참사 발생 608일째인 지난 14일 시작된 4·16 세월호 참사 특별조사위원회(아래 특조위) 1차 청문회가 16일 마무리됐다. '참사 초기 정부 대응·구조의 적정성'을 따져 묻는 청문회에서 해양경찰 지휘부와 정부 관계자들은 "잘 기억나지 않는다", "지시 없이도 출동했을 줄 알았다"는 등 구조 실패 책임을 피하기 바빴다(관련기사: "아빠 해경왔대" 희생자 문자에 고개 숙인 해경들).
'여당 추천 위원 전원 불참'과 '수사·기소권 없음'이라는 한계에도 불구하고, 이번 청문회에서는 부정확했던 내용이 구체적으로 확인되거나, 정황 증거들을 통한 새로운 의혹이 제기되기도 했다. 이번 특조위 청문회에서 확인된 사실과 의혹을 정리했다(아래는 모두 참사 당시 직책).
① 거짓 드러난 "퇴선 방송했다" 기자회견, 해경청장이 지시
2014년 4월 28일, 비난이 거세지자 당일 현장에 출동했던 김경일 목포해경 123 정장은 "현장에서 '승객은 전원 퇴선하라'는 방송을 했다"며 기자회견을 했다. 검찰 조사 결과 이는 거짓이었다. 청문회에서도 그는 "상황이 급박해 퇴선방송은 미처 생각을 못 했다"고 인정했다.
기자회견 관련, 이전까지는 김경일 정장이 '윗선 연락'을 받고 했다고만 알려졌다. 그러나 15일 청문회에서 김석균 전 해경청장은 '증인이 기자회견을 지시했나'란 김진 특조위원 질문에 "예, 그렇다"고 말했다. "숱한 언론 보도와 의혹 제기가 있고 해서(…) 홍보담당관에게 한 번 언론에 알릴 기회를 마련해라, 그런 지시를(했다)"는 것이다.
다만 '퇴선방송이 거짓이었다'는 내용에 관해 그는 "제가 구체적인 사안을 알 수 있는 상황이 아니었다"며 "('123정이 퇴선방송 했다'는 보고가 틀렸다는 사실은) 인식하지 못했다"고 말했다. 이로써 '윗선'은 해경청장이었음이 드러났으나, 해경 지휘부가 거짓임을 알고도 지시했는지에 대해서는 추가 조사가 필요할 것으로 보인다.
② 해수부 장관, '잠수인력 500명 투입 구조' 거짓 알았지만 외면
이주영 해양수산부 장관이 '잠수사 500여 명 투입'이 실제 현장 상황과는 달랐음을 알고도 이를 정정하지 않았다는 사실도 드러났다. 이 전 장관은 세월호 수색·구조와 관련해 4월 17일 오후, 김석균 해경청장이 진도체육관에 있는 가족들에게 "잠수사 500여 명을 투입하고 있다"고 말하는 것을 옆에서 지켜봤다. 이날 오전, 청와대를 대상으로 '잠수 인력 8명' 관련 해경 자료가 이미 해수부에 보고된 상태였다.
김 청장은 15일 이와 관련 "투입이라는 의미는 동원", "투입이 직접 잠수한다는 의미가 아니다"라고 말해 유족들의 거센 항의를 받았다. 이 장관 또한 16일 청문회에서 "그건 제가 (일부러) 묵인했다기보다 해경청장 얘기를 '동원세력'으로 이해했기 때문"이라면서도 "오해를 줄 수 있는 건 잘못됐다", "옳지 않다고 봐서 시정 지시를 했다"고 덧붙였다. 이후 실제 시정이 됐는지는 확인하지 않았다.
③ 해경 간 교신 녹취록, 주요 내용 빠진 채 국가 기관 제출
세월호가 침몰하던 급박한 상황, 해경 간 교신한 TRS(주파수공용통신)를 풀어서 쓴 녹취록이 여러 가지 형태로 존재한다는 사실도 새롭게 드러났다. 권영빈 특조위원은 15일 "해경이 만들어 국회와 감사원, 검찰 등에 제출한 TRS 녹취록이 여러 형태로 존재한다"며 "(녹취록마다) 작성 방법이 달라지고 중요 내용이 은폐되고 있다"고 지적했다.
