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가 민의가 나타나면 그것을 아주 엄중히 받들어야 되지 않겠습니까? 그런데 선거 때도 계속 모든 당들이 얘기한 것이 민생을 잘 챙기고 일자리 많이 만들고 경제를 살리겠다, 그렇게 하다가 그 축이 3당으로 됐습니다. 그러면 국민들은 그것을 기억을 계속 하지 않겠습니까, 그런 바람을. 그런데 서로 원활하게 잘 협력해서 국민에게 말하자면 선물, 약속한 그런 부분으로 이루어지면 정당들도 국민들에게 더 좋은 평가를 받을 것이고, 그게 19대랑 변함없이 뭐 별로 변화 없이 그대로 그냥 이것도 되는 것도 없고 안 되는 것도 없고 이렇게 간다고 하면 아마 민심의 속도도 굉장히 빨라지지 않을까, 그래서 이렇게 정치를 하는 목적이 국민의 삶을 더욱 좋게 하기 위한 것이 우리 모두의 공통목표라면 그 부분에 있어서 같이 잘 협력해서 이번 20대 국회는 정말 국민들에게 좋은 평가를 받는 그런 것이 되도록 같이 노력해 보자 그런 당부의 말씀을 드리고 싶고요.”
박근혜 대통령의 26일 주요 언론사 편집·보도국장 초청 오찬에서 나온 발언을 분석해 봤다.
15개의 질문이 있는데 무엇 하나 속시원하게 답변한 게 없다. 즉석에서 한 답변이라고는 하지만 논리가 널을 뛰고 기본적인 주어-술어 구조조차 맞지 않은 문장이 대부분이다.
15개의 질문이 있는데 무엇 하나 속시원하게 답변한 게 없다. 즉석에서 한 답변이라고는 하지만 논리가 널을 뛰고 기본적인 주어-술어 구조조차 맞지 않은 문장이 대부분이다.
▲ 박근혜 대통령이 지난 26일 오후 청와대에서 열린 언론사 편집·보도국장 오찬에서 모두발언하고 있다. 사진=청와대 |
먼저 주요 질문과 답변을 요약해 본다. 원문의 단어를 최대한 그대로 쓰되 해독불가한 일부 문장은 의미를 살려 ‘의역’했다.
Q1. 첫째, 집권당의 선거 패배는 대통령의 국정운영 방식에 대한 심판 아닌가? 둘째, 새누리당 공천에 문제가 있다고 생각하지 않나?
A1. 대통령으로서 할 수 있는 일이 별로 없다. 국민들이 식물국회에 변화와 개혁이 필요하다고 보고 양당 체제를 3당 체제로 만들어준 거다. 친박은 내가 만든 게 아니다. 앞으로 정치인들이 신념의 정치를 해야 한다.
Q2. 북한이 5차 핵실험에 성공한다면 어떻게 대처할 건가.
A2. 북한이 스스로 붕괴를 스스로 재촉하는 거라고 생각한다. 더 강력한 제재와 압박이 필요하다.
Q3. 첫째, 5월6일 공휴일 지정에 대한 생각이 어떤가. 둘째, 공직자들 골프를 허용할 생각이 있나. 셋째, 김영란법이 경제에 미칠 부작용은 생각해 봤나.
A3. 첫째, 긍정적으로 검토하고 있다. 둘째, 자유롭게 했으면 좋겠다. 셋째, 시행령에서 합리적인 수준으로 정하겠다.
Q4. 아직도 단순히 양당 체제 국회에 대한 심판이라고 보나. 국정운영 방식에 대한 심판이라고 생각하지는 않나. 연금문제, 메르스 문제, 세월호 문제, 다 실망했고 공천 때문에 더 실망한 거다. 3당 대표들 만나 대타협을 이룰 의향은 있나.
A4. 선거 때도 다른 이야기는 없었다. 일자리 더 많이 만들겠다, 또 경제 살리겠다, 이런 게 주가 됐지 않나. 3당 대표는 만나도록 하겠다.
Q5. 연정적 국정운영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나. 내각 총 사퇴 계획은 없나. 개헌에 대한 생각은 어떤가.
A5. 안보 위기 때문에 내각 바꿀 상황 아니다. 개헌하면 경제를 어떻게 살리나. 연정보다 더 힘든 건 여당과 정부가 서로 안 맞는 거다. 그게 미흡했다는 게 이번 총선 결과라고 본다.
