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부산국제영화제 이용관 집행위원장 | |
ⓒ 부산국제영화제 |
이용관 부산국제영화제 집행위원장을 검찰에 고발한 부산시의 행태에 대해 영화계와 부산시민단체들의 반발이 거세지고 있다. 16일에는 서울과 부산에서 영화단체와 시민단체들이 각각 성명서를 발표해 부산영화제를 고발한 부산시의 행태를 규탄했다.
이번 사안이 표면적으로는 부산시와 부산영화제와의 대리전 양상이지만, 영화계는 더 넓게 한국영화에 대한 박근혜 정권 차원의 탄압으로 받아들이고 있다.
유명 해외영화제에서 큰 상을 받았던 한 영화사 대표는 "지금 모든 정부기관의 국정 최대 우선순위는 '그녀(박근혜 대통령)의 심기관리'이고 심기의 아킬레스건은 세월호"라며 "부산시가 이해하기 어려울 정도로 부산영화제를 흔드는 자해행위도 그것 아니고선 해석이 안된다"고 지적했다. 이어 "<다이빙벨>의 책임을 물어 심기를 편하게 해드리고 싶은 모양"이라고 비꼬았다.
부산시는 논란이 커지자 "부산영화제가 아닌 개인에 대한 고발"이라고 의미를 축소하는 모습이다. 또 "이용관 위원장의 사퇴를 요구한 일이 없다"고 해명했다. 하지만 부산시는 지난해 서병수 시장이 직접 <다이빙벨> 상영 중단을 요구했음에도 처음에는 이를 부인하는 자세를 취했고, 올해 초 이용관 위원장 사퇴 압박과 관련해서도 논란이 커지자 "사퇴를 요구한 적이 없다"는 식으로 거짓말을 한 바 있다. 이미 부산시의 해명은 '양치기 소년의 발언'으로 받아들여지는 것이다.
[부산 밖을 바라보기 시작한 영화인들] "이제 부산영화제 앞날 장담 못한다"
▲ 서병수 부산시장 | |
ⓒ 부산영화제 |
부산지역시민사회단체로 구성된 부산국제영화제를 지키는 범시민 대책위원회는 16일 오전 부산시청 앞에서 기자회견을 갖고 부산시의 이용관 위원장 고발은 행정 감독권을 남용한 구시대적 '문화예술 목조르기'라고 비판하며 철회를 요구했다. 이 자리에서 부경대 남송우 교수는 이번 사안을 '문화전쟁'으로 규정했다.
한국영화제작가협회, 영화감독조합, 프로듀서조합 등 10개 단체가 참여하고 있는 영화단체연대회의도 16일 성명을 통해 "부산시가 부산국제영화제 이용관 집행위원장을 검찰 고발함으로써 다시 한번 영화인들을 경악하게 만들었다"며 "부산국제영화제를 무너뜨리려는 부산시의 이번 조치에 영화인들은 힘을 합쳐 강력히 맞서 싸우겠다"고 결의했다.
"문화전쟁", "목조르기", "맞서 싸우겠다" 등 수위가 매우 높은 단어들이 사용된 공식 성명은 이번 사안을 영화계가 얼마나 심각하게 받아들이고 있는지를 보여준다. 표면에 드러난 공식 성명을 넘어 좀 더 내부적으로 들여다보면, 격앙된 상황은 훨씬 심각하다.
"서병수 시장이 끝내 영화제를 벼랑 끝으로 몰아세웁니다. 그 짧은 세월에 세계적 영화제로 성장한 부산영화제가 자랑스럽고 또 아까워 영화인들은 어떻게든 유지하려 애써왔는데, 이젠 앞날을 장담할 수 없게 됐습니다."
문성근 배우가 자신의 SNS에 올린 심정이다. 이용관 집행위원장 고발에 대해 영화계는 부산시가 더 이상 부산영화제를 유지하지 않겠다는 뜻으로 간주하고 있다. 정체성을 훼손당할 경우 위상이 급락하기에 어설픈 타협은 없다는 부산영화제의 입장이 확고하기 때문이다.
김성욱 서울아트시네마 프로그래머는 트위터를 통해 "올해 부산영화제 개막식서 부산시장은 '그동안 우여곡절이 있었습니다만 영화인들, 영화팬들 또 부산 시민들께서 열심히 도와주셨기 때문에 오늘이 있었다'고 말했다, (그런데) 축제가 끝나고 부산시는 영화제를 고발했다"며 서병수 부산시장의 이중성을 비판했다. 서 시장은 지난 7월 30일 영화단체 대표들을 부산으로 불러 올해 초부터 이어진 영화계와의 갈등을 해소하는 자세를 취했으나, 이번 고발로 이를 뒤집는 모양새가 됐다.
이송희일 감독은 자신의 페이스북을 통해 "서병수 시장 좀 주민소환 했으면 싶다"며 "공주님 심기 거슬리지 않으려고 세월호 영화 하나에 매달려 몇 년을 부산영화제 괴롭히며 허송세월 보내고 있는 거 보면 경이로울 지경이다, 그 과잉된 충정심만 봐도 공직이나 제대로 추스리고 있겠나"고 비판했다.
