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Wednesday, June 15, 2016

[이준구 교수] 빛 좋은 개살구 - 공기업 성과연봉제 성과연봉제가 당근과 회초리에 기초한 신자유주의적 발상의 소산


 서울대  경제학부 이준구 전 교수 
이제 거의 10년이나 되어 가는 오래 전 일입니다.대통령에 당선된 MB는 의기양양하게 목포 대불공단을 방문했습니다. 그때 공단 입주자들이 전봇대가 통행에 지장을 줘 불편하다며 옮겨달라고 요청했습니다.

천성이 쇼를 좋아하는 MB로서는 그런 호재가 없었습니다. 국민에게 뭔가 보여줄 좋은 기회라고 생각한 그는 MB는 당장 전봇대를 옮기라고 명령을 내렸습니다.  이틀 후 공단 앞 도로에서는 비가 오는 날씨에도 불구하고 직원들이 전봇대를 옮기느라 분주하게 움직였습니다.

MB정권 5년 동안 그런 페이스로 불필요한 규제를 솎아냈다면 지금 우리나라는 세계에서 기업하기 제일 좋은 나라가 되었을 겁니다.

그의 뒤를 이은 박근혜 대통령이 “규제는 암 덩어리다.”라는 극단적 발언을 한 배경은 과연 무엇이었을까요? 불필요한 규제들이 그대로 남아서 아직도 기업들의 발목을 잡고 있다는 말 아닙니까?

말만 번지르하게 했을 뿐 해놓은 것은 아무 것도 없다는 뜻이겠지요.  
대불공단 전봇대를 이틀만에 뽑은 그 호기롭던 태도는 어디 가고 5년이란 세월을 허송했는지 모를 일입니다. 개혁이고 규제철폐고 간에 해놓은 것 하나도 없이 5년을 낭비한 것이 바로 MB정권입니다. 

그렇다고 해서 박근혜 정권의 성적표가 손톱만큼이라도 더 좋게 보이는 건 아닙니다.
규제는 암 덩어리라는 발언이 나온 지가 오래 전이지만 실질적으로 달라진 건 거의 없어 보입니다. 입만 열면 창조를 부르짖고 개혁을 부르짖었지만, 아직도 부실기업 구조조정이란 발등의 불조차 제대로 끄지 못하는 상황 아닙니까?

이제 임기도 거의 끝나가는 마당에 새삼스레 개혁을 한답시고 들고 나온 카드가 바로 ‘공기업 성과연봉제’ 입니다. 공기업 다니는 제자들 말 들어보면 거의 강압적으로 이 제도를 밀어붙이고 있나 봅니다. 이미 레임덕에 빠진 정권인데도 아직 그 정도의 힘은 남아 있는 게 신기할 정도입니다.

이 성과연봉제가 당근과 회초리에 기초한 신자유주의적 발상의 소산이라는 것은 구태여 말할 필요조차 없습니다.

내가 늘 개탄하듯, 우리 사회의 보수세력은 이미 시효가 끝난 신자유주의에 대해 아직도 끈질긴 미련을 갖고 있습니다. 하기야 참신한 아이디어라고는 없는 사람들이니 그런 케케묵은 카드를 들고 나올 수밖에 없겠지요.

내가 보기에 우리 공기업이 잘못된 방향으로 나아가고 있는 결정적 원인은 구성원 개인의 나태와 방만이 아닙니다. 언론은 공기업의 구성원들을 자기 이익이나 챙기는 철저히 이기적인 사람들로 그리고 있습니다.

그러나 내가 그 동안 만나본 공기업 중견 간부들은 그런 사람들이 아니었습니다. 
당근과 회초리로 다스려야만 제대로 일을 하는 그런 사람들은 결코 아니었습니다.

영어에 “Barking up the wrong tree”라는 말이 있습니다.
문제의 본질이 어디에 있는지 모르고 엉뚱한 데 손가락질을 하고 있는 어리석은 행태를 비웃는 말입니다. 개혁을 한답시고 공기업의 성과연봉제를 강압적으로 밀어붙이고 있는 정부를 보면서 바로 이 구절을 머리에 떠올렸습니다.