권 위원이 제시한 해경 녹취록 중 일부에는 실제 참사 당일 오전 9시18분 교신 내용이 빠져있었다. '명인집타워(서해해경청 상황실)'에서 현장에 출동한 P123정에 "인원이 450명이니 일사불란하게 구명벌", "(세월호와) 교신되고 있나"라 묻고, 이에 P123정이 "현재 교신 안 되고 있다"고 답한 내용이다. 그러나 본청 측은 '교신 불통'이라는 중요 단서를 흘려보내 적절한 지시를 하지 않았고, 결과적으로 골든 타임을 놓치게 됐다.
녹취록과 관련해 유연식 서해해경 상황담당관은 "(감사원에서) 본 적이 있다, (확인)지장을 찍었다"면서도 작성 경위는 "확인 못 해봤다"고 말했다. 이춘재 해경 경비안전국장은 "듣지 못한 부분을 나중에 보완해 추가된 걸로 안다"고 말했지만, 권 위원은 "해경이 (검찰·감사원 조사 후) 국회에 제출할 때도 내용이 빠졌다"며 "추가된 게 아니고 삭제된 것"이라고 지적했다.
새롭게 제기돼 추가 조사가 필요한 의혹들도 있다.
세월호가 90도 이상 기운 것으로 추정되는 오전 10시 25분~27분 사이, 세월호 선원들이 김경일 정장의 휴대전화로 전화했다는 사실이다. 애초 김경일 정장은 참사 초기 세월호 선원들과 접촉한 사실이 없으며, 오전 11시 이전에는 이들이 선원이라는 사실도 몰랐다고 주장했다. 그는 전화와 관련해서도 '(통화 여부가) 기억나지 않는다'고 했다.
그러나 이호중 위원은 "두 전화는 선원들이 각자 집으로 전화한 것"이라며 "(김경일) 핸드폰을 빌려서 자기가 집으로 전화했다고 재판에서 진술했다"고 덧붙였다. 실제 <미디어오늘>에 따르면 '064'로 시작하는 번호는 세월호 2등항해사 김영호씨가 법원에 제출한 '집 전화번호'와 같다. 이날 지목된 또 다른 선원(박경남)의 고향 집도 지역번호 '063'인 전라북도에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또 작년 7월 9일 수색 작업 중이던 민간잠수사들이 왜 '장비가 바뀌었다'는 문자를 통보받고 하루 만에 수색현장에서 빠져야 했는지, 박상욱 123정 승조원이 세월호 선원을 구출해 바다에 뛰어든 후 오른손에 든 '검은 물체'는 무엇인지에 대한 의혹도 제기됐다. 박 전 승조원은 이에 대해 "(영상을) 보니까 기억이 난다"며 "제 모자다, 그 다음부터는 모자 벗고 구조에 임했다"라고 답했다.
이석태 위원장은 16일 청문회를 마치며 "진실이 세상에 드러날 때까지는 많은 어려움이 있고 시간이 걸리지만, 결국은 밝혀질 것"이라며 "그것을 밝히는 게 특조위 존재 이유"라고 말했다. 전명선 4·16 가족협의회 위원장도 청문회 후 "진상을 제대로 밝히지 않으면 또 다른 대형 참사로 이어질 것"이라며 "진실 규명을 위한 첫 발자국을 뗐다, 앞으로도 절대 지치지 않겠다"고 밝혔다.
'여당 추천 위원 전원 불참'과 '수사·기소권 없음'이라는 한계에도 불구하고, 이번 청문회에서는 부정확했던 내용이 구체적으로 확인되거나, 정황 증거들을 통한 새로운 의혹이 제기되기도 했다. 이번 특조위 청문회에서 확인된 사실과 의혹을 정리했다(아래는 모두 참사 당시 직책).
▲ 세월호 청문회 알리는 이석태 위원장 이석태 세월호특조위원장이 14일 오전 명동 서울YWCA에서 열릴 세월호 특조위 제1차 청문회에서 시작을 알리고 있다. | |
ⓒ 이희훈 |
① 거짓 드러난 "퇴선 방송했다" 기자회견, 해경청장이 지시
2014년 4월 28일, 비난이 거세지자 당일 현장에 출동했던 김경일 목포해경 123 정장은 "현장에서 '승객은 전원 퇴선하라'는 방송을 했다"며 기자회견을 했다. 검찰 조사 결과 이는 거짓이었다. 청문회에서도 그는 "상황이 급박해 퇴선방송은 미처 생각을 못 했다"고 인정했다.
