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안철수의 새정치민주연합 탈당으로 인하여 야권 갈등이 이슈가 되는 가운데, 오늘 발표된 한 여론조사 결과는 세간을 떠들썩하게 만들었다. 한국갤럽이 야권 대선 후보 적합도를 묻는 여론조사를 실시한 결과 안철수 41%, 문재인 33%가 나왔다는 것이다. 일각에서는 이를 두고 안철수가 문재인보다 경쟁력이 있다고 판단하는데, 이는 숫자의 의미를 파악하지 못해 생긴 명백한 오류이다.
많은 언론이 한국갤럽의 조사 결과를 인용하여 보도했는데, 대부분의 언론이 '야권 대선 지지율'과 같은 표현과 함께 "안철수 41%, 문재인 33%"라는 수치를 제목으로 하였다. 기사 내용 또한 조사 결과에 담긴 실질적 의미를 간과한 채 단순 사실만을 나열하여 전달하는 데에 그쳤다. 이를 접하는 수용자는 단순 수치만으로 안철수가 문재인보다 적합하다고 판단할 여지가 생겨, 결국 조사 결과를 보도한 언론들은 거짓 정보로 국민을 호도한 셈이 되었다.
한국갤럽은 15~17일 전국 성인 1009명을 대상으로 "만약 이들이 2017년 대통령 선거에 한 번 더 나서게 된다면 누가 야권 대선 후보가 되는 것이 좋을지" 물었다. 이에 41%가 안철수 의원, 33%가 문재인 대표를 선택했고 27%는 의견을 유보했다는 것이다. 이 결과만 두고 보면 다음 대통령 선거에 야권 단일 후보로 문재인보다 안철수가 적합한 것으로 보일 수 있으나 자세히 들여다보면 여론조사 결과를 잘못 해석한 환상임을 알 수 있다.
1009명을 대상으로 한 한국갤럽의 조사에서 418명의 새누리당 지지층은 50%가 안철수를 선택하고 20%만이 문재인을 선택한 반면, 200명의 새정치민주연합 지지층은 35%만이 안철수를 선택하고 58%가 문재인을 선택했다. 새누리당 지지층을 제외한 591명을 기준으로 해도 안철수 35%, 문재인 41%로 문재인이 우세했다.
이에 대해 일부 매체는 "안 의원은 중도층과 새누리당 지지층 일부에서 관심을 받고 있는 것으로 볼 수 있다"고 분석하였는데 이는 사실일 수 있으나 본선에서의 후보 경쟁력을 판단하는 기준은 될 수 없다. 이는 새누리당 지지층의 투표 성향 때문이다. 정치인을 상대적으로 까다롭게 평가하는 야권 지지층과 달리, 정당에 대한 충성도가 높은 새누리당 지지층은 야권에서 누가 나오든 새누리당 후보에게 투표할 가능성이 매우 높기 때문이다.
야권 대선 후보로서의 적합도를 판단하기 위해서는 대선에서 실제 야권에 투표할 가능성이 있는 사람들을 상대로 조사해야 하며, 새누리당 지지층은 야권에 투표할 가능성이 거의 없기 때문에, 한국갤럽의 조사에서 이 기준에 맞는 응답자는 새누리당 지지층을 제외한 591명이라 볼 수 있다. 이 기준에 따른다면 야권 대선 후보 적합도는 문재인 41%, 안철수 35%로 문재인이 안철수에 6%p 앞선다.
이와 별개로 역선택의 문제를 생각해볼 수 있는데, 특정 정당을 지지하는 사람은 보통 상대 정당에서 약한 후보가 나오기를 바란다. 그렇기 때문에 당원 이외의 국민이 참여할 수 있는 오픈 프라이머리 방식의 경선에서 상대 당 지지자를 배제해야 한다는 의견이 많은 것이다. 이를 통해 한국갤럽 조사를 본다면 새누리당 지지층은 50%가 안철수, 20%가 문재인을 선택하여 문재인이 안철수보다 본선 경쟁력이 높은 것으로 판단했을 수 있다.
물론 새누리당 지지층 모두가 전략적인 답변을 한 것이 아닐지라도, '수구 보수'를 배제한다는 입장을 명확히 밝힌 안철수가 끌어들일 수 있는 새누리당 지지층이 상당히 제한적이라는 것을 감안한다면 조사 결과에는 상당한 역선택 답변이 포함되어 있다고 볼 여지가 있다.
종합하면, 15~17일 한국갤럽의 조사 결과를 통하여 실제 대선에서 야권에 투표할 사람들은 안철수보다 문재인을 더 선호하며, 여권인 새누리당의 지지층도 안철수보다 문재인이 경쟁력 있다고 생각하는 것으로 볼 수 있다는 점이다. 그러나 한국갤럽의 조사 결과를 보도한 대부분의 언론은 이러한 분석을 생략하고 조사 결과만 나열함으로써 충분한 정보를 제공하지 않았고, 결과적으로 국민을 속인 셈이 된 것이다.
안철수의 탈당으로 말미암아 벌어진 야권의 갈등 국면에서 대선 지지율과 적합도라는 명분은 향후 야권 재편 정국을 이끌 주도권을 잡기 위해 중요하다. 이런 시점에서 언론이 적합도 조사의 실제적 의미를 분석하지 않고 단순히 숫자만 나열하여, 이를 보는 사람들이 결과를 반대로 판단할 수 있게 하는 것은 둘 중에 하나에 해당할 것이다. 조사 결과가 갖는 진짜 뜻을 찾지 못할 정도로 무능하거나, 실질 적합도에서 밀린 쪽에 부당하게 힘을 실어 주기 위한 것이다. 이번 조사 결과를 단순 보도한 모든 언론은 자신의 무능이나 왜곡에 대해 반성해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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