내가 보기에 이 정권은 공기업의 비효율성을 일으키는 핵심적 원인이 무언지 전혀 모르고 있습니다.

그 핵심적 원인은 다름 아닌 '낙하산 인사'입니다.
공기업의 고위직을 마치 전리품이라도 되는 양 자기 사람들에게 나줘주는 구시대적 행태가 모든 문제의 근원입니다.

요즈음 중요한 직을 차지하고 있는 사람 면면을 보면 대선캠프나 인수위에 발을 담그지 않은 사람 찾아보기가 힘들 정도입니다. 공기업도 기업인데 기업 경영에 전문성이 없는 정치꾼들을 앉혀 놓으면 제대로 돌아갈 리 없는 일이지요.

외부에서 낙하산 타고 내려온 인사인데 아래 사람들에게 제대로 영이 설 수도 없을 테구요. (물론 낙하산 인사 중에 능력 있는 사람이 있을 수 있지만 예외일 가능성이  크지요.)

이런 핵심적 원인은 그대로 둔 채 성과연봉제 한다고 무슨 개선을 기대할 수 있겠습니까? 조직을 지휘하는 사람이 방향타를 잘못 잡는데 밑에 있는 사람이 견마지로를 아끼지 않는다고 해서 무슨 성과가 나오겠습니까? 성과연봉제라는 것은 개혁이란 이름만 걸친 개살구일 뿐이지요.

그리고 사람이란 파블로프의 개처럼 주어진 자극에 맹목적으로 반응하는 나이브한 존재가 아닙니다. 행태경제학자(behavioral economist)들이 밝혀낸 것처럼 보통의 사람들은 물질적 유인 못지 않게 공정성(fairness)도 중요하게 생각합니다. 성과연봉제가 공정성에 문제를 일으킨다고 인식될 경우 오히려 역작용을 일으킬 가능성이 큽니다.

당근과 회초리로 사람들을 자신이 원하는 방향으로 몰고 갈 수 있다는 것은 신자유주의자들의 망상일 뿐입니다. 예전이나 지금이나 똑같지만 물질적 유인에 반응해 추는 춤은 허위의 춤일 뿐입니다. 진정으로 열심히 일하고 싶은 분위기가 만들어졌을 때 추는 춤이 우리가 원하는 진정한 춤입니다.

그렇다면 섣불리 성과연봉제를 도입하기 전에 우선 공기업 사람들이 진정으로 열심히 일하게 만들 분위기의 조성에 힘썼어야 마땅한 일 아닌가요?

나는 성과연봉제의 도입이 공기업의 효율성을 오히려 떨어뜨리는 결과를 가져올 것이라고 예상합니다. 실제로 이 제도를 실시해 보면 곧 드러나겠지만 윗사람의 비위를 맞추는 데 급급한 인물들이 주로 출세길을 달리지 않을까요? 직언을 하는 사람들 찾아보기가 점차 힘들어질 테구요.

한 조직에서 개개인이 얼마나 열심히 일하는지도 중요하지만 팀워크도 이에 못지 않게 중요합니다. 섣부른 성과연봉제의 도입은 조직의 팀워크에 나쁜 영향을 미칠 가능성이 큽니다. 단기적으로는 사람들이 열심히 일하는 척하는 것을 볼지 모르지만, 보이지 않는 데서 조직의 활력이 떨어지는 것을 경험하게 될 것입니다. 

공기업의 고위직이 집권세력의 전리품으로 남아 있는 한 백약이 무효일 거라는 게 내 확신입니다. 그런 용단도 내리지 못하는 정권에 무엇을 기대하겠습니까? 정권이 바뀌면서 이번 성과연봉제의 도입도 한바탕의 바람으로 끝날 게 확실해 보입니다.

출처 : 이준구 전 서울대 교수 홈피 http://jkl123.com/index.html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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