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시 비판을 위한 ‘댓글부대’ 운영 의혹이 제기된 강남구청이 기자를 상대로 현장시찰을 진행하는 동시에 고급 식당에서 현안 설명회를 할 예정인 것으로 드러나 논란이 일고 있다.
강남구청은 17일 서울시 출입 기자를 대상으로 오전 10시15분부터 오후 2시까지 세텍 부지와 행복주택 예정 부지 답사 및 설명회에 이어 현안 설명을 곁들인 오찬을 진행한다고 서울시청 게시판에 공지했다.
현장 답사로 예정된 두 지역은 모두 서울시청과 이용 목적 등을 두고 갈등을 벌이는 곳이다. 각 현장 답사에 배정된 시간은 20분씩이다. 총 40여분 현장 방문 후 강남구청은 궁중요리 전문점인 ㅍ으로 자리를 옮겨 기자에게 오찬과 함께 현안 설명을 할 예정이다. 오찬 시간은 70분이다.
강남구청이 17일 예정한 현장 투어 알림 게시물. @여선웅 강남구의원 페이스북 | ||
이날 공보실장이 기자들의 이동을 돕고 각 답사 지역 설명은 신연희 구청장과 건축과장, 주택과장이 나서기로 했다. 현장에는 선진화담당관과 교통정책과장이 배석한다. 선진화담당관은 ‘댓글부대’ 논란이 인 핵심부서가 속해있다. 오찬자리에서 설명은 구청장이 직접할 계획이다.
오찬이 예정된 ㅍ은 전통 한옥으로 이뤄진 고급 식당으로 오찬 정식이 5만4000원부터 24만원까지 6가지 코스 메뉴가 있다. 이 식당은 시진핑 중국 국가 주석, 교황 베니딕토 16세 등이 방문했던 것으로 유명하다.
출입기자들 사이에서는 ‘댓글부대’ 운영 의혹을 받고 있는 강남구가 명확한 해명 없이 또 다시 서울시와 대립각을 세우는 현장 방문을 기획하고 비싼 궁중요리 전문점에서 현안 설명회를 여는 게 부적절하다는 지적이 제기된다.
한 서울시청 출입기자는 “시 산하 다른 구청도 현장 투어를 하지만 강남구 코스를 보면 홍보용은 아니고 서울시와 각을 세우는 현장이라 자신의 입장 설명을 주로 하게 될 것 같다”고 말했다.
이 기자는 “구청 입장을 기자에게 설명하는 투어를 비판할 순 없지만 점심 식사를 하는 곳은 비싼 한정식 집이라고 뒷말이 더 많은 상황”이라고 분위기를 귀띔했다.
또 다른 출입기자는 “다른 구청과 달리 강남구청만 브리핑을 막을 수도 없고 또 기자에게 설명하려고 하는 구청장을 원천봉쇄하는 것은 문제”라며 “음식점이 얼마나 비싼지는 나중에 들었다”고 말했다.
강남구청의 ‘댓글부대’ 운영 의혹을 제기한 여선웅 강남구의원(새정치민주연합)은 14일 미디어오늘과 통화에서 “신연희 구청장이 ‘댓글부대’ 운영 의혹에 대해서는 1주일째 일언반구 없이 침묵했고 댓글 단 공무원이 2~3명이라는 강남구 공식 입장도 거짓말이 된지 오래”라며 “구청장이 직접 나서 사과 기자회견을 해야 할 상황에 강남 최고급 음식점에서 기자와 오찬을 하는 것은 뻔뻔한 처사로 세금 낭비”라고 비판했다.
▲ 강남구청이 서울시청 출입기자를 대상으로 한 현장투어 마지막 일정으로 잡은 오찬 장소의 점심 메뉴. | ||
이에 대해 서울시청 출입기자단 간사를 맡고 있는 한준규 서울신문 기자는 “신연희 구청장이 브리핑 일정을 조율해 와 기자단에서 현장 투어를 요청한 것”이라며 “이후 오찬 설명회는 현장 투어와 최근 댓글부대 논란에 대해 질문하고 답할 공간이 필요하다고 구청에 요청해 성사됐다”고 말했다.
한 기자는 다만 “참여 기자들이 30~40명 수준으로 예상되고 앰프 시설이 설치된 장소면 좋겠다고 강남구청에 의견을 건넸을 뿐 기자단에서 특정 음식점을 지정하진 않았다”고 덧붙였다.
15일 현재 ㅍ음식점은 강남구청 명의로 30인실 6인실 각각 1곳 씩이 예약됐으며 식사 메뉴는 특정하기 전이다.
이에 대해 강남구청 관계자는 “‘댓글’ 관련한 사안 때문이 아니라 강남구 주요 사업에 대해 설명하기 위한 자리로 특히 행복주택 부지 같은 경우는 직접 보는 것과 안보는 것 차이가 커서 현장투어를 준비하게 됐다”고 말했다.
오찬 장소에 대해 이 관계자는 “명확하게 확정되지 않았다”고 말했다. 그는 예약사실을 확인했다는 거듭된 질문에 “투어 하루 전날에도 바뀔 수 있는 것”이라며 “설사 진행한다고 해도 법령에 맞는 범위 내에서 예산을 지출하도록 하겠다”고 답했다.
한편 강남구청은 도시선진화담당관 산하 시민의식선진화팀 소속 공무원을 중심으로 11~18개 가량의 서울시정에 반대하고 강남구청장을 옹호하는 댓글을 포털사이트 기사에 집중적으로 다는 등 여론 선동 작업을 한 것 아니냐는 의혹을 받고 있다.
No comments:
Post a Commen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