Q6. 일자리와 중소기업에 대한 대책은 있나.
A6. 그런 거 잘해보려고 대통령이 된 건데, 파견법이 자영업자 대책도 된다. 그런데 대통령 돼도 뭐 할 수 있는 게 없구나, 나중에 임기를 마치면 저도 엄청난 한이 남을 것 같다.
Q7. 공교육 정상화는 어떻게 되고 있나.
A7. 제 임기 안에 되도록 하겠다.
Q8. 어버이연합을 어떻게 평가하나. 보고는 받았나.
A8. 좋고 나쁘고 대통령이 공개적으로 얘기하는 것은 바람직하지 않을 것 같고. 사실이 아니라고 그렇게 보고를 분명히 받았다.
▲ 어버이연합 사무실 사무총장 자리 뒤에 붙은 이승만, 박정희, 박근혜 대통령의 사진과 태극기. 사진=이치열 기자 |
Q9. 세월호를 어떻게 마무리 지을 건가.
A9. 그동안 재정이 150억원 정도 들어갔고, 더 들어갈 거다. 국민 세금이 많이 들어가는 문제라 국회에서 잘 협의해서 판단할 문제라고 생각한다.
Q10. 국회선진화법을 개정해야 한다고 보나.
A10. 동물국회였는데 식물국회가 됐다고 한다. 국민들에게 둘 중에 하나를 강요할 수는 없다고 생각하고. 법보다도 더 중요한 것이 법을 운용하는 사람의 마음이라고 생각한다.
Q11. 유승민 품을 계획 있나. 대선에 도전할 인물이 있다고 보나.
A11. 복당은 아직 안정이 안 됐기 때문에 안착이 난 뒤 판단할 문제다.
▲ 유승민 무소속 의원 사진=ⓒ연합뉴스 |
Q12. 한국판 양적완화가 공약이었는데. 의견이 어떤가. 법인세 인상 문제도 궁금하다.
A12. 긍정적으로 검토를 해야 된다는 입장이다. 세금 인상은 항상 마지막 수단이 돼야 된다고 생각한다.
Q13. 개성공단은 계속 중단할 건가. 국정교과서 폐지될 가능성은 없나.
A13. 국정교과서는 심각한 문제다. 개성공단은 북한의 진정성 있는 변화가 전제돼야 한다.
Q14. 미세먼지는 어떻게 생각하나.
A14. 풀어나가도록 하겠다. 이 좋은 날씨에 말이죠, 마음대로 산책도 못하고 이게 정말 뭔가.
Q15. 위안부 문제 어떻게 풀 건가.
A15. 소녀상 철거는 언급도 안 된 문제다. 선동하면 안 된다. 후속조치를 계속 소통을 해가면서 빨리 하려고 한다.
▲ 사진=이치열 기자 |
두 시간에 걸친 간담회 끝에 건질 수 있는 말은 몇 안 된다. 국정운영 방식에 대한 심판이라고 생각하지 않느냐고 물으니 양당 체제를 3당 체제로 만든 게 국민의 뜻이라고 답변한다. 대통령 잘못이 아니라 국회의 잘못, 특히 양당 체제의 잘못이라는 이야기다. 새누리당 공천 실패에 대해서는 친박은 내가 만든 게 아니라고 답변했고 어버이연합에 대해 물으니 사실이 아니라고 보고 받았다고 말하고 끝이다. 자영업이 힘들면 파견직으로 가라는 답변은 박 대통령이 왜 ‘말이 안통하네트’라는 별명을 얻게 됐는지 다시 실감하게 할 정도다. 질문을 우회하면서 하고 싶은 말만 하는 박 대통령 특유의 화술이다.
특히 연금문제, 메르스 문제, 세월호 문제 등에 대한 답변은 정말 번역기가 필요할 정도다.
