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겨레]검찰 조사 받는 중진공 권 전 실장
‘인턴 채용비리’ 편파수사 주장
“최경환 보호해야” 녹취록 등
외압·말맞추기 의혹 쏟아져도
검찰, 최 부총리 입건 안해
‘인턴 채용비리’ 편파수사 주장
“최경환 보호해야” 녹취록 등
외압·말맞추기 의혹 쏟아져도
검찰, 최 부총리 입건 안해
‘최경환 인턴 채용비리 사건’과 관련해 피의자 신분으로 조사를 받고 있는 권아무개 전 중소기업진흥공단(중진공) 운영지원실장이 검찰의 ‘편파 수사’를 공개적으로 주장하고 나서 향후 수사에 어떤 영향을 미칠지 관심이 모아지고 있다. 권 전 실장은 채용비리 의혹이 있는 2013년 중진공에서 인사를 총괄하는 자리에 있었기 때문에 당시 상황을 가장 잘 아는 핵심인물 중 하나다.
권 전 실장은 17일 보도자료를 통해 “검찰이 압수수색 등을 통해 확보한 자료에서 청탁자(최경환 부총리)의 외압이 드러나고 있는데도 수사를 진행하지 않고 있다”며 검찰 수사를 정면으로 비판했다. 검찰 조사를 앞두고 최 부총리 쪽과 중진공 관계자들이 말을 맞춘 의혹이 나오고 있는데도, 최 부총리에 대한 수사는 외면한 채 이번 사건을 자신과 박철규 전 이사장의 책임으로 몰아가려는 듯한 검찰의 수사 태도에 공개적으로 반발하고 나선 것이다. 그는 6차례나 검찰 소환 조사를 받으면서 일관되게 최 부총리가 외압의 실체라는 취지의 진술을 한 것으로 알려졌다.
실제 최 부총리의 인턴을 중진공에 채용하는 데 중간다리 역할을 한 것으로 알려진 간부 ㅈ씨는 지난달 11일 검찰에서 참고인 조사를 받은 뒤 권 실장에게 전화를 걸어 “(최경환 부총리의) 정○○ 비서관이 ‘(검찰에) 가서 절대로 (채용 청탁의) 채널을 지역구로 해달라. 이쪽도 다 그렇게 됐다’고 말했다”고 전했다. 임채운 중진공 이사장도 지난 10월 권 실장과 만나 “최 부총리가 살아야 한다”며 최 부총리에게 불리한 진술을 하지 말 것을 요구했다.
이처럼 최 부총리 쪽의 수사 방해 의혹까지 일고 있는데도 검찰은 관련 수사를 진행하지 않고 있다. 특혜 채용 의혹을 받는 황아무개씨의 경우 서류전형 성적이 2299등이었고, 면접 성적도 나빠 중진공에 채용될 수 없는 상황이었다. 최 부총리가 황씨의 합격을 위해 외압을 행사했다면 직권남용 혐의를 적용할 수 있다. 하지만 최 부총리는 아직 입건도 되지 않은 상태다.
검찰의 이런 태도는 앞서 처리한 사건과도 큰 차이가 있다. 검찰은 지난 5월 이명박 정부 시절 자신이 총장을 지냈던 중앙대에 특혜를 주기 위해 교육부에 압력을 행사한 박범훈(67) 전 청와대 교육문화수석에게 뇌물 등 혐의와 함께 직권남용 혐의를 적용해 구속 기소했다. 박 전 수석은 중앙대의 서울 흑석동캠퍼스와 안성캠퍼스의 단일 교지 승인을 내주라고 교육부에 압력을 행사한 혐의를 받았다. 지난달 서울중앙지법 형사22부(재판장 장준현)는 “(박 전 수석이) 중앙대학교에 행정 관련 문제를 해결해주고, 단일교지 인정 혜택까지 베풀고자 부당한 지시와 영향력을 행사했다”며 박 전 수석의 직권남용 혐의를 인정해 징역 3년을 선고했다. 검찰이 최 부총리를 상대로 수사를 진행하지 않고 사건을 마무리하면 전 정부 실세는 처벌하면서 현 정부의 실세는 손도 대지 못했다는 비판에서 자유롭지 못할 것으로 보인다. 검찰이 최 부총리 수사에 본격적으로 나서지 않을 경우 청년유니온 등 청년단체와 참여연대가 다음주께 최 부총리를 직권남용 혐의 등으로 고발할 예정이다.
한편 최 부총리 쪽은 “검찰 수사와 관련해 정아무개 비서관 등이 중진공 쪽과 말을 맞춘 사실이 없다”고 해명했다.
정환봉 기자 bonge@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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