부산영화제를 포기하고 장소를 옮기자는 목소리도 늘어나는 분위기다. 윤동환 배우는 SNS의 댓글을 통해 "부산영화제 위기는 대한민국 자체 명성의 위기"라며 "서울로 옮기면 문제가 해결 될 것"이라는 의견을 밝혔다. 영화계 일부 인사들은 올해 초 부산시의 이용관 집행위원장에 대한 사퇴 압박이 있을 때 최악의 경우 영화제를 옮겨서 치르자는 제안을 했던 것으로 알려졌다. 박원순 서울시장이 영화계와 긴밀한 유대 관계를 유지하면서 적극적인 지원을 하고 있는 상황을 고려한 것이다.
하지만 당시 이용관 위원장은 "나는 부산에서 끝내야지 내가 다른 곳으로 움직일 수는 없다"는 입장을 나타낸 것으로 알려졌다.
영화계의 격앙된 분위기가 커지면서 남양주종합촬영소 매각과 부산 이전 등은 현실적으로 어려울 것으로 전망된다. 부산시에 대한 불신이 겹쳐지며 부산에 영화 관련 인프라가 늘어나는 것에 대해 충무로 영화인들은 달가워하지 않는 모습이다.
[불신 받는 감사원] 정부보조금 아닌 민간후원금 문제 삼은 감사
▲ 국고보조금과 정부보조금 집행실태에 대한 감사결과보고서 표지 | |
ⓒ 성하훈 |
부산시 외에 이번 사태를 촉발시킨 중요한 또 한 주인공으로 감사원이 있다. 이번 감사원의 감사는 국고보조금과 정부지원금에 대한 감사였다. 국가 재정을 제대로 사용하는지 확인해 본 것이다.
부산영화제는 국고 15억 원에 부산시 보조금 60억 원 정도를 합쳐 약 75억 원의 정부지원금을 받고 있다. 그런데 감사 결과 여기서는 아무런 문제가 없었다. 감사에서 지적된 부분은 민간기업이 세제혜택을 위해 문화예술위원회를 거쳐 전해준 기부금이었다. 이 돈은 형식적으로는 국고보조금 성격이지만 실질적으로는 '목적성 기부금'이라 불리는 일반기업의 협찬금인 것이다.
감사원이 부산시에 고발하라고 통보한 것은 2011년~2012년에 중개수수료로 지급된 3350만원에 해당하는 부분이다. 사실상 이 금액은 국가보조금이나 정부지원금이 아닌 기업 후원금으로 감사의 대상과는 거리가 멀다.
연합뉴스에 따르면, 감사원 관계자는 "민간협찬금은 직접 조치할 수 없어 부산시에 (검찰 고발을) 통보한 것"이라고 설명했다. 이는 감사원이 직접 조치할 수 없는 부분까지 감사했음을 의미한다. 영화계가 주장하는 '표적 감사' 주장에 설득력이 더해지는 부분이다. 2011년은 이용관 집행위원장이 김동호 집행위원장 은퇴 후 단독으로 맡았던 시기였다.
또한 관련된 사안은 부산시로부터 감독과 지침을 받아서 진행했다는 것이 영화제 측의 주장이다. 부산시가 지난해 <다이빙벨> 상영 이후 벌인 행정지도 점검(사실상의 감사)에서도 지적되지 않았던 부분이다. 설사 그때 지적하지 않은 것이 문제였다 하더라도, 그렇다면 감사원은 지도 감독을 제대로 못한 부산시에 징계 조치를 했어야 하건만 아무런 언급이 없었다.
양기환 스크린쿼터문화연대 이사장은 "감사원은 부산영화제에 보조금을 지급하는 부산시나 문화예술위원회 문화관광부를 감사해서 보조금을 지원한 후 제대로 관리 감독하는지를 확인하고 감사해야 한다"며 "부산시와 관계공무원에게 그 책임을 물어야 한다"고 주장했다. 이어 "부산시는 제외한 채 부산영화제를 직접 감사하고 부산시에 검찰에 고발하라고 한 것은 명백한 표적으로 볼 수밖에 없다"고 덧붙였다.
영화계는 감사원이 횡령 혐의를 찾지 못하자 부산시의 고발을 통해 업무상 배임으로 몰아가려는 것으로 예상하고 있다. 후원금 중개 활동이 입증되지 않은 곳에 수수료를 지급했다는 것을 빌미로 이용관 위원장을 밀어내려 한다는 것이다. 그러나 부산영화제 측은 "일부 행정 처리에 착오나 과실은 있으나, 검찰이 정치적인 고려를 하지 않을 경우는 큰 문제될 것이 없다"며 "적극 대응하겠다"는 입장이다.
▲ 16일 오전 부산시청앞에서 부산지역 시민단체들이 이용관 집행위원장 고발 철회를 요구하며 기자회견을 갖고 있다. | |
ⓒ 부산 민예총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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