“이번 선거 결과에 대해서 이런 시각, 저런 시각 다양한 분석이 있고, 또 이런 국정운영이 잘못됐다든지 이런 지적이 있다는 것도 알고 있습니다. 이런 다양한 분석을 저도 이렇게 생각을 하면서 어떻게 민의를 좀 잘 받들어서, 결국은 선거 때도 다른 이야기가 거의 없었어요. 일자리 더 많이 만들겠다, 또 경제 살리겠다, 그런 이야기가 주가 되지 않았습니까? 그때. 그러니까 결국은 20대 국회에서 국민들이 바라는 가장 중요한 것은 좀 민생 살리고 일자리 좀 많이 만들고 그렇게 해서 다 좀 협력을 해서 그렇게 우리 삶이 좀 나아지게 해 달라, 그러니까는 그 이야기가 주로 된 캠페인이었다고 생각합니다. 그래서 저도 민의를 받드는 데 있어서 더 좀 민생 살리는 데에 집중을 하고 또 그 부분에 있어서 더욱 좀 국회하고 계속 협력을 해 나가겠다, 이런 말씀을 드리겠습니다.”
“민의를 잘 받들어서” ‘어떻게 하겠다’가 아니라 갑자기 “선거 때도 다른 이야기가 거의 없었다”로 넘어가더니, “일자리와 경제 살리기가 주가 됐다”면서 다시 민의를 받들어 “민생을 살리는데 집중하겠다”로 끝난다.
그러니까
1. 공무원 연금과 메르스, 세월호 등 국정운영이 잘못됐다는 지적이 있다는 건 알고 있다면서 곧바로
2. 선거 때 그런 이야기는 나오지도 않았다고 말을 바꾸면서
3. 일자리와 경제 살리기를 열심히 하겠다고 엉뚱한 소리를 하고 있는 셈이다.
국회선진화법에 대한 답변도 개정을 하겠다는 건지 안 하겠다는 건지 종잡을 수가 없다. 결국 “법 보다 중요한 것은 법을 운용하는 사람의 마음”이라는 건데, 개정하고 싶지 않다는 말을 우회적으로 한 것으로 해석할 수 있다. 그런데 그 다음 문장은 도저히 해석이 불가능하다. 압도적인 여소야대 정국이 돼서 국회선진화법이 새누리당에게 유리할 수도 있으니 잘 협력을 해서 하자는 의미로 추론할 뿐이다.
“그래서 법이 어떻게 됐든 간에, 하여튼 여고 야고 간에 이것은 우리가 민의의 정당이라는 곳에 어렵게 어렵게 선거를 치러서 국민한테 모든 약속을 많이 하고 들어왔는데, 여기에서 당리당략으로 가면 안 된다, 어디까지나 안보문제, 또 일자리 만들고 그러는 문제에 있어서는 어떻게든지 그것은 협력을 하고, 예를 들면 이런 부분은 따질 것은 따지고, 이런 운용하는 마음이 오로지 애국심 갖고 국민한테 약속한 대로 그 마음을 가지고 하느냐 안 하느냐 그게 중요하지 않을까 저는 그렇게 생각합니다.”
세월호에 대한 답변도 애초에 질문조차 문제가 많았지만 동문서답이다.
질문 : “국정 전체로 봐서는 큰 문제는 아니고 지엽적인 문제일 수 있는데요. (중략) 대통령님께서 국민들 대화합이라든지 이런 측면에서 세월호 부분에 대한 것들을 마무리를 어떻게 잘 지으실 것인지 그런 것들을 말씀해 주시면 고맙겠습니다.”
답변 : “세월호 특위가 그동안 죽 활동을 해 오지 않았습니까? 그래서 6월 달까지 하고 9월 달까지 여러 가지 자료를 잘 만들어서 그렇게 정리해 나가는 것으로 되어 있는데, 이번 선거가 끝난 다음에 이것을 연장하느냐 이것을 어떻게 하느냐 그런 것이 국회에서 얘기가 되고 있는 것으로 알고 있습니다. 그동안 6월까지 이게 지금으로서는 마무리가 된다면 그동안 재정이 150억원 정도 들어갔고, 또 그것을 정리해서 서류를 만들어서 죽 해 나가려면 거기에 보태서 재정이 들어가겠죠. 인건비도 거기에서 한 50억 정도 썼다고 알고 있습니다. 지금 이렇게 하고 있는 와중인데 이것을 연장하느냐 하는 그런 문제가 나와서 그 부분은 또 국민 세금이 많이 들어가는 문제이기도 하고 그렇기 때문에 국회에서 이런 저런 것을 종합적으로 잘 협의하고 그렇게 해서 판단할 문제라고 생각합니다.”
