에 없다.
박 대통령은 지난 2007년 대통령 후보 경선 당시 "국회의원으로 처음 나왔을 때 상대 후보가 안기부 기조실장 출신으로 기세가 등등한 상황에서 정씨가 순수하게 도운 것”이라며 “그게 인연이 돼 돕다가 (2004년 당시)당 대표 때 그만뒀다"며 비선 실세 의혹을 낳았던 정윤회씨와 관계를 공식 부인했다. 하지만 박 대통령은 정윤회씨의 부인이었던 최순실씨와 관계에 대해선 공식 입장을 내놓은 적이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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