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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aturday, December 19, 2015

청년층 좌절감 드러난 '헬조선'

OECD 국가 중 노인 자살률·빈곤율, 남녀 간 임금격차, 노동시간 등 불명예 1위
‘헬조선’이라는 단어는 2015년 한국의 사회상을 압축적으로 표현했다. 올해 9월 무렵부터 인터넷을 중심으로 급속도로 퍼지기 시작한 이 표현은 어느새 기성세대에게도 낯설지 않다. 문자 그대로 지옥을 뜻하는 ‘헬’(hell)에 ‘조선’(朝鮮)을 붙인 이 합성어는 지옥이라고 불러야 할 정도로 절망이 만연한 사회라는 의미를 띠고 대한민국의 별칭으로 빠르게 자리잡았다. ‘헬조선’의 용법은 권력층의 부정부패는 물론, 실업·비정규직 등 노동문제, 출산과 보육에 앞서 결혼조차 쉽지 않은 세태, 사회구성원들의 낮은 시민의식이 드러나는 장면 등 사회 구석구석의 부조리를 모두 포괄할 정도로 광범위하게 퍼졌다. ‘헬조선’보다는 덜 쓰이지만 동의어로 인식되는 ‘지옥불반도’나 ‘망한민국’ 등의 표현만 봐도 이들 표현을 일상적으로 쓰는 청년층의 좌절감이 잘 드러난다.
청년단체 회원들이 10월 9일 서울 서대문구 창천문화공원에서 대한민국 청년들의 현실을 이야기하는 청년불만스테이지를 열어 ‘헬조선 뒤집기’ 딱지치기를 하고 있다. / 김창길 기자
출생부터 부모 따라 계급구조 굳어져특정한 시기에 유행한 표현이 시간이 흐르면서 식상하게 여겨지는 것은 흔한 일이다. ‘헬조선’ 용법 역시 지겹다는 비판이 나오고 있지만 현실에서의 ‘헬조선’ 용례는 결코 줄어들 기미를 보이지 않고 있다. 최근 입사 1년차까지 포함된 희망퇴직 계획을 세웠다가 그룹 총수의 철회 방침에 따라 입사 3년차 이상부터 희망퇴직을 실시하기로 한 두산인프라코어의 모습이 ‘헬조선’의 단적인 예다. 삼성물산에서도 건설부문을 중심으로 입사 연차나 직급과 관계 없이 인력 구조조정을 실시하고 있다. 여기에 정부가 도입하려 하는 ‘일반 해고’가 포함된 법안까지 통과된다면 ‘헬조선’은 청년세대를 넘어 중·장년세대까지 공유하는 현실이 될 수 있다.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단골 꼴찌’처럼 한국 사회가 ‘헬조선’인 근거를 제시하는 주장에 비춰봐도 한국은 청년세대에만 가혹한 나라는 아니다. 자살률, 산재 사망률, 남녀 간 임금격차, 저임금 노동자 비율, 노동시간 등은 한국이 불명예스러운 1위 자리에 오른 항목들이다. 그런데 이 중에서도 특히 노인 자살률과 노인 빈곤율은 수년째 한국이 부동의 1위 자리를 지키고 있다. 여기에 OECD에서 복지와 사회보장을 위한 공공지출 비율이 가장 낮고, 은퇴 후에도 생계를 위해 노동하는 기간이 가장 긴 나라가 한국이라는 사실을 참조할 필요가 있다. 한마디로 ‘헬조선’에서 살다 늙으면 사회나 국가의 도움을 바랄 여유도 없이 죽기 전까지도 일만 하다 세상을 떠날 것이라는 어두운 전망을 갖게 되는 것이다.
문제는 현재 구직에 어려움을 겪고 있는 청년세대나 일자리는 구했지만 비정규직으로 고용불안과 상대적 저임금에 시달리는 노동자들, 덧붙여 수직성이 강한 권위적 직장문화에 거부감을 느끼는 직장인들 대부분이 더 나은 미래를 위해 보통의 노력을 넘어선 ‘노오력’을 해봐도 기대한 성과를 손에 잡는 것이 불가능하다고 판단하는 데 있다. 이미 태생적으로 주어진 부모·가정의 경제수준에 따라 ‘금수저’, ‘은수저’, ‘흙수저’ 등으로 갈리는 자신의 신분을 넘어설 수 없게 계급구조가 굳어져 버린 탓이다.