박 대통령의 답변은 돈이 많이 들었고 앞으로 더 들 거라는 것과 특조위 조사 기간을 연장하는 건 국회가 판단할 문제라는 것 뿐이다.
굳이 해석을 하자면 박 대통령이 이날 간담회에서 말하고 싶었던 건,
1. 일자리를 만들어야 하는데 국회 때문에 못했다.
2. 국민들이 국회를 심판한 거다.
3. 하고 싶은 일을 못해서 한이 많이 남을 것 같다.
정도로 정리할 수 있다.
대통령을 심판했다는 말은 끝내 하지 않으면서,
1. 국회 때문에 하고 싶은 일을 못했는데
2. 새누리당이 180석을 얻지 못해서 더 못하게 됐다,
그래서 결국
3. 내 잘못이 아니라 국민들이 일을 못하게 만들었다
는 순환 논법이다.
“사실은 이런 문제들이 꿈은 많고 의욕도 많고 어떻게든지 해보려고 했는데 어떻게 해보려고 하는 게 거의 안됐어요, 사실은요. 그러니까 그냥 혼자 가만히 있으면 너무 기가 막혀 가지고 마음이 아프고 내가 좀 국민들 더 만족스러운 삶을 마련해주기 위해서 내가 대통령까지 하려고 했고, 열심히 밤잠 안자고 이렇게 고민해서 왔는데 대통령 돼도 뭐 할 수 있는 게 없구나, 결국은. 그냥 그렇게 해 보고 싶은 거를 못하고 있는 거죠, 지금. 그게 말로만 노력을 해서 되는 게 아니고 이런 근본적인 문제들을 탁탁 풀어줘야 일자리가 생기는 거지, 정부가 이렇게 저렇게 하고 세금을 어떻게 낮춰주고 그런 것 해 봤자 그것은 단기적인 일밖에는 안 될 겁니다. 그래서 ‘그 얘기를 또 하냐 대통령이’ 그런 비난을 받아가면서도 그게 안 되면 이 큰 문제가 해결 안 되니까 계속 얘기하다가 지금까지 오고 말았지만 그 문제는 편집국장님과 보도국장님들도 많이 협력을 해 주시고 알려주셔서 꼭 풀어졌으면…, 그렇게 안하고는 그냥 행정부에서 할 수 있는 그것만 갖고 이렇게 대통령 돼도 자기가 한번 해 보려는 것을 이렇게 못할 수가 있느냐, 그리고 나중에 임기를 마치면 저도 엄청난 한이 남을 것 같아요. 뭔가 잘 국민들한테 그런 희망을 안기고 그만둬야지, 너무 할 일을 못하고 막혀가지고, 그리고 이렇게 하고 싶다고 대통령이 그렇게 애원하고 몇 년을 갖다가 호소하고 하면 ‘그래 해 봐라. 그리고 책임져 봐라’ 이렇게 할 수도 있는 것 아닐까요? 하지도 못하게 하고 책임져 봐라 그러면 이거 할 수 있어야 자기가 책임을 지든지 말든지 하지, ‘그래 해봐’ 그렇게 놓고서 나중에 안 되면 ‘하라고 도와줬는데도 안 되지 않았느냐’ 이렇게 잘못해서 욕을 먹는다면 한은 없겠어요. 그런데 손도 못 대보고 이건 어떻게 하느냐, 내가 이러려고 하는 건 아닌데, 그런 마음의 아픔이 상당히 많이 있고요.”
분명히 우리 말이고 한글로 씌여있지만 한참 해석을 해야 겨우 뜻을 해독할 수 있는 이런 문장을 과연 우리 말이라고 할 수 있을지 의문이다. 단순히 우리 말을 잘 못하는 게 문제가 아니다. 특유의 화법이야 그렇다 치더라도 무려 48개 언론사 편집·보도국장들을 한 자리에 불러 모아놓고 총선 참패와 국정 운영 전반에 대한 우려와 비판에 그 어떤 설명도 해명도 없이 하소연만 늘어놓은 것은 남은 1년10개월이 지난 3년2개월과 크게 다르지 않을 것 같다는 암담한 예감을 남긴다.
대통령 간담회 발언 전문은 아래 링크에서 확인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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