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알파고의 도전을 받아들인 것을 후회하지 않습니다. 굉장히 즐겁게 뒀습니다. 오늘은 포석에 실패했지만, 여전히 승리할 가능성이 있다고 생각합니다. 1국에서 졌다고 해서 크게 흔들리거나 이런 거는 없습니다. 저는 다를 것(흔들리지 않을 것)이라고 생각합니다.”
‘세기의 대국’ 첫 대결에서 충격의 1패를 당한 이세돌 9단이 기자간담회에 막 도착했을 때 이 9단의 표정은 매우 어두웠다. 지난 2월에만 해도 완승을 자신했고 1패만 당해도 자신의 패배라고 했던 이 9단이었다. 구글 관계자는 9일 오후 5시 30분 첫 대국에 관한 기자간담회가 열리기 직전까지 이 9단이 간담회장에 나타날지 확실치 않다고도 했다.
그는 카메라 플래시 세례가 쏟아지는 기자간담회장에 도착했고 인공지능 ‘알파고’를 만든 구글 딥마인드의 데미스 하사비스 CEO와 데이비드 실버 과학자와 나란히 기자회견장 무대에 올라섰다.
이 9단은 “진다고 생각하지 않았기 때문에 너무 놀랐다”면서 “초반의 실패가 끝까지 이어진 것 같다”고 말했다. 그는 “알파고가 완벽하게 바둑 둘 지 몰랐다”면서 “알파고 프로그래머들에게 깊은 존경심을 전한다”고 덧붙였다.
그는 “알파고가 초반 대국을 풀어나가는 과정과 승부수를 던질 줄 아는 데 놀랐다”고도 했다. 그는 “솔직히 (판세가 정해지지 않은) 초반 대국에서는 알파고가 힘들지 않겠냐고 생각했다”면서 “또 서로가 어려운 바둑을 두고 있을 때 승부수(백돌 102번째 수)에 가까운, 도무지 둘 수 없는 수가 나왔다”고 말했다.
기자석에서 이세돌 9단에게 알파고의 도전을 받아들인 것을 후회하지 않느냐는 질문이 나왔고 다소 직설적인 질문에 몇몇 기자들이 웃음을 터뜨렸다. 이때 이 9단도 활짝 웃었다. 그는 “결과는 충격적이기는 하지만, 굉장히 즐겁게 뒀다”면서 “앞으로도 굉장히 기대된다. 후회하지 않는다”고 말했다.
이 9단은 “알파고의 승부수가 나오지 않았다면, 포석에 실패한 오늘과 달리 내일은 내가 무조건 이길 수 있다고 자신했을 텐데, 이제 승부 전망은 5대 5가 아닌가 한다”고 밝혔다.
지난해 10월 알파고에 패배한 유럽 바둑선수 판후이와 마찬가지로 1국에서 지면 심리적으로 흔들리지 않느냐는 질문도 나왔다. 이 9단은 “경험적인 측면에서 판후이와 나를 비교할 수 없다. 나는 여러번 세계 대회를 우승한 경험이 있기 때문에 1국에 졌다고 해서 크게 흔들리지는 않는다”면서 “나는 그와는 다를 것”이라고 말했다. 그는 “알파고는 놀라움을 선사하지만, 현재로서 어떤 상대라고 단정적으로 말할 수 없다”고 말하고 기자회견장을 떠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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