현대경제연구원이 발표한 ‘계층 상승 사다리에 대한 국민 인식’ 조사에서도 20대 이상 성인남녀 중 81%가 ‘노력해도 계층 상승이 어렵다’고 답한 것으로 나타났다. 2013년(75.2%)보다 5.8%포인트 높아진 수치다. 특히 20대의 계층 상승 가능성에 대한 부정적 인식은 2년 새 70.5%에서 80.9%로 10.4%포인트 높아졌다. 또 저소득층에서도 계층 상승 가능성이 낮다는 답변 비율이 2년 전 75.8%에서 86.2%로 10.4%포인트 올랐다. 연구원에 따르면 “20대는 부모의 지원으로 생계부담이 적고 좋은 직장을 얻어 계층 상승을 할 수 있다는 희망이 있는 세대”지만 “청년 실업률이 크게 상승하고 비정규직 비중도 증가하면서 계층 상승 인식이 크게 악화된 것”으로 분석됐다. 올라갈 사다리가 없는 청년들과 저소득층을 중심으로 자신이 ‘흙수저’라는 자조와 함께 ‘금수저’를 향한 반감이 커지고 있는 것이다.
<경향신문> 박순찬 화백의 만평모음집 <헬조선에 장도리를 던져라> 표지. 대를 잇는 ‘금수저’ 재벌 집안과 이들을 호위하는 검·경·언론·학계 등 기득권층 아래로 ‘흙수저’를 든 서민들이 노를 젓고 있는 ‘헬조선’의 모습이 풍자되어 있다. / 비아북 제공
한국 사회에 대한 불만, 여기저기서 표출
“‘헬조선’에서는 ‘탈(脫)조선’만이 살 길”이라면서도 한국을 떠날 여유조차 없는 대다수의 사회구성원들은 한국 사회에 대한 불만을 다방면에서 경험하고 있다. 시민의식과 배려가 모자란 일부 시민들을 벌레를 가리키는 ‘~충(蟲)’으로 폄하할 정도로 혐오와 경멸이 사회 전반을 뒤덮는 정서로 자리잡은 점도 ‘헬조선’의 단면이다.
한국 사회는 ‘갑질’이 판치는 일터에서 갑질에 시달리던 시민들이 또 다른 갑질의 주체로 변할 수 있는 감정적 위기에 몰려 있다는 분석도 나온다. 상사나 손님, 민원인 등의 갑질에 당하며 감정노동을 수행한 이들이 자신의 모멸감을 보상받고 싶어하기 때문이다. 김찬호 성공회대 초빙교수는 “여전히 전통적인 신분 관념이 강하게 지배하는 한국 사회에선 학력, 빈부, 외모, 지위 등을 기준으로 자기와 타인을 위 아래로 자리매김하는 구조를 만들고 있다”고 지적했다.
이러한 적대적 감정들이 기득권층에 대한 반감으로 집약된 표현이 ‘죽창’이다. 현실을 성토하는 이용자들이 모인 ‘헬조선’ 사이트 홈 화면에 걸린 문구도 “죽창 앞에선 모두가 평등하다”는 것이다. 비록 아직까지는 ‘헬조선’의 현실을 타개하겠다며 현실에서 ‘죽창’을 위시한 실제적인 물리력을 행사한 경우는 나타나지 않았지만 청년층을 중심으로 사회 전반의 박탈감과 분노가 확산될 경우 기성 정치체제 자체에 반기를 드는 무차별적 행동이 나타날 가능성도 없는 것은 아니다.
무분별한 분노의 표출은 ‘헬조선’의 현실을 개선하는 데에는 도움이 되지 않지만, 불평등의 정점에 놓인 현재의 청년세대가 분노를 통해 불평등을 바로잡는 데 나서라는 주문은 속속 나오고 있다. 장하성 고려대 교수는 이달 펴낸 <왜 분노해야 하는가>라는 책에서 한국 사회가 특히 소득불평등의 정도가 극심한 사회라는 경제학적 분석을 바탕으로 현재의 청년세대가 분노하고 일어나 현실을 바꿀 필요가 있다고 역설했다. 장 교수는 책에서 “청년세대의 아픔은 결코 스펙 쌓기와 자기계발, 긍정과 힐링으로 치유될 수 없다”며 “청년세대가 스스로 이를 깨닫고 자신만이 아니라 세상을 힐링하는 데 나서야 한다”고 지적했다.
물론 이러한 ‘헬조선’의 청년 ‘잉여’ 인력을 바라보는 눈길이 마냥 관대한 것만은 아니다. 한 보수언론은 ‘헬조선’ 담론에 대해 “아무 일도 안 하며 ‘헬조선’ 불만 댓글… ‘잉여’인간 160만명으로 급증”이라는 제목의 기사를 통해 통계상 ‘쉬었음’으로 분류되는 인력들이 ‘헬조선’이라는 표현을 퍼뜨리며 불만을 조장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그러나 해당 기사가 인용한 통계상의 ‘쉬었음’ 분류에 해당한 20~30대 인구는 29.7%에 불과하다는 사실은 상술하지 않았다. 사회학자 지그문트 바우만은 저서 <쓰레기가 되는 삶들>에서 이렇게 ‘잉여’를 조장하는 사회구조에 대해 다음과 같이 지적했다. “다른 사람들은 당신을 필요로 하지 않으며, 당신 없이도 잘할 수 있고, 당신이 없으면 더 잘할 수 있다.” 누군가를 ‘잉여’로 지칭하는 세력에게 되돌아가야 할 지적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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