기자회견 관련, 이전까지는 김경일 정장이 '윗선 연락'을 받고 했다고만 알려졌다. 그러나 15일 청문회에서 김석균 전 해경청장은 '증인이 기자회견을 지시했나'란 김진 특조위원 질문에 "예, 그렇다"고 말했다. "숱한 언론 보도와 의혹 제기가 있고 해서(…) 홍보담당관에게 한 번 언론에 알릴 기회를 마련해라, 그런 지시를(했다)"는 것이다.
▲ 김석균 전 해양경찰청장이 14일 오후 명동 서울YWCA에서 열린 세월호 특조위 제1차 청문회에 증인으로 출석한 모습. | |
ⓒ 이희훈 |
다만 '퇴선방송이 거짓이었다'는 내용에 관해 그는 "제가 구체적인 사안을 알 수 있는 상황이 아니었다"며 "('123정이 퇴선방송 했다'는 보고가 틀렸다는 사실은) 인식하지 못했다"고 말했다. 이로써 '윗선'은 해경청장이었음이 드러났으나, 해경 지휘부가 거짓임을 알고도 지시했는지에 대해서는 추가 조사가 필요할 것으로 보인다.
② 해수부 장관, '잠수인력 500명 투입 구조' 거짓 알았지만 외면
이주영 해양수산부 장관이 '잠수사 500여 명 투입'이 실제 현장 상황과는 달랐음을 알고도 이를 정정하지 않았다는 사실도 드러났다. 이 전 장관은 세월호 수색·구조와 관련해 4월 17일 오후, 김석균 해경청장이 진도체육관에 있는 가족들에게 "잠수사 500여 명을 투입하고 있다"고 말하는 것을 옆에서 지켜봤다. 이날 오전, 청와대를 대상으로 '잠수 인력 8명' 관련 해경 자료가 이미 해수부에 보고된 상태였다.
▲ 작년 4월 17일 김석균 해경청장(가운데 왼쪽)이 진도체육관에 있는 가족들에게 "잠수사 500여 명을 투입하고 있다"고 말하는 모습. 옆에 노란 점퍼를 입고 선 이주영 해수부 장관은 당일 오전 '잠수 인력 8명' 자료를 취합했음에도 이를 정정하지 않았다. | |
ⓒ KBS<추적60분> 화면갈무리 |
▲ 이주영 전 해수부 장관은 참사 다음날인 4월 17일 오전, '잠수 인력 8명'이라는 해경 보고서(아래)를 취합한 터였다. 그러나 당일 오전 중대본이 작성한 브리핑에서는 '잠수인력 555명'으로 구조인력이 늘어났고, 이주영 장관은 같은날 오후 김석균 해경청장이 실종자 가족들에게 "잠수사 500명을 투입하고 있다"고 말하는 것을 지켜봤다. | |
ⓒ 세월호 특조위, 신현호 위원 |
▲ 김석균 전 해경청장 '잠수사 500여명 투입' "투입은 동원의 의미" 15일 4.16 세월호 참사 특별조사위원회의 1차 청문회 둘째날. 증인으로 출석한 김석균 전 해양경찰청장의 '500여명 잠수부 투입' 발언이 도마 위에 올랐다. | |
ⓒ 윤수현 |
김 청장은 15일 이와 관련 "투입이라는 의미는 동원", "투입이 직접 잠수한다는 의미가 아니다"라고 말해 유족들의 거센 항의를 받았다. 이 장관 또한 16일 청문회에서 "그건 제가 (일부러) 묵인했다기보다 해경청장 얘기를 '동원세력'으로 이해했기 때문"이라면서도 "오해를 줄 수 있는 건 잘못됐다", "옳지 않다고 봐서 시정 지시를 했다"고 덧붙였다. 이후 실제 시정이 됐는지는 확인하지 않았다.
③ 해경 간 교신 녹취록, 주요 내용 빠진 채 국가 기관 제출
세월호가 침몰하던 급박한 상황, 해경 간 교신한 TRS(주파수공용통신)를 풀어서 쓴 녹취록이 여러 가지 형태로 존재한다는 사실도 새롭게 드러났다. 권영빈 특조위원은 15일 "해경이 만들어 국회와 감사원, 검찰 등에 제출한 TRS 녹취록이 여러 형태로 존재한다"며 "(녹취록마다) 작성 방법이 달라지고 중요 내용이 은폐되고 있다"고 지적했다.
권 위원이 제시한 해경 녹취록 중 일부에는 실제 참사 당일 오전 9시18분 교신 내용이 빠져있었다. '명인집타워(서해해경청 상황실)'에서 현장에 출동한 P123정에 "인원이 450명이니 일사불란하게 구명벌", "(세월호와) 교신되고 있나"라 묻고, 이에 P123정이 "현재 교신 안 되고 있다"고 답한 내용이다. 그러나 본청 측은 '교신 불통'이라는 중요 단서를 흘려보내 적절한 지시를 하지 않았고, 결과적으로 골든 타임을 놓치게 됐다.
▲ 해경 간 교신한 TRS(주파수공용통신)를 풀어서 쓴 녹취록이 여러 가지 형태로 존재한다는 사실도 드러났다. | |
ⓒ 세월호 특조위, 전 해양경찰청 |
녹취록과 관련해 유연식 서해해경 상황담당관은 "(감사원에서) 본 적이 있다, (확인)지장을 찍었다"면서도 작성 경위는 "확인 못 해봤다"고 말했다. 이춘재 해경 경비안전국장은 "듣지 못한 부분을 나중에 보완해 추가된 걸로 안다"고 말했지만, 권 위원은 "해경이 (검찰·감사원 조사 후) 국회에 제출할 때도 내용이 빠졌다"며 "추가된 게 아니고 삭제된 것"이라고 지적했다.
새롭게 제기돼 추가 조사가 필요한 의혹들도 있다.
세월호가 90도 이상 기운 것으로 추정되는 오전 10시 25분~27분 사이, 세월호 선원들이 김경일 정장의 휴대전화로 전화했다는 사실이다. 애초 김경일 정장은 참사 초기 세월호 선원들과 접촉한 사실이 없으며, 오전 11시 이전에는 이들이 선원이라는 사실도 몰랐다고 주장했다. 그는 전화와 관련해서도 '(통화 여부가) 기억나지 않는다'고 했다.
그러나 이호중 위원은 "두 전화는 선원들이 각자 집으로 전화한 것"이라며 "(김경일) 핸드폰을 빌려서 자기가 집으로 전화했다고 재판에서 진술했다"고 덧붙였다. 실제 <미디어오늘>에 따르면 '064'로 시작하는 번호는 세월호 2등항해사 김영호씨가 법원에 제출한 '집 전화번호'와 같다. 이날 지목된 또 다른 선원(박경남)의 고향 집도 지역번호 '063'인 전라북도에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 이호중 "본청상황실의 관심은 보고에만 있었던 것 아니냐" 이호중 4.16세월호참사 특별조사위원회 비상임위원이 14일 오전 서울 중구 명동 서울 YWCA에서 열린 '4.16세월호참사 특별조사위원회 제1차 청문회'에 참석해 "본청상황실의 관심은 (청와대)보고에만 있었던 것 아니냐"며 지적하고 있다. | |
ⓒ 유성호 |
▲ 세월호특위 청문회 상영된 박근혜 진도 방문 영상 '4.16세월호참사 특별조사위원회 제1차 청문회' 마지막날인 16일 오후 서울 중구 서울 YWCA에서 열린 청문회에서 유가족들이 참사 당시 박근혜 대통령 진도 체육관 방문 영상을 지켜보고 있다. 특조 위원들은 세월호참사 당시 해경 지휘부들이 잘못된 정보를 발표하고 승객 구조에 소홀했다고 지적했다. | |
ⓒ 유성호 |
또 작년 7월 9일 수색 작업 중이던 민간잠수사들이 왜 '장비가 바뀌었다'는 문자를 통보받고 하루 만에 수색현장에서 빠져야 했는지, 박상욱 123정 승조원이 세월호 선원을 구출해 바다에 뛰어든 후 오른손에 든 '검은 물체'는 무엇인지에 대한 의혹도 제기됐다. 박 전 승조원은 이에 대해 "(영상을) 보니까 기억이 난다"며 "제 모자다, 그 다음부터는 모자 벗고 구조에 임했다"라고 답했다.
이석태 위원장은 16일 청문회를 마치며 "진실이 세상에 드러날 때까지는 많은 어려움이 있고 시간이 걸리지만, 결국은 밝혀질 것"이라며 "그것을 밝히는 게 특조위 존재 이유"라고 말했다. 전명선 4·16 가족협의회 위원장도 청문회 후 "진상을 제대로 밝히지 않으면 또 다른 대형 참사로 이어질 것"이라며 "진실 규명을 위한 첫 발자국을 뗐다, 앞으로도 절대 지치지